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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식이는 마음이 들떠있다. 오늘은 이십 몇년전 고등학교를 같이 다니던 친구를 처음으로 만나는 날이다. 그때는 무척이나 친했던 친구놈이었다. 옛날 집에서 형과 한바탕 싸우고는 친구집에서 일주일을 지내며 집에 돌아 가지 않고 생활하던일들..... 비 오던 날 비를 맞으며 벌이던 내기 농구 게임등등..... 짝 사랑하던 여자아이에게 용기가 없어서 말을 못하고 친구놈에게 하소연 하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 갔다.


준식이는 홀어머니와 형과 같이 살아 왔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에서 준식이가 여덟살때 위암으로 돌아 가셨다. 어머니는 두아들을 데리고 준식이가 열살이었을때 미국으로 이민오게 되었다. 어머니는 얼마후 미국에서 재혼 하셨다. 그러나 준식이와 그의 형은 도저히 미국인 새 아버지와 친해 지지 않았다. 준식이가 고등학교에 들어 갔을때 그와 형은 studio 아파트를 구해서 집에서 나와서 형과 같이 생활하게 되었다. 준식이의 형은 몸집이 조그마하고 키도 작았지만 준식이는 키가 거진 6 feet 에다 몸집도 미국인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형은 조그마한 몸체지만 당차고 깡다구에다가 성질이 불같이 급하고 무서웠다. 그래서 큰 준식이도 형에게는 꼼짝 못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준식이의 친구는 타주로 이사를 갔다. 그리고는 통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동안 준식이는 공부에 그렇게 신경쓰지 않았고 또 아무도 공부를 하라고 말하며 밀어 주는 사람도 없었다. 준식이는 커가며 형과 자주 다투게되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얼마후 형 아파트에서 나와 자기가 있을 곳을 찾게되었다. 특별한 기술도 없이 직업을 구할수 있는 일들은 McDonald..., Taco Bell 등에서 일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다보니 community college 에서 몇과목 택한것이 대학생활 전부가 되고 말았다. 그동안 거쳐간 직업들을 열거 하자면 한이 없다. 청소에서 부터 페인트, swap meet 장사, 세큐리티 가드, 주유소, 등등 여러가지였다. 한인타운에 있는 한 술집에서 security guard로 일하게 되었으며 또 그곳에서 일하던 아가씨와 사귀어서 결혼까지 하고 아들도 하나 있다. 여러번 가정 불화로 separation 까지 갔다가 근래에 다시 결합하여 살아 가고 있다. 그후로 security guard 일은 그만두고 요사이는 아파트에서 매니져로 일하고 있다. 혼자 수입으로는 부족하여 wife 도 가까운 한국 super market 에 나가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그런 도중에 친구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동안 공부 많이 하고 의과대학을 마치고 마취과 의사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 야. 그래 너 많이 컸구나... 그런데 네 동생은 뭐하니?" 하고 친구에게 물었다. "아.. 내동생은 지금 변호사가 되었다..... 그런데 너희 형은 뭐하니?" 준식이는 말문이 막혔다. 형은 그동안 갱단에 들어가서 눈부신 활약(?)을 한 덕택에 감옥소를 몇번이나 드나드는 전과자가 되었다. "그 인생 뭐하는지 내가 어떻게 아니?..... " "야.... 여하튼 진짜 반갑다.... 빨리 한번 만나자." 준식이는 갑자기 자기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의사에... 변호사에... 나는 뭐지...  올바른 직업도 하나 없이...'  "그래!" 대답하는 말이 약하게 나온다. "야!.. 너 요새 교회는 잘나가니?.. 그래도 믿음을 가지고 살아야지.... 우리 교회에서 한번 만나자.... 이번 안식일이 어떻니?... 우리 교회로 와라... 그때 만나자!" 얼떨결에 약속을 하고는 준식이는 생각에 빠진다. 옛날 "야! 임마... 이 자식... 저자식..." 하며 지내던 때와는 많이 틀려진 느낌이다. 반가움 가운데서도 어쩐지 서먹서먹한 느낌마저 든다. '야! 이녀석 출세 했구나... 네가 그렇게 될줄 나는 알았지.... 착실한 놈이었으니까.' 


그동안 신사복에다 넥타이를 안매다 매는 손길이 조금 둔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옛날 고등학교때 죽마고우를 만난다는 마음이 설레이며 부풀어 오른다. '어떻게 변했으까?' 안식일날 교회에서 만난 친구는 안경을 끼고 해서 다른 사람같아 보였다. 매끄럽게 차려 입고 하는 행동이나 손짓들이 자신에 차 보인다. 준식이 자신은 초라하게 느껴진다. 친구가 준식이에게 말한다. "어... 여기 몇몇 교회 친구들을 소개 시켜 줄께... 여기 Dr.김... 나하고 같이 일하는 친구고... 그리고 이 친구는 Dr.박...."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특별히 자기들만이 아는 병원 이야기나 의학에관한 이야기를 할때는 준식이는 이방인 처럼 느껴졌다. 새로 만난 친구들이 교회에서 돌아 갈때 좋은 차를 타고 나가며 준식이에게 손을 번쩍 들고는 하나 둘씩 간다. 준식이와 친구만 남았다. 준식이의 12년된 고물 포드 토로스가 어색하게 친구의 새 벤츠차와 대조를 이루며 파킹장에 서있다. 친구가 다정히 웃으며 말한다. "준식아! 우리 교회에 나와라... 그래서 같이 우정도 나누고..." 준식이가 피식 웃으며 친구에게 퉁명스럽게 대답한다. "야! 임마! 이 교회는 김이 새서 못 나오겠다." "왜 그래?" 의아한 표정의 얼굴을 짓는다. "사가 너무 많아서 못 오겠어!" "그게 무슨 말이니?" "의사, 박사, 변호사, 목사.... 그 삿자 말이야!" 내 뱉고는 횡하니 돌아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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