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옆 모습을 바라보는 사랑 / 하정아 > 글동네

사이트 내 전체검색

글동네

{수필} 옆 모습을 바라보는 사랑 / 하정아

페이지 정보

글씨크기

본문

 

  옆 모습을 바라보는 사랑 / 하정아

 

   옛날 그리스에 한 장군이 있었다. 그는 외눈이었다. 초상화가 갖고 싶었던 그는 이름 있는 화가를 불렀다. 완성된 초상화는 사진처럼 정교했지만 장군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외눈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화가가 자청하여 그린 초상화에는 건강한 두 눈이 있었다. 장군은 그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한 무명 화가가 그린 초상화에 장군은 무릎을 쳤다. 그의 성한 눈이 담긴 옆모습이 무척 사랑스러웠다.

   재치나 아첨이라고, 약삭빠른 처세라고 질투할 텐가. 자신의 허약한 부분과 대면해서 좌절감을 극복해야만 진정한 성장과 성숙이 있다고, 그러니까 건강한 옆모습에의 집착은 대단히 유아적이고 기만적이라고 비난할 텐가. 잠깐만. 핵심은 장군의 정서가 아니라 그를 바라보는 화가의 깊고 따뜻한 시선이다.

   이야기는 가볍지 않다. 긴 여운이 있다. 통렬한 휴머니즘이 있다. 한 인간의 아픔을 읽을 줄 아는 애정과 배려가 진실과 맞닿아 있는 현장감을 느끼게 한다.

   나도 너도 우리 모두는 마음이 굴곡진 외눈이다. 그대는 사랑하는 이가 당신의 외눈을 어떻게 보아주기를 원하는가. 그대는 사랑하는 이의 외눈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눈을 감음으로써 심안을 연다 했다. 외눈은 최선의 타협점 아닐까. 한쪽은 떠서 사랑하는 이를 바라보고 다른 한쪽은 감아서 상대의 약점을 보지 않는 것이다. 상대의 외눈은 나의 단점을 덮어주려 일부러 감아버린 아량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나의 외눈은 상대의 결점을 보지 않겠다는 결심의 증거로 활용하는 것이다.

   약점은 때로 눈부신 사랑의 징표가 된다. 작곡가 멘델스존의 곱사등이 할아버지가 매혹적인 프룸체를 아내로 맞을 수 있었던 것은 발상 전환의 빛나는 승리였다. 장애의 몸으로 구애하는 자신을 거들떠보지도 않는 그녀에게 말했다지 않은가.

   "하늘이 미래의 나의 신부 당신에게 곱사등이의 운명을 씌우려 하기에 내가 애걸했다오. 여인이 곱사등이가 되는 것은 비극이라고. 차라리 나를 장애로 만드시고 나의 신부에게는 아름다움을 주시라고. 그래서 나는 곱사등이로 태어나게 된 것이라오."

   건강한 옆모습을 바라보고 건강한 옆모습을 보여 줄 일이다. 정의라 불리는 잣대와 진실이라는 이름의 칼이 되기보다는, 상대의 약점과 아킬레스건을 밝히는 게임을 즐기기보다는, 훨씬 인간적이다. 전체가 아니어서 진실이 아니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전체는 진실을 밝히는데 도움이 되지만 필수조건은 아니다. 오히려 신뢰문제다. 인물의 외눈에 절망하기 보다는 마음의 외눈으로 인한 왜곡된 판단을 두려워할 일이다.

   오늘 상대의 외눈이 유난히 초라해 보이는가. 나의 모나고 굴곡진 성품을 세어볼 일이다. 나의 일부분이기에 감싸 안고 사랑할 일이다. 그의 아픔은 나의 것이고 나의 고통은 그의 것이니까. 오늘 상대의 곱사등이 유난히 슬퍼 보이는가. 나의 마음의 곱사등을 돌아볼 일이다. 내 대신 무거운 짐을 걸머진 사랑을 되새김해 볼 일이다.

   옆모습을 가꾸어야 하겠다. 사랑하는 이가 나의 옆모습만으로도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나의 굽은 등을 바라볼 여유가 없도록.

 

 ‘문학세계’ 신인상 등단. ‘월간 한국수필’ 해외수필문학상. 재미수필문학가협회 이사. 국제펜클럽

회원.  수필집: 행복은 손해 볼 수 없잖아요. 물빛 사랑이 좋다. 코드 블루. 나는 낯선 곳이 그립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KASDA Korean American Seventh-day Adventists All Right Reserved admin@kas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