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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재미성도 체험단편 / 도망자 / 도망가야지(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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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는 시집 가까운 10분 거리에서 멀리 도망쳐 나올 때 미쳐 옹색스러운 시숙집이 가까워지는지를 미처 까마득히 생각해내지를 못했었다. 다만 그때 당시에는 시집으로부터 멀리 떠나는 일에 고작 골몰하고 급급했기 때문이었다.

   차로 30분 가량 걸리는 거리이지만 남편 수의 형이 술에 만취할 때 마다 번번히 전화를 거는 날에는 1시간 아니면 2시간쯤 전화기를 귀에 대고 꼼짝 하지 않고 매 번 예, 예 하고 응수해야만 허스름하게라도 험준한 태산을 넘는 격이 되었다.

   만일에라도 계속 인기척하고 응수하는 일이 없거나 사뭇 바빠서 잠시라도 빗서지면 영낙없이 이곳 집까지 쫓아와 야단법석을 피우는 바람에 여지없이 동네방네 구경거리가 되어지고 만다. 희는 그래서 지금 얼굴을 들고 동네 어디든 부끄러워 다닐 수가 없었다.

   그러기에 귀가 쟁쟁하게 시끄럽고 설령 귀청이 녹아나는 한이 있더래도 인고하면서 그쪽에서 스스로 풀이 죽고 피곤하여 전화를 그치기 전에는 항상 응답해야 하는 전화기를 놓을 수 없었다. 이 일이 일어나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기에 보통 쉽지 않고 참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이리하여 전화가 그쳤을 때에도 여전히 후휴~하면서 오히려 이때부터 온 몸이 나른해지고 정신은 몽롱해졌다.

   아주 바쁜 시간일 경우엔 이런 일은 보통 울상 일이 되지 않는다. 환난도 이런 환난이 없다. 이런 전화가 걸려올 때면 희가 남편 수를 대신해서 전화를 받아야만 그래도 더 큰 문제들을 줄이는 일이 되기 때문에 희에게는 이런 일이 보통 고뇌스러운 일이 아니었으며 자녀교육에도 막대한 지장을 감수하고 있는 터였다.

   언제까지일까. 도대체 언재까지일까. 이래서 희의 날마다의 생활은 암울하고 울상이 되었다. 이런 시련이 오면 오히려 돈독한 마음으로 신앙을 잘 해야 할터인데 이렇게 복잡하고 엉뚱한 일에 고뇌스러워 이 모습하며 교회에 나가기가 주저스러워 교회에 나간지가 벌써 오래 되고 말았다. 어떤 때는 문득문득 이러면 안되는데 하고 아쉽기 그지없었다. 

   희는 오늘도 온종일 병원에서 서서 살다 보니 피곤한 다리를 이끌고 집에 돌아왔다. 희에게는 잠시 한가로운 밤이 되었지만 이날 밤도 여전히 잠자리에 누워서 편안하지 않는 데다가 도시 잠이 오질 않았다. 언제 거센 파도가 급습해 올지 모르는 조마조마한 마음 때문이었다. 이런 대비는 밤이 되고 날이 새도 항상 불안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앞이 캄감하며 따분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노릇이었다.

   그런데, 오랜 전에 친정 아버지가 하시던 일이 불현듯이 생각났다. 아버지는 집 앞에 있는 큰 나무를 배어내고서 뿌리를 뽑으려고 안간 힘을 다 하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애를 쓰더니 이튿날 막판엔 기발한 착상이 머리에 떠올랐음인지 얼른 바삐 종종걸음해서 톱을 가지고 나오더니 그 나무 뿌리를 쉽게 잘라내고 팽게치는 것을 본 일이 있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진직 이렇게 할 것을...!" 하며 후회 섞인 말씀을 했었다.

   그때 당시에 희가 보기에는 그 일이 심히 시원스럽고 멋지게 보였다. 그래서 희는 바로 그때 허허허 하면서 모종의 흉을 재미나고 멋지게 냈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희는 마침 지금 그 생각을 해낸 것이다. 그래서 "아, 해결이다! 사람의 머리란 알 수 없는 조화에 컴퓨터 찾기이거든..." 그랬다.

   "시가댁에, 시숙집에 무슨 말을 한들 불화의 조짐이 큰 만치 입은 그만 다물어야 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이 일만은 싹뚝 잘라버리는 것이 해결의 길이고 숨돌릴 길이 된다." 라고 희는 생각해 냈다. "바로 이 길은 정면으론 돌파할 수 없는 어쩔 수 없는 연약한 자들로써 우회하여 다시 멀리 도망치는 길 밖에 다른 수가 없다."라고 생각해 냈다. 

   이리하여 희는 자기도 잘 모르게 이불을 걷어차며 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외치듯이 마음속으로 다짐을 했다.

   "나도 이것을, 이것을 말야, 톱으로 켜자!"

   그런데 순간 한가지를 무의식했다. 지금 같이 옆자리에 누워서 곤한 잠이 들었던 남편 수가 있지 아니한가. 수가 갑자기 깜짝 놀래듯이 깨어 일어나더니 하는 말이었다.

   "왜 그래? '이것'이라니? 뭔데?"

   "아니, 아무 것도 아냐! 알 것 없어!"

   그러고는 희는 얼른 자리를 피해 일어나 화장실 가는 척 했다.

   남편 수가 중얼거렸다.

  "직장 일이 힘드나 봐! 그런 일은 도망을 쳐서라도 쉽게 살아야 속 편해!'

   그렇게 말한 수가 금방 다시 곤히 잠이 들고 말았다. 사실 피곤해 하면서 먼 거리를 출퇴근하는 수가 무척 안쓰러워보였다. 놀래놓고도 금방 다시 잠이 들다니 얼마나 피곤하면 그러기냐...! 희는 수의 잠자리 이불을 잘 덮어주고는 또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수가 왜 저렇게 '도망쳐서라도'라는 말을 할만치 심각한 말을 하는 거지!  수가 내 마음 돌아가는 마음 자국을 다 읽고 있다는 말일까! 그래, 멀리, 아주 멀리 도망하면 되는 거야. 종종걸음으로 얼른 도망가는 거야! 그래야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거야!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어! 이런 땐 이런 권리는 내가 몸소 찾아내야만 하는 거야! 가만히 있으면 안되!"

   머리를 피곤하게 쓰면 종종 문제가 얽히고 섥힌다. 실은 희는 진직부터 자기 스스로가 요새를 찾아 도피하는 도피자요, 향방을 잘 모르고서 정처없이 마구 도망하는 도망자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었다. 참으로 측은한 일이었다. 희의 착하디 착한 마음이 여기에 심취하다 보니 항상 쫓기는 것 같고 정상이 아닌 것 같아 보였다. 희에게는 모든 것이 도망자의 이치나 모습으로만 내다보였던 것이었다.

   따라서 현재라는 생활이 항상 안정하지 못했다. 항상 도망치는 길만 이리 저리 빤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야, 도망가자! 도망해! 멀리, 아주 멀-리 멀-리!'

   사실 알고보면 자기뿐 아니라 수도 일찍부터 도망자였던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자기 보다 더 먼저 '도망가자!'고 제안했지 않았던가 말이다. 그래서 지금 여기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희는 아침이 되어 눈을 부시시 뜨고선 동녘 푸른 하늘을 쳐다보았다. 뜬구름이 이곳 저곳에 유유히 흐르고 있었다. 그래서 희에게는 흰구름, 뜬구름 마져 도망자로 보였던지 이렇게 중얼거렸다. 

   "뜬구름은 항상 재 자리에 있지를 않던데, 도망자인가 봐! 우린 항상 재 자리에 있지 않던데, 도망자인가 봐!"

 

 

* 다음은 "미국으로 탈출하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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