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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단편소설} 고금도명사 이일원박사/또 하나의 파랑새는 하늘을 날고...(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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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하나의 파랑새는 하늘을 날고...]

   일원이는 부모님을 뵙고 추월이와 결혼을 하기 위해 고금도를 향해 떠나는 날이 되었다. 한사코 말씀하시는 숙모님의 권유를 따라서 일원이는 모처럼 멋진 곤색 양복 정장차림하며 윤이 나는 검은 구두로 갈아신고 숙부모님의 환송을 받으면서 고금도로 향했다.

   이번에 숙부모와 인쇄소 소장이 결혼식 자금으로 돈을 두툼하게 준대다가 그동안 자신이 모와둔 돈도 있고 해서 결혼을 하는데 재정적으로는 아무런 염려할 것이란 없었다. 거기다가 지금은 고등학생이 아닌가. 또한 이제는 주인의 사랑을 받는 듬직한 직장도 있고 해서 여행 중 일원이 눈에는 보이는 모든 것이란 다 안정적이고 아름다워만 보였다. 그래서 일원이는 "아, 내 앞길에 이런 날도 있구나!" 싶었다. 일원이는 다시 한번 숙부모님과 소장님이 무척 감사했다.   

   일원이는 우리나라 남쪽 바다에 인접해 있는 완도읍에 도착했을 때 부산하게 쏟아 다니며 쌀 몇포와 소고기, 닭고기며 여러가지 생선들을 몇 상자 준비해 배에 싣고 출발시간 가까스로 도착하여 고금도로 떠날 수 있었다. 후유-였다. 이리하여 일원이는 그동안 그렇게 그리던 고금도 부모님 집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일원이가 자기 집 싸리문 앞에 이르자 "부모님, 일원이가 왔습니다!" 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 이때 싸리문이 열리자 마자 봉창문이 함께 열렸다. 부모님이 고대하며 기다리셨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밖에 나와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잠시 방으로 들어갔는데 그 새에 아들이 왔다는 것이었다.

   "아니, 일원이 아니냐! 몰라보겠구나! 아니 네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많이 변신한 거냐! "

   밖으로 튀쳐나오신 부모님이 너무나 감격한 어조로 일원이를 감싸 안고 아들의 등을 내내 두둘기며 부벼대시면서 내밷는 말씀이었다.

   얼핏 집안 사방을 둘러본 일원이에게는 아직도 여전히 찌든 가난을 이기지 못한 그대로가 엿보였다. 너무나 안타깝기만 했다. 그래서 일원이의 눈에서는 왈칵 눈물이 흘러나왔다.

   "부무님, 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이 자식은 지금은 중학교를 졸업했고 조금 있으면 고등학교를 졸업합니다. 지금 좋은 인쇄소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

   이렇게 말한 일원이는 부모님 앞에 엎드려 절을 하고 다시 일어나 말없이 어머니 아버지를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면서 "저를 숙부모님집에 보낸 일은 잘하신 일이 되었습니다. "고 했다.

   "그러느냐! 참, 좋구나! 그렇게 하고싶어 하던 공부를 어떻게 그렇게 하고...이렇게 해서 잘 사는 날이 오는 게로군! 안그러냐?"

   "예, 아버지, 어머니!"

   사실 일원이 아버지가 일원이가 워낙 공부를 좋아하고 사람 되어감이 기특해서 육지에서 만난을 딛고 일어나 이젠 그런 대로 살만하게 되었다는 동생 더러 통사정하고 심심부탁한 것이 지금 이렇게 보람되게 된 것이 되었다.

   "모든 것이 아버지 몸이 병약한 탓이었느니라."

   "그런데 아버지, 그때는 자식이 철이 없어 아버지가 병약한지도 잘 몰랐습니다. 다만 공부가 하고싶어 때를 쓰다보니 아무 것도 보이질 않았습니다. 아버지 속을 태운 모든 것 다 용서해 주시겠지요. 아버지!"

   "아니다. 아니여...! 내가 네 맘 잘 안다. 그런데 이젠 며칠후 네 혼사 일이 걱정이구나. 아무 것도 없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엄두가 나지 않아."

   "아버지, 결혼식은 제가 모든 것을 잘 알아서 할테니 부모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부모님 조금만 기다리세요. 우리가 결혼을 이렇게 서두른 것도 부모님을 가능한 속히 육지로 모시고싶어서 그럽니다.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것입니다."

   "알겠다. 이젠 육지도 가보고 참 좋은 날이 오는가 보구나!"

   이렇게 하여 일원이는 포항서 준비해 온 아버지 어머니 새 비단옷을 내놨다. 그리고 준비해 온 흰쌀포들이며 고기류를 열어 부모님께 일일이 보여드렸다.  결혼식은 추월이 집에서 하게 되고 잔치용 대부분의 쌀과 고기류는 그리로 옮겨갈 것이라고 말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이런 많은 쌀과 고기는 부자집 잔치에서도 잘 보지 못한 터인데" 하면서 무척 기뻐하고 즐거워 했다. 효성이 지극하고 퍽 자상한 일원이는 육지에서 준비해 온 특별한 음식과 과자류를 내놓고 부모님이 맛있게 잡수시게 하면서 거기 포항에서 지내온 자상한 이야기를 말씀드렸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신 일원이 부모님은 한없이 기뻐했다.

   다음날 아침이었다. 유난히 화창한 날씨였다. 일원이는 아랫 마을 추월이 집을 찾아갔다. 아마도 추월이네 집에서는 일원이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일원이가 속히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던 것 같다. 일원이가 추월이 집에 이르자 기다렸다는듯이 추월이 어머니가 얼른 나와서 일원이 손을 부여잡으면서 일원이를 반겼다. 그러는데 추월이와 추월이 오빠 부부가 함께 나와 일원이를 반갑게 맞았다. 일원이는 예상 외로 너무나 기뻤다. 유득 일원이의 잘나 보이고 훤칠한 키에 정장 양복차림하며 반짝이는 검은 구두가 돗보였던지 추월이 엄마는 미소하며 "육지에 가서 금방 성공했구나!" 그랬다.

   일원이는 그 인사를 공손하게 받으면서 추월이가 자기 옆에 나타난 것이 보이자마자 추월이를 꼭 끌어안고 서로 눈물을 글썽였다. 너무나 감격해서 그랬겠지.

   "추월아, 날 원망하지는 않았느냐? 널 생각하면서 힘써 살았어!"

   "일원이, 너무 그립고 너무 보고싶었어. 너무 반가워!"

   "추월아, 이젠 그런 슬픔의 날은 다 지나갔어. 이젠 항상 같이 있을 거야!"

   "어떻게? 잘 모르겠어!"

   "날 믿어. 믿으면 되게 되어 있어. 나중에 다 이야기 해줄께..."

   일원이와 추월이의 눈에서는 그동안 사로 연모해 온 정겨운 마음 때문이었는지 눈물이 많이 흐르고 있었다.

   이 모습을 시종 지켜보고 서있던 나이 많은 큰 오빠가 하는 말이 "아니 두 사람 사이가 어느 틈에 이 정도가 되었어. 그러면 그렇다고 추월이가 내게 진직 말을 했어야지. 추월아 아니 그러냐? 추월아, 내가 네게 많이 미안하구나!" 그랬다. 그런 다음 추월이 오빠의 권유로 모든 식구가 방안으로 들어섰다.

   결혼식은 추월이 마당에서 멍석을 깔고 하기로 했다. 쌀과 고기들은 집에서 이리로 옮겨오기로 했다. 그러고는 결혼식 때 입을 추월이 엄마 한복이며 추월이 한복, 그리고 여행 중에 입을 추월이의 일반복과 화장품을 내놓았다. 모든 가족들은 일체감 있게 이것들을 구경하면서 모두 좋아했다.

   일원이는 추월이 엄마와 오빠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다.

   "전 이미 중학교를 졸업했고 곧 고등학교를 졸업하게 됩니다."

   "아니, 직장 다닌다고 들었는데..."

   "일석이조했지요!"

   "그말이 무슨 말이지?"

   "돌 하나를 가지고 새 두 마리를 한꺼번에 잡는다는 말로 직장도 다니고 학교공부도 해서 마치고, 이렇게 둘 다 했다는 말이지요."

   "일원이가 영특하고 아주 유식해졌구만 그래."

   다소곳이 앉아서 가슴에 포만감을 가지고 가만 듣고 있던 추월이가 나서더니 마치 자기 성취나 된듯이 입을 열어 너무나 행복해 하며 말했다.

   "잘 했네. 벌써 깜짝 중학교를 마치고 지금은 고등학교를 곧 졸업하게 된다고... 과연 '천재' 일원이구나!"

   일원이가 말했다.

   "어머니, 내일 추월이를 대리고 여기 가까운 공부산에 잠시 다녀올까 그러는데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추월이 엄마가 추월이 쪽을 바라보면서 말씀했다.

   "그럼, 그렇게 하거라. 추월이 잘 들었지!"

   이리하여 그 뒷날 일원이와 추월이는 함께 공부산으로 올라갔다. 이렇듯이 가난의 대적을 물리치면서도 서로 애뜻하게 사랑하는 순정이 무르익고 열매맺게 된 것은 일원이 말 대로 "신의 가호와 섭리"였던 것이 분명한듯 했다.

   일원이와 추월이는 일원이가 지난날 자주 안기를 좋아했던 바위 위에 나란하고 가깝게 앉았다.

   "추월아, 부엉이산 이름을 내가 공부산이라고 고쳐 부르게 되었단다. 우리 둘이 이렇게 여기서 만남은 신의 섭리와 인도가 있는 건 아니니. 내가 좋아하는 공부산에 너랑 이렇게 같이 앉아 있다는 것이 꼭 꿈만 같구나. 그런데 추월아, 좀 물어보자구나. 꼭 둘-만..."

   이때 추월이가 일원이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뭔데...?"

   "미처 네게 말못했어. 우리가 결혼해서 말야 육지에 가서 살게 되면 우리 부모님 가능한 속히 그리로 모시고 가서 살고싶은데... 네 생각은 어떠냐?"

   "뭔가 그랬네. 여기든 거기든 어디가 되던지 함께 살 거 아냐. 그래야지. 그런데 문제는 부모님을 어떻게 모시는가가 문제 아냐?"

   "정말 그렇네. 추월이 넌 벌써 그 문제를 생각해 봤어?"

   "가난이 모두 원수이고 걱정이고 염려 아냐. 집에다 늘 쌀이나 부모님 좋아하는 식품이나 음식류를 많이 사다놓고 마음 대로 풍족하게 잡수시게 하는 거야. 그러면 부모님은 넉넉하게 잘 사는줄 알고 행복해 하시고 염려하시지 않을 거거든. 대신 모든 생활은 절약하고 돈을 그쪽으로 주력하고..."

   "아, 그렇구나. 난 그런 것을 까마득히 몰랐었구나. 네가 내게 가르쳐주었다. 알았다, 알았어. 역시 추월이야!"

   "그런데 문제는 부모님이 그것을 아끼고 잡수시지 않으실 거거든. 그래서 잡수시게 하는 방법이 있어야 하지. 그건 정기적으로 그것들을 사들이는 거야. 그러면 결국 나중에 부모님은 먹을 것이 이렇게 풍족하구나 하고 안심하면서 그때부터는 마음놓고 잘 잡수시게 될 거거든... 그런데 또 하나는 뭔데..."

   "기발한 묘안이로고. 그렇구나. 그런데 또 하나다. 넌 나하고 살면 가난하게 살거라고 생각하지 않니?"

   "난 내가 일원이를 사랑하고 살면 좋을 뿐이야. 서로 최선껏 살면 되고...그렇지 않을까?"

   "아, 추월아, 눈물나게 고맙구나! 우리 서로 하나 되고 함께 힘을 보테서 잘 살아보자구나! 그런 뜻으로 우리 서로 두 손을 잡아보자구나! 이렇게! 추월아, 난 가난이 지긋지긋하게 싫다. 그리고 정말 못배운 것도 싫다. 잘 살아보고, 잘 배워보자구나! 응!"

   추월이는 서로 손을 잡은 채 일원이 얼굴을 바라보면서 묵시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응답했다.

   "응...!"

 

(다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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