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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단편소설} 고금도명사 이일원박사/푸른하늘, 서울로 날아라(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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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푸른하늘, 서울로 날아라]

   거실로 들어가 의자에 앉은 숙부는 일원이 부부더러 "두 사람, 너희들 결혼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숙부모님, 먼저 인사드리겠습니다. 이리하여 일원이 부부는 자리에 엎드리면서 숙부모님께 공손하고도 정중한 인사를 드렸다.

   "...................................................................."

   "평안하게 앉거라. 일원아, 그런데 말야. 인쇄소에 연결된 건물에 방치된 빈 방이 하나 있지 않더냐. 소장이 너 오면 거기 살게 한다고 지금 서두르고 수리하고 야단법석이란다. 네가 그집 일을 하고 있는 터라 내가 나서서 뭐라고 말하기도 주저스럽고 해서 말야. 그래서 그냥 그렇게 보아넘기면서 지내고 있는 터구나. 어찌 하면 좋겠느냐?"

   "숙부님, 좋네요. 우리가 숙부님 집에서 사는 건 기정 사실이어서 언제나 안방이고, 소장님 집에서 살 수 있는 건 내 삶의 공간이 그만만큼 커진 것 같아서 좋은 일 같네요. 우리집 사랑채인 그곳에 가서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요. 숙부모님."

   "듣고보니 그렇구나. 일원이는 판단력도 빨라. 그럼, 그렇게 하자구나."

   이리하여 며칠 후 일원이 부부는 인쇄소 건물로 이사를 했다. 안정되게 이제 달콤한 신혼부부생활의 대장정의 막이 막 피워오르는 것이었다. 막상 수리를 잘 해놓고 보아하니 너무나 주변 환경도 좋게 보였다. 초가집과 달리 사각진 깨끗한 방이 되어서 우선 추월이가 아주 좋아했다. 추월에게는 살판이 난 것이다. 다만 일원이 생각에는 방이 하나여서 얼핏 어떻게 부모님을 모시고 이 방에서 함께 살 수 있을까 싶었지만 우선은 형편을 따질 때가 아니고 대처하는 것이 급선무인지라 일원이는 이런 부모님 사정 말을 추월이에게는 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몇날이 지난 후였다. 추월이가 이렇게 말했다.

   "부모님 오시면 이 한 방에서 지내실 수 있을까? 가운대로 휘장을 치면 되겠지!..."

   "추월아, 우선 그 생각을 접어두면 어떨까 싶구나. 곧 고등학교 졸업하는 검정고시가 있거든.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을 진학해야 하겠는데 만일에라도 대학을 가게 되는 날에는 이 도시를 떠나야 할지도 모르거든.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에 대학 갈 어떤 뾰쪽한 무슨 수가 있는 것도 아니지만 ... 아직 전혀야. 다만 그렇게 생각해 보는 것이지. 어떻든 간에 그래서 부모님 모시는 시기에 대해서는 잠정적으로 좀 더 두고 생각해 보자구나!"

   "알았어!"

   이리하여 일원이는 여러 달 후에 있는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거뜬히 통과했다.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셈이다. 말하자면 대학 진학 시험에 응시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먼저는 일원이에게는 대학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어찌 보면 그것 보다 더 중한 건 당장 재정이 없으니 대학진학이란 태산처럼 오르기 불가능한 일로만 생각되어졌다. 무엇 보다 더 향학열에 불타는 일원이에게는 이렇게 차츰 다가오는 이 일로 인해 골몰해질 수 밖에 없었다. 일원이는 아직도 분명히 "새장" 안에 있음을 실감하면서 확인하는 것 같았고 답답해했다. "새장"이라는 본채는 돈이었다. 새장이란 열어주는 자가 있어야 그 새는 저 푸른 하늘로 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어느날 일원이는 인쇄소 일을 하다가 앞이 너무 깜깜해지는 것 같아 "어찌할꼬!" 하고 울 상(죽을 상)이 되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일원아, 어찌해 그러느냐?"

   문밖에서 막 문을 열고 들어온 소장이 일원이를 보고나서 깜짝 놀라 하는 말이었다.

   "아니 절 보셨어요. 아무 것도 아니예요."

   "큰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그래 그게 도대체 뭐냐? 어서 내게 말해보거라!"

   한참동안 일원이가 우물쭈물하다가는 말을 꺼냈다.

   "말씀 드릴 수 밖에 없군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보니 대학을 가고 싶은데 대학은 검정고시로는 졸업할 수 없거든요. 정규적으로 학생이 되어 매일 학교를 다녀야 하고 학비를 재 때 재대로 내야만 공부를 할 수 있거든요. 설사 제가 대학시험에 합격한다고 해도 돈이 없어서 대학진학이란 건너지 못할 대동강이고 오르지 못할 태산준령이어서 지금 공부는 말할 수 없이 하고싶은데 길이 없고 해서 답답해 하던 참이예요. 뭐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거든요! 오래 전 숙부님은 절더러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고 늘 다니다 보면 길이 된다." 라고 하셨는데 그 감이란 게 제게는 잡히질 않아요? 소장님, 이런 경우 어쩌면 좋지요!"

   "아, 그러니. 네 고충은 대강 알고 있었다만... 네가 그렇게 속성으로 중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을 보고서 우리 부부는 놀래버렸다. 넌 공부를 해야 할 애이다. 가만 있자... 대학을 가려면 서울로 가야 하고...그런데, 학비며 서울에서 살 집새가 워낙 만만치 않거든... 실로 아무 것도 가진 것 없이 역부족이거든...이런 땐 말야, 하나 하나씩 풀어가는 거다. 혹시 내가 너희 살 집은 마련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지금은 당장 잘 모르겠구나!"

   이때 일원이가 직답 말을 했다.

   "아, 그래요! 그런 기거할 집이 있다면 이 기회에 날 밀어주십시요! 소장님!"

   "가만 있자. 그럼, 내가 내 형님에게 서울로 전화를 해 본 후에 다시 너하고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자구나. 나도 너를 최선껏 돌봐주고 싶구나!'

   일원이는 밤이 되어 자리에 누웠지만 전혀 잠이 오질 않고 수많은 별들만 빤짝이는듯 했다. 일원이는 옹색한 잠자리에서 다시 일어났다. 불을 켜고 가만 보아하니 요사이 육지생활에서 이것 저것을 접하면서 살아가기가 너무나 재미난 추월이는 잠마져 행복하게 곤히 잠든 모습이어서 그 아름다운 모습을 한참동안이나 내려다 보았다. 그러면서 일원이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네 행복을 지켜주지. 공부도 신의 섭리가 있는 것인데..." 그랬다. 그런데 실로 이 생각이 현실적으론 허황한 것 같았지만 막간 데는 거기 밖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루한 이틀이 지나갔다. 기다림의 시간은 이렇게도 힘든 것이었다. 소장이 갑자기 일원이 부부를 불렀다. 일원이는 얼른 생각했다. 부부를 부른 것을 보면 굳 뉴스가 있는 건가, 아니면 ...하는 생각이 들면서 소장을 만나기가 두려워졌다. 어릴 적에 진학문제 때문에 아버지 말씀 기대했다가 대실망했던 일이 불현듯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일원아, 좋은 소식이 왔다."

   "그래요! 와, 화이팅...!'

   "결론적으로 말하면 내 형님이 네가 그렇게도 애지중지한 청년이라면 그렇게 하지, 그랬다. 이제 네가 서울로 가서 공부를 하는 동안은 기델 데가 있는 것 같다. 정정 어려우면 말야, 내가 새 논 전세방을 빼지 뭐. 아니그렇느냐. 집사람이 그렇게 해서라도 일원이를 서울로 보내라고 그러더라. 형님이 서울에서 조경사업을 하는데 조경사업 쎈터에 있는 허술한 집을 이용해 보라는 거다. 아마도 여기 네 방 비슷하지만 거기는 방이 둘이나 된다. 그 집에 살면서 관리해 주고 일을 도와주면 생활할 상당한 보수도 주기로 했다. 결정된 거야. 그런데 말야. 가만히 생각해보니 "떡 먹기 전에 김치국 마시기", 그랬던가. 아직 네가 대학시험도 치르지 않았는데 말이다. 안그러냐?"

   "그러긴 그런데요. 제가 그 집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꼭 들어가겠습니다. 소장님을 믿겠습니다!"

   "아니 조건은 네가 대학을 갈 경우다. 그러기 전에는 넌 이곳에 있어야 하구!"

   "예, 알겠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소장님! 소장님의 넓으신 가슴에 우선 감사드립니다!"

  이리하여 일원이의 앞길엔 서광이 강열하게 비취오는듯 했다. 일원이는 그것을 직감했다. 일원이는 드디어 대학예비고사를 거쳐 대학을 택할 때에 에쓰대학 대신 와이대학 정외과를 택한 것은 학교가 일자리와 가까운 곳을 고려해서 부득불 그렇게 하기로 했다. 그리고 부모님과 추월이의 도시생활에서의 활동공간을 고려해서 그렇게 할 수 밖에 다른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열에 불타는 일원이에게는 이렇게 막무간에 정진도 할줄 알지만 사려깊게는 일보 후퇴도 할줄 아는 자제와 여유만만한  청년이었다. 지금 결단한 일원이의 선택은 앞으로를 두고 보았을 때 참으로 지혜롭고도 잘한 일이었다.

   이젠 문제는 학자금이었다. 의지해 보고 통사정해 볼 곳이란 오직 숙부 밖엔 아무도 아는 다른 이가 없는 터였다. 일원이는 마음을 단단히 고쳐먹고는 숙부집을 향해 부지런히 걸어갔다.

   "숙부님, 어떻게 하면 좋아요. 우리가 그동안 모와놓은 것이란 이것 전부예요. 등록금을 어떻게 해서 낼 수 있을까요? 숙부님!"

   일원이는 이렇게 말하면서 돈이 든 두둑한 봉투를 슬며시 숙부님 앞에 내놓았다.

  사실 알고보면 숙부 역시 일원이 부부에게 잘 살게 보여졌을 따름이지 봉급생활을 하면서 당시 전반적으로 가난하게 사는 시대를 이겨내고 있는 상황이었으며 물샐 틈이 없는 계산적인 생활을 해야만 꾸려나갈 수 있는 생활형편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면서도 내심 공부하고자 하는 놈 외아들을 유학을 보내지 않을 수 없었던 사정이여서 미국까지 보내놓고 보니 생활이 실로 더욱 힘들었던 참이었던 것이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숙부는 일원이 일로 진직부터 생각해 온 바가 따로 있었다. 글쎄 검정고시 출신이 서울 와이대에다 그것도 정외과에 1-3등 근사한 차이로 합격한 것을 보면 이놈은 수재가 아니라 천재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일이어서 감격하고 또 감격하고 있는 터였다. 이런 일을 보고서도 어찌 이 일을 수포되게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애는 어떻게 해서라도 공부를 하게 해야 한다는 숙부 나름 대로 마음 먹은 것이 따로 있었다. 그래서 이때 숙부는 일원이 말을 듣고나서 일원이의 그 공부에 대한 그 열정에 마음이 격발한 남어지 결정적으로 일원이에게 과분한 말을 내밷고 말았다.

   "일원아, 어려운 생활 중에 돈을 모왔구나! 그 돈은 네게 두거라. 사울로 가지고 가서 생활에 보태거라. 그리고 너의 1년 학비는 내가 부담하겠다. 그리고 그 다음은 또 같이 연구해 보기로 하자구나. 그러나 기어코 학교를 졸업하기로 하고 이것을 너와 내가 약조하면 어떻겠느냐? 이 말의 의미를 알겠느냐?"

   "예, 숙부님, 백번이라도 그렇게 하겠습니다.  감사 감사합니다! 숙부님!"

   이렇게 말한 일원이의 눈에서는 눈물이 주루륵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러나 그 눈물도 그의 미래를 가리지는 못했다. 일원이에게는 대동강도 건넜고, 태산준령도 무너난 것이 환하게 내다보였던 것이었다. 그냥 질펀한 대양 같은 성공의 지평만이 환하게 내다보였던 것이었다.  자신감을 가진 것일까. 일원이는 속으로 "아, 신의 섭리여!" 그랬다.

   "그런데 말야. 이 숙부는 네 과선택이 좀 미심적거든..."

   "왜요?"

   "이미 한번인가 말했지만 만시지탄인 말 같구나. 참고 말인지 단지 걱정 말인지 모르겠구나. 두 가지다. 줄곧 박사학위까지 공부하려면 필시 재정 압박이 따르고, 정외과를 적당히 공부하다 보면 직장을 얻는 폭이 넓지 못하다는 것인데 말이다. 정외과(정치외교학과)는 보통 머리 좋고, 재정 좋고, 배경이 좋은 애들이 진학하는 코스거든 ... 너에겐 무리한 선택이 아닌지!"

   "숙부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등등 숙부님의 가르침이 지금 제 골수에 사무쳐 있습니다. 숙부님, 이 길을 가게 해주세요! 서울에 가면 저의 최선의 길을 기울여 보겠습니다. 저는 신의 가호와 인도와 섭리를 체험을 통해 터득하고 있습니다. 숙부님의 그 염려를 줄일 수 있도록 힘써보겠습니다. 숙부님!"

   "아, 그러냐. 잘 알았다. 네 머리를 의지하지 않고 신의 섭리에 의존하다니 기특한지고. 정정 네 생각이 그러하다면이야 내가 지금 네게 한 말은 귀담아 두지 말거라!"

   드디어 푸른 하늘, 저 서울로 날으는 가슴 벅찬 시간이 가까왔다. 그에게는 투우사처럼 머리를 싸매고 너냐 나냐 하면서 공부싸움을 벌리거나 승폐를 겨루는 버릇을 가진 결코 만만치 않는 일원이였던 것이었다.  이제 날렵한 공부벨레 한마리가 용트림하면서 윙하고 와이대에 날라들어온 것이었다. 사실 이건 와이대에 비상이 걸린 셈이 되었다.

   일원이 부부가 서울로 가는 날이 되었다. 인쇄소 소장 차로 친히 소장과 함께 가게 되었다. 일원이에겐 군대시절에 서울을 거쳐 간 적이 있기는 하지만 처음 가는 서울이기에 소장이 일부러 같이 동반해 주겠다는 약속이 있었다.

   둘 다 키가 큰 일원이와 추월이는 마당에서 숙부 부부에게 마지막 인사를 공손히 드렸다.

   "숙부님, 숙부님을 닮겠습니다! 그동안 건승하시고요! 숙부모님!"

   "그래, 난 너를 믿겠다. 가서 청운의 뜻을 잘 펼치거라! 어서 차에 올라타거라."

   일원이 부부는 차가 커브길을 돌아나갈 때까지 숙부모를 향해 손을 흔들어댔다. 역시 숙부모 내외가 손을 높이 흔들어 보이는 모습이 아스라히 역역하게 보였다. 일원이는 마음 속으로 "고마우신 분들, 언제 이 은혜를 갚을꼬!" 그랬다.

   숙부모는 일원이 부부를 보내놓고 선자리에서 금새 허전해졌다. 일원이 숙부모는 한걸음 두걸음 천천이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숙부가 이렇게 말했다.

   "일원이는 건출하고 대단한 놈이야. 공부 마음이 속에서 이글이글 불타고 있거든..."

 

(다음 계속)

 

추이:다음은 마지막 회로 '세계의 하늘, 영국 런던으로 날아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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