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5} 산문(수필) 글쓰기 예문(2): '가을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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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기승을 부리던 이 해 무더운 여름 더위는 가고, 시원한 가을이라 가을이 오나보다.
횡포일까. 샛님일까. 어느 누구의 전격 퇴각명령일까. 대지의 열기를 쑥 내려놓고는 여름은
그만 조용히 사라져만 가나보다. 조식으로 이맘때면 시원한 바람 불어오고 살랑살랑 내 얼
굴 내 살갗을 간지럽게 스치며 지나간다. '나야 나, 나라고!', 이렇듯이 산듯한 미소 메너로.
반가히 알아본 그 정감, 그 물씬한 옛정으로. 그러기에 가을이 오고 또 이맘때면 우린 저절로
잘 익힌 노래, '가을이라 가-을 바람 솔솔 불어오고 푸른 잎은 붉은 치마 갈아입고서...'라고
아주 경쾌한 음조로 노래하는 것이리라.
아, 이젠 완연한 가을인가 봐. 그래서 가을맞이 반기는 이들, 지치고 검게 탄 얼굴 해맑게 주
름살 펴며 모두 산책길 나선다. 크게 환호를 하며 이렇게 사쁜 사쁜 오솔길 긷는다. 항용 가을
이 이렇게 그리웠기에 어떤 이는 '가을'이라 자기 이름 지어 불러보며 연민의 정으로 어깨동무
하고 가을과 함께 걷고 걷는다. 그러고는 이렇게 부드럽게 마구 속삭여 대며 한끝 마음을 부풀
리는 자유함이란 만고 전 신이 빚은 솜씨일까. 유연한 연분홍 핏줄이 보일락 말락 아름다운 소
녀의 보드랍고 도톰한 손등 거기에 고운 것이 봄, 봄, 봄이라면 가을이라 가을 넌 무얼까. 게다
가 파란 핏줄 듬성듬성해 가을이란 연윤의 고백이고 천리의 사색이고 보면 정녕 가을, 가을,
가을이란 네겐 노련한 해탈의 무릉도원 경지도 어줍짢게 엿보이련만, 그렇지 않는가, 가을이
여!
벗어도 무더워, 그리고 움추려도 강추위, 너희는 여름과 가을이라는 자아의식의 횡포가 아닐
까. 그러나 가을이란 그렇지 않는걸... 재 모습 재 자태 그 대로 단순히 나타내 보여줄뿐 자기라
고 해서 가을은 자랑하질 않는다. 다만 시원한 가을이라는 자기 이메이지 존재, 그리고 자기 분
수 그대로를 나타내 보여줄 뿐이리라. 그래서 가을은 좋은 게 아닐까. 푸르디 푸른 가을 하늘은
가을이 너무 좋아 가을 오면 축연 배풀어 어디서나 천고마비한 게 아닐까. 정작 해묵고 이끼낀
나무 마저 가을이 두둥실 좋아 오색으로 가지 수놓고 마치 물들인 불, 한사코 훨훨 타오르는
불로 말없는 찬가를 지어 부르는 게 아닐까. 워낙 소담스러운 오곡이며 백과가 무르익고 풍요
로운 계절로 풍미하는 가을이기에 넌 사람까지도 그 맘 알아 영롱하고 영글게 빚는 게 아닐까
싶구나.
옳커니. 가을, 가-을은 성숙의 계절이다. 정다운 가을 계절은 그 맛내음 굳이 묻어내지 않는다
손 치러래도 물씬 풍겨나는 정취 있어 난 한사코 가을이 좋아지는구만. 넌 인류 세계의 초월한
휴머니즘의 번뜻번뜻한 거울이질 않니. 내내 그대로 서서 그냥 고고하게 청아하기만 하여라.
가을이여! 넌 사색의 계절이러니 훨훨 나는 그 날개쭉지 그 청순한 그늘로 도포를 깐다. 곧이 곧
대로 난 거기 조용히 웅크리고 앉아 드높은 하늘을 응시해 보리라. 위로 위로 날으거라. 펄럭
펄럭하고. 정녕 가을이라는 네 본영까지. 앵무새 틀 이로 노래를 해도 여전히 네 가을 정취는
애정의 숨결 같은 아련한 정취가 아니더냐. 온통 네 가을맞이 기뻐서 저렇게 느긋하고 기쁘게
청백송 사자나무 기대어 서서 환하게 웃으며 함께 환호를 하는가 보렴. 가을이여 가을이라 하고...
* 이상의 수필은 제 글임으로 글쓰기에서 말한 10가지를 참작하여 취향 대로 자유롭게 수정 보
완해 보시고 더 나은 글쓰기를 익히시는데 유익 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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