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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람 (시와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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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람

강위덕

 

나뿐이야 하는 사람

나쁜 사람 되나 봐

 

동물들은 눈으로 열린 세계 보지만

나뿐이야 하는 사람

덫을 놓고 기다린다

 

나뿐이야 하는 사람

남의 마음 불 지르고

냄비뚜껑 열었다 닫았다

애를 끓인다

 

 


해설

돌 속에 숨어 천년 사랑의 비원을 안고 걸어가는 극히 평범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상처받아 찢기고 아픈 가슴, 여윈 등 바람에 찢기며 살아가는 저 들판의 억새들처럼

외롭게 살아가지만 모든 사람에게

사랑을 고봉씩 퍼주고도 무엇이 좋아 그리 웃는 이름 모를 사나이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그는 콸콸하게 내뱉는 그런 언사에도 잔정이 흘러넘치는 그런 분입니다.

그는 보자기처럼 가슴을 펴들고 누군가를 안아줄 자를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시카고의 시는 바람의 도시라고 합니다.

살을 에는 추운 겨울 어느 중년신사가 코트의 깃을 올리고 밤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어느 모서리를 지날 때입니다.

10살 남짓한 게집 아이가 길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추위에 벌벌 떨고 있었습니다.

그는 그 아이에게 다가갔습니다.

예야 너 왜 여기서 추운데 벌벌 떨고 있어 집이 없니?

다그쳤지만 그 아이는 아무 대꾸가 없었습니다.

그 중년신사는 혹 얼어 죽은 것이나 아닌가하고 머리를 살짝 밀어 보았습니다.

그제야 그 계집아이는 그 신사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거친 그의 피부에는 살얼음이 끼인 것 같았습니다.

눈물 사이로 신사를 바라보는 눈초리는 마치 이 세상에 나에게도 관심을 가진 사람도 있었던가 하는 눈치였습니다.

그 소녀는 입을 열었습니다.

 아저씨 저는 집에 가면 죽도록 매를 맞아요. 아빠의 심부름으로 담배를 사러 가는데 손에  쥐고 있던 돈을 잊어버렸어요. 아저씨 어떻게 하면 좋아요.

 그 신사는 그의 손을 만져보니 손이 얼어 돈을 떨어트린 것을 느끼지 못한 모양이었습니다. 그 중년 신사는 그 아이를 데리고 가게에 가서 아빠가 원한다는 담배를 사서 그의 손에 쥐어 주었습니다.

빨리 집에 가서 몸을 녹이도록 하여라.

그러나 그 소녀는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고 그 신사를 쳐다보더니 껑충 뛰어 그 신사의 목덜미를 잡으며

 아저씨 아저씨가 우리 아빠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 중년신사는 그 아이를 집으로 돌려보낸 후 또 한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자를 찾기 위해 바람 부는 시카고의 도시를 밤새도록 돌아 다녔다고 합니다. 그것은 마치 소가 산(山)을 끄고 가는 우직한 몸부림 같은 것이었습니다.


나뿐이야 하는 사람 / 나쁜 사람 되나 봐

 

<나뿐>과 <나쁜>은 억양과 발음이 비슷합니다.

나만 생각하는 사람은 곧 나쁜 사람으로 귀결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메를로-퐁티는 객관적인 시간의 규정도, 체험된 주관적인 시간의 규정도

나와의 관계에서 받아드려 지고 태어난다하였습니다.

시간은 과거도 미래도 없는 것인데 그 사이 내가 있음으로 존재한다는 이론입니다.

결국 비존재인 시간을 ex-sustains하는 것은 바로 나라는 논리를 펴고 있기 때문입니다.

무시간성(無時間性)으로 이해한다면 내가 있으므로 시간도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삼라만상도 내가 있으므로 존재한다라는 생각과 같은 논리입니다.

그러한 사상은 결국 사회를 혼란하게 만듭니다.

마치 늑대의 울음소리가 밤하늘을 칼질하듯,

이런 매정한 사람이 우리 중에 섞여 살며 사람들을 칼질합니다.

시를 쓰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문학이 무슨 권리나 되는 것처럼 휘두르는 오만함,

때로는 경계하는 눈초리를 보면

문학인이 어찌 이럴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의 자괴감이 나를 괴롭힐 때가 있습니다.    

 

동물들은 눈으로 열린 세계 보지만 / 나뿐이야 하는 사람 / 덫을 놓고 기다린다 

나뿐이야 하는 사람 / 남의 마음 불 지르고 / 냄비뚜껑 열었다 닫았다 / 애를 끓인다


오늘의 시를 쓰는 내 자신도 순진한 짐승보다 조금도 나을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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