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해를 회고하며 / 김동준
페이지 정보
본문
‘책의 해’를 회고하며 / 김 동 준
꽤 여러해 전에 서울에 있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좀 색다른 행사가 있었다. 책을 쓰는 사람, 책을 읽는 사람, 책을 펴내는 사람들이 모여 “책의 해”를 선포하는 식전이었다.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하나같이 책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한국어를 아끼는 한 사람, 한 사람이 책에서 힘을 얻고 지혜를 얻게 하려는 것이 바로 그 모임의 취지였다. 읽는 사람은 책을 소중히 여기고 펴내는 사람은 좋은 책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자는 다짐도 있었다.
그 자리에서 한 시인이 “책의 해에 바치는 글”이란 시를 써서 발표하였는데 참석한 회중 모두 깊은 동감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그 시의 한 부분을 여기에 기록해 본다.
“얼마나 오랜 기다림이었더냐
세계의 으뜸을 자랑하는 책의 나라인데
내 나라에 말이 있고 내 나라에 글이 있고
내 나라에 생각이 있어 낱낱이 글자로 새겨 왔는데
책의 해가 이제야 오다니 참으로 멀고 더딘 걸음이었구나.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을 귀히 여겨 따르는 자들로서 오래 전부터 소중한 책이 주어졌고
책의 해가 이어져 왔음을 기뻐하는 사람들이다.
“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들과 그 가운데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들이 복이 있나니 때가 가까움이라” (계1:3)
하나님께서 이 땅의 백성들을 죄에서 구원하시려고 사랑하시는 종들을 보내 사 반드시
속히 될 일을 쓰게 하셨고 읽게 하셨고 지키게 하셨다. 그리하여 하나님의 교회가 그 초석
위에 서게 되었고 거기에 모인 사람들이 믿음과 소망을 굳게 간직하며 살아 왔다. 천지가
없어지기 전에는 일점일획도 없어지지 아니하는 특별 계시를 책에 기록하여 주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저들의 신조로 생애의 나침판으로 굳게 간직하였다.
그러므로 예로부터 하나님을 믿고 그분을 사랑해 온 사람들은 그 책을 소중히 여겼고 마음을 다해 책을 읽었다. 때로는 책을 읽으면서, 그 기별을 들으면서 큰 감동을 받아 왕이 옷을 찢고 백성이 울었다.
“왕이 율법책의 말을 듣자 곧 그 옷을 찢으니라.”(왕하 22:11)
“학자 에스라가 저희 목전에 책을 펴니...백성이 말씀을 듣고 다 우는지라.”(느 8:5,9)
예수님도 책을 좋아 하셨다. 그리하여 “안식일에 자기 규례대로 회당에 들어가 사 성경을 읽으셨다.” (눅 4:16)
그 후에 길고도 암울했던 중세기 암흑시대동안 수많은 순교자들에게 그리고 그 후에 분연히 일어났던 종교 개혁자들에게 빛이 되고 힘이 되었던 것은 무엇이었던가? 산 속으로 피해 다니며 바위틈에 쉬면서 틈틈이 책을 읽던 왈덴스인들과 보헤미아 사람들, 갖은 위협과 핍박 중에서도 불굴의 정신으로 개혁의 깃발을 높이 들었던 요한 위클립, 헛쓰, 마틴 루터, 웨슬레 같은 이들은 모두 책을 읽고, 책을 쓰고, 책을 널리 전한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자신들도 그 책의 가르침을 따라 끝까지 충실하다가 자기 몸의 피로써 생애의 종장을 붉게 물들였다.
하지만 오늘 우리가 사는 세대는 세상의 그릇된 사조에 밀려 책을 멀리하고 잘못된 쾌락과
취미에 도취되어 뜻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만들어 주고 있다. 좋은 책들이 곁으로 밀려나고 일시적으로 육정과 욕망을 자극시키는 관능 본위에 오락 프로그램들이 안방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하여 좋은 테마를 취하여 건전하고 감동적인 글을 써야 하는 사람들이 저들의 기호에 맞추어 바른 노선을 포기하고 잘못된 길을 부추기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서 범사에 정당한 노선을 따라 그리스도인의 신조를 지키려는 자들은 책들을 귀중히 여기고 바른 길을 제시하는 좋은 책들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 때가 악함으로 촌음을 아껴서 부지런히 책의 가르침에서 진리를 얻고 그 가르침 안에 살면서 그 유익을 이웃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
그러기에 우리 남은 교회는 어떤 다른 종파보다도 큰 빛 되는 성경 외에 작은 빛이 되는 갖가지 서적들을 가장 많이 받았다. 교회, 가정, 교육, 건강, 의료, 출판, 선교, 청지기, 구호사업에 관한 증언 등등, 어느 한 모퉁이도 누락되었거나 빠진 것 없이 긴요한 가르침을 우리에게 주셨다. 이렇게 넘치도록 받은 우리가 그 받은 것에 무관심하고 잡초가 무성한 이웃집 잔디밭을 부러워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들 곁에 이미 출판된 허다한 책들이 쌓여 있고 끊임없이 다양한 양서들이 만들어져 나오건만 이것들을 탐독하는 사람들이 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하니 그 실상을 아는 이들은 실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리라.
그러므로 우리 재림 성도들은 각종 인쇄물을 매체로 하여 나누는 지식과 소양, 믿음을 고취
시키는 양분을 귀히 생각하고 책을 사랑하고 읽고 그 가르침을 보급하는 일에 선두 주자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제 아무리 좋은 것이라 외쳐도 그냥 묵히고 방치하면 급기야 낡아서 폐품으로 처리될 것이 분명하니 뜻있는 분들이 목적을 가지고 성의껏 펴낸 양서들을 일시적 전시용이나 장식품쯤으로 만들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도리어 그 안에서 지식과 사상과 교훈을 얻어 좋은 양분을 섭취한다면 틀림없이 그리스도인의 신앙생활을 윤택하게 하는데 요긴한 밑거름이 되리라 확신한다.
“가족들 앞에 품위 있는 문서들을 선택하여 놓도록 하라. 우리의 서적들과 인쇄물을 읽으라. 그것들을 연구하라 거기에 담긴 진리와 친숙 하라 이일을 할 때 그대는 성령의 감화를 느낄 것이다. 생애의 매 순간이 귀하므로 장래의 썩지 않을 생명을 위해 준비해야 한다. 마음이 하나님 말씀의 고결하고 고상한 주제로 가득하게 하라. 그리하면 그대가 감화를 끼칠 수 있는 영역 안에 있는 자들에게 때에 알맞은 말을 할 준비를 갖추게 될 것이다. 우리의 출판물을 읽으면 정신적 우울증에 걸리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생명의 떡을 받고 상해를 받지 않을 것이다. 마음이 진리 안에서 안정되고 지성이 활력을 얻게 될 것이다.”
(오늘의 나의 생애-89)
이 가르침을 따라 미주 재림 문인들이 좋은 글을 많이 써서 보급하고 그것들을 읽는 모든 분들이 신령한 양식과 소양에 힘을 얻어 나름대로 착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데 필수 영양소를 풍성히 얻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이전글가을의 염원 [시] 11.10.23
- 다음글{실화단편소설} 고금도명사 이일원박사/천공을 향해 날다(8-4) 11.10.2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