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 (시와 해설) > 글동네

사이트 내 전체검색

글동네

기포 (시와 해설)

페이지 정보

글씨크기

본문

 

기포

백 파

 

은빛 구,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 마음처럼

모양이 동그랗다

 

바람은 고통의 순간을 수제비 구름처럼 몰려다니고

기포 속 은빛 바람은

깊은 바다에서 별이 되어 반짝인다

하늘과 땅 아래서 바람을 옷 입은

은빛 구,

그 속에 시를 생각하면 생은 얼마나 뜨거운 것인가

땀방울로 바다를 채워도

공허한 진실은 시를 보듬고 헤엄쳐 오른다

덩달아 하늘도 낮게 낮게 내려온다

 


 

해설

생명체는 동그라미부터 시작된 듯합니다.

있음의 존재는 온통 둥근 것뿐입니다

우주가 둥글고 별이 둥글고 지구도 둥긂니다.

눈알이 둥굴고 형체가 없는 마음까지도 둥긂니다.

둥긂은 인간의 실존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러기 때문에 둥긂의 경이를 발견하는 것은 최고 희열입니다.

동그랗게 생긴 알집에는 생명을 품고

동그랗게 생긴 기포에는 허무를 품고 있습니다.

이들은 외형이 둥글다는 것과 그곳에 무엇이 들어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알집이 터지면 생명이 태어나고 기포가 터지면 허무가 태어납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는 알집이 되었건 기포가 되었건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나중이랄 것 없이 끊임없는 순환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바람을 불어넣어 인간이 되었을 최초의 아담도

기포가 터지면 무(無)가 되듯 한 목숨 끊어지면 헛됨만이 남습니다.

결국 바람은 생명이고 생명은 바람입니다.

그러므로 바람도 헛되고 생명도 헛되고 도달과 출발점이 다 헛됩니다.

죽음은 무(無)로 드러가는 유(有)의 현상입니다.

유는 무를 낳고 무는 유를 낳고 무와 유가 서로 꼬리를 물고 결사적으로 둥긂을 유지하는 이유는

그것이 서로의 알집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없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에너지가 꽉찬 상태,

언제든 속도감과 함께 생명의 순환 고리 속으로 뛰어들기만하면

에너지는 생명이 되고 생명은 다시 에너지가 됩니다(E=mc2).

소설가이며 시인인 릴케의 시는 난해하기로 유명합니다.

그의 시중에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niemals Niergents ohne Nicht


이 글귀를 에드워드 스노우씨는 이렇게 번역하였습니다.

아닌것 없이는 현존은 없습니다. 

이 뜻을 풀이하자면 비현실이 현존이라는 결론입니다.

독문학자 김재혁은 같은 문장을 이렇게 번역하고 있습니다.

<아니오 가 없는 아무데도 없는 곳>이라고 참으로 아리송한 번역을 했습니다.

파스칼이 말했듯 나는 왜 저곳에 있지않고 이곳에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의문을 던졌던 이곳과 저곳이란

의식과 돌봄이 없는 감시받자않는 곳을 말합니다.

아무데도 없는 곳은 바로 없음이기 때문입니다.

없는 형용사구로 한정할 수밖에 없는 은빛 기포와 다를 바 없습니다.

오늘의 시 제목은 <기포>입니다.

정치적 역경이 소용돌이치는 공간을 휘젖고 다니는 비눗방울 같은 것이 아니라

속세를 떠나 모든 것을 피하여 간섭이 없는 깊은 바다 속으로부터 물방울이 시작되는 물속의 기포입니다.


땀방울로 바다를 채워도

공허한 진실은 시를 보듬고 헤엄쳐 오른다

덩달아 하늘도 낮게 낮게 내려온다


해저 깊숙이 숨어 있던 기포가 수면을 향해 뜨기 시작하면서부터 생은 시작됩니다. 

기포의 수명은 수면에 닿을 때까지입니다.

수면에 닿자마자 기포는 하늘의 일부가 됩니다.

기포는 수면을 향하여 위로 위로 상승함에 따라 하늘이 점점 가까워집니다.

한정된 인간의 삶을 좀 더 가치 있게 쓰는 방법이 없을 까요 

록펠러는 대학을 42개를 세웠지만 총장을 사양했고

교회를 4700개난 세웠지만 장로직을 사양했습니다.

교회의 십일조를 계산하는 사람만 매일 40명입니다.

그는 매일 십일조를 교회에 바쳤습니다.

미국사람들은 록펠러를 라카펠라라고 부릅니다.

 

이번 년말은 참으로 겸손한 그릇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KASDA Korean American Seventh-day Adventists All Right Reserved admin@kas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