이웃집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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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여러 해가 지난 일입니다. 비교적 젊은 우리 부부는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시카고 근교 Downers Grove 라는 동네에 아담한 콘도를 마련해서 이사했다. 우리 가족이 처음 마련한 보금자리였다. 좁고 시끄러운 아파트에 살다가 우리집을 마련해 올때 아주 기뻤다. 어린 두 딸을 정성껏 기르면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 같은 빌딩에 사는 이웃들도 차츰 알게 되었고 주위에 모든 것들을 하나씩 익혀갔다. 전에 살던 곳보다 훨씬 넓고 조용하고 깨끗하여 무척 좋았다.
우리집 바로 옆에는 사이좋게 보이는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살고 있었다. 그분들은 70대 후반으로 보였고 할아버지는 키가 아주크고 점잖은 영국신사 같이 보였다. 할머니는 아주 친절하고 인자하신 분이였다. 거의 매일 아침 늦게 두분이서 손잡고 나들이를 나간다. 어디가시냐고 물어보면 부인이 원하는대로 할머니는 쇼핑하고 할아버지는 어디 앉아서 기다릴 것이라고 대답한다.
점심은 두분이 음식점에서 사 잡수시고 집에 들어오셔서 오후에 좀 쉬시고 저녁식사 후 TV 보는 것이 그분들의 생활인 듯했다.
일요일이 되면 멋지게 차려입고 교회도 열심히 다니셨다. 두분의 사이는 정말로 좋았다. 자녀들도 자주 드나들었다. 젊어서 결혼하여 그 나이가 될 때까지 저만큼 사이 좋게 행복하게 생활함은 지상 천국 이라고 생각되었다. 참으로 아름아웠다. 그런데 어느닐 갑자기 할머니가 mild stroke 을 하셨다. 회복하셨으나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하셨고 말을 거의 못하셨다.
그래도 할머니 부부는 계속 활동하는 모습이 보였고 옛보습을 다시 찾은둣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할머니는 얼마후 다시 stroke하시게 되면서 침대에 영원히 눕게 되었다. 할아버지 가 수고 많이 하셨다. 얼마 있다가 힐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온 식구 모두 넘치게 섭섭하고 슬펐겠지만 특별히 할아버지 모습이 너무나 처량해 보였다.
그후 할아버지는 짝잃은 철새처럼 slow motion 으로 활동하는 보습이였다. 두 아이를 돌보다가 마주치게 되면 나를 붙잡고 끊임없이 이야기 하고 싶어하셨다. 그러나 친절한 인사 몇마디 외에는 더이상 할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드리지 못했다. 자녀분들이 출퇴근 길에 자주 들려서 할아버지의 외로움을 달래주었다. 음식도 챙겨드리고 여러 편의를 보아드리는 것 같았다. 할아버지 얼글 표정에는 떨치기 힘든 외롭고 고독함이 너무나 뚜렷이 나타났다. 안타깝기만 했다. 할아버지는 새로은 애인을 원하지 않았다. 새애인은 아니더라도 어떤 뜻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활동을 하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늘 들었다.
어느날 밤 갑자기 앰블런스와 경찰이 콘도 빌딩에 와서 이웃 할아버지 시신을 실어갔다. 그날 저녁 할아버지는 권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쏴 자살하셨다. 이세상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외롭고 무의미 하고 또 할머니 옆에 가고 싶어였을것이다.
나는 자살하신 불쌍하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눈물이 다 말라 없을때까지 울고 또 울었다. 나 하고 대화를 하고 싶어할때
조금만 더 인내해 들어줄 것을 또 시간내어 저녁식사 초대하고 그분에게 따뜻한 관심을 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제 다시 안돌아올 기회를 무엇이 그렇게 바쁘다고 외로운 할마버지를 외면했단 말인가? 다시 한번 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따스한 관심을 아낌없이 줄것이다.
이세상에 나의 이웃 할아버지처럼 사는데 의욕을 잃은 불쌍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내가 사는 주위에도 얼마든지 있을것이다. 그분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조건없는 관심을 줄때 어두워저 가는 마음속에 작은 희망의 씨앗이 트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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