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박 나무꾼 (시와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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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주박 나무꾼, *
강위덕
억새풀 누운 너덜겅 지나
두목골 산 중턱에 선다
심 봤다 고주박이다
곰팡이 낀 고주박 둥치가
염낭거미의 원통형 두루 주머니** 같다
여윈 뿌리를 날개처럼 벌리고
주둥이를 땅속에 박은 채 추위에 떨고 있었던 듯
이놈만 송두리째 파서 집에 옮겨 놓으면
난방굴뚝에 두루 주머닌들 못 채울소냐
도끼 등으로 둥치의 좌우를 흔들어 친다
아마 수무 번도 더 쳤을 것이다
땅에 박힌 고주박이 느슨해진다
허리에 감긴 얼어붙은 겨울의 흙
시린 가슴 흔드는 바람소리에 그렇게 흘러갔을
이러구러한 질긴 인연들이 뿌리체 흔들리고 있다
쥐뿔만한 나의 자존심도 함께 흔들리고 있다
시와 시인의 말
우선 이 시의 제목을 유심히 살펴보셔야 시의 출발이 순조로워 집니다.
고주박 나무꾼이라는 제목에 굳이 찍을 필요가 없을 듯 한 쉼표( , )가 있습니다.
이 쉼표를 염두에 두고 이 시를 찬찬히 읽으면 그 의미를 새롭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시의 제목에 쉼표를 붙인 까닭은 고주박 나무꾼으로 호칭되었던 존재들이 쉬고 있다는 뜻입니다.
쉼표는 단순한 문장부호가 아니라
고주박 나무꾼을 더 이상 찾아 볼 수 없다는 시대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때는 만물이 얼어붙은 겨울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에
겨울의 풍경이 비치는 절망과 허무를 상징하는 비극의 장르에 맞닿아 있습니다.
* 가난한 시절 가랑잎 땔 깜도 못하게 하니
덩그렇게 뿌리만 남은 고주박 둥치는 유일하게 굼불을 집히는 연료입니다.
연탄도 없던 시대이니까요. 석탄 백탄은 화통 기차나 목욕탕에서나 활용이 가능했지만 가정에 연료론 사용되지 않았던 시대입니다.
곰팡이 낀 고주박 둥치가
염낭거미의 원통형 두루 주머니 같다
**염낭거미 암컷은 번식기가 되면
나뭇잎을 말아 작은 두루 주머니를 만들고 그 속에 들어앉아 알을 낳습니다.
알이 부화되면 자신의 몸을 자식들의 먹이로 내놓고 엄마의 살을 뜯어먹고 살게 합니다
마치 고주박과 같습니다. 고주박은 어느새 추위에 떨고 있는 가정과 한가족이 되어 그 가정을 위한 희생 재물이 됩니다.
도끼 등으로 둥치의 좌우를 흔들어 친다
아마 수무 번도 더 쳤을 것이다
땅에 박힌 고주박이 느슨해진다
허리에 감긴 얼어붙은 겨울의 흙
시린 가슴 흔드는 바람소리에 그렇게 흘러갔을
이러구러한 질긴 인연들이 뿌리체 흔들리고 있다
일제에 항거한 유관순이나
독제에 항거한 이름모를 여학생이 수사관에게 옷을 벗기우고 몸과 마음을 빼앗긴
현대판 고문에 희생된 데모꾼들이 생각납니다.
이러 그러한 희생이 바탕이 되어 오늘을 만들어갔고
선진국의 대열에서 세계에 우뚝 서 있습니다.
저는 세계의 도시 동경에서 태어났고
세계의 도시 서울에서 수십년을 살았고
세계의 도시 뉴욕에서도 삼십년을 살았습니다.
세계의 일등, 이등, 그리고 3등 도시에서만 살았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품 같은 곳은 역시 서울입니다.
갑자기 서울이 그리워집니다.
딱 한번 서울을 다녀왔지만
그때도 벌써 22년이 지났습니다.
지금은 22년 전보다 많이 발전되었다고 하더군요.
제2차 세계대전을 일본에서 겪었고
625사면을 한국에서 겪었던 파란많은 한 인생,
집신짝 시절부터 빅뱅시대까지 문명의 격변기를
한그림으로 체험하면서 이렇게 바람따라
피닉스에 이사 온지도 어언 10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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