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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연한 벼싹-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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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연한 벼싹-김창곤

 

  우리집 앞 인도변에 몇 포기의  벼 이삭이 제법 갖추어 패었다. 오가는 수많은 분들의 눈길을 받고있는 터이라, 마치 사랑의 홈런이라도 날린 듯 온통 귀여움을 받는다.

너무 칭찬을받아서인지 이젠 고개를 조금숙인 모습에 여물어 가는 가을이 묻어와 결실의 아름다움 속에  미담으로 수놓아 간다. 봄도 막바지에 접어든 6월 초순, 모내기가 한창일 때였다. 해질무렵, 바람도 쏘일 겸 들녘 산책을 나섰다. 일손들은 사뭇 바빴다. 원근 간에서 이앙기 이용으로 모내기를 하는가하면, 2, 30 명씩 논에 들어서서 줄을 띄우며 한결같이 업드려 심고 있었다. 이 곳 저 곳에서 손모를 심는 모습들은 농촌풍경 그대로였다.

논둑 높직한 곳에 서서 전후 좌우의 풍경을 바라보다가 그곳 푸른잔디에 앉았다. 이름모를 꽃들이 바람에 하늘거리고, 깨긋하고 시원한 바람이 피부를 스친다. 순식간에 내 앞을 획 나르며 흰 가슴을 드러내는 맵시 예쁜 제비들, 수 주일 먼저 심어진 모들은 바람 따라 제법 물너울을 이룬다. 자연의 신비스러움에 잠겨  주변을 살피는데, 모내기를 끝낸 논둑에 버려져 있는 모가 눈에 띄었다. 그것은 아마 심고 남아 버린 것이겠지. 그리고, 논둑에서 말라죽겠지.  생각끝에, 그 연한 모를 한 줌 주워 가지고 왔다. 즉시 분재 화분을 마련하였다.

  또, 흙을 파 왔다.  밑거름을 배합하여, 곧 몇 포기의 모를 심었다. 넓적한 큰 화분에 어린 벼 몇 포기를 심고 보니, 보기에좋지 않아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에 두었다.

 10여 일이 지난 후,  나름대로 뿌리가  잡히고 거무스레한 것이 제법 벼 꼴이 되어, 그제야 자신있게 인도변에 내놓았다. 행인들이 "여기도 모 심었네" 하고 웃으면서 지나간다.

혹은 "저게 잘 자랄수 있을까?" 하고 의아심을 품어 보기도하며, 또 웃고들 간다. 나는 간간이 물을 주었다.

이제 1 개월 쯤 지나니, 들녘서 자라는 벼와 다름없고 보다 병 없이 잘 자란다.  요즘 흔한 벼 몇포기를 화분에 심어 키우는것이 무슨 경사나 되는 양, 이웃 분들은 갖가지 화재의 꽃을 피워준다. 한때는 버림받고 논둑에서 태양에 말라 죽을 수밖에 없던 연한 모가 지금은 그 환경이 바뀌어, 온 들녘에 가득 차 있는 벼 보다도 더 특별한 귀여움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를  두고 전화 위복 이란 말을 쓸수 있겠다. 그러나. 그것이 만약 사람의 경우라면 어떻할까? 아마 식물과는 다를 것이다. 누군가를 버리고 괴로움을 준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는 오래지 않아 그 버림당한 사람 앞에서 자신의 부끄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또 피할수도 없는 그 뜨거운 날 또한 있지 않을까 싶다. 어떤 과오 없이, 버림당함 속에서 극복하고 집념으로 소생한, 즉 전화위복 을 가져온  사람을 위해 솔로몬은 격려의 글을 남겼다. "겨울도 지나고 비도 그쳤고 지면에는 꽃이피고 새의 노래가 이르렀는데 반구의 소리가 우리 땅에 들리는구나"(아가2장11,12절).

사람이 서로를 버리는 일도 버림받는 일도 없는 그러한 곳이 있다면, 그 곳은 모두 화평으로 심어 의의 열매를 거두게 될 것이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금빛으로 여무는 그 벼이삭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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