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십 년 / 오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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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조강지처여-
시집 온 아내에게
10년만 기다리라 했다.
찌든 셋방살이
지지리 궁한 살림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을 거라
다짐해주었다
세월 따라 부러 난 자산
아이들 틈바구니에 끼어
맞버티어 씨름하는 사이
수레바퀴가 어지럽게 회전했다
그러다
한 10년 토막이 동강났다
“10년만 더 기다려줘”
사람은 세월을 기다리나
세월은 인간을 기다리지 않는 철리
스쳐가는 그 뒷자락 놓지 않으려
안간힘으로 붙들어도
다부지 세월의 뿌리침에
뒷전 놓치고야 알아차렸다
이미 주름진 아들의 얼굴에서
거울에 비친 자화상을 본다
거듭된 10년의 동안 뜸,
아, 그 동안 뜸에
마음은 비틀거리어
“10년 더 기다려봅시다”
새나간 섣부른 줄줄 10년들
꿈, 바람, 그리고 은발이
몽땅 서리어있는 세월들
인간사 체념의 실마리에 묶어
새로운 영원의 10년에다
종언(終焉)을 걸어봄이....
....어떨지요.... 어떨지요
한미작가 공선 '에피포도 예술문학상' 시 부문 수상
시 문집: 고백, 복음의 생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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