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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재미성도 체험단편 / 도망자 / 도망자(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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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사람인 희는 미국 큐시 에이취병원 시병동 2호실 산부인과 간호사이다.

   그녀는 자기집 뒷 마당에 심기운 큰 나무가 위로만 커가는 그 긴 그림자 끝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꽤 오래 전 본국에 있었을 때의 일들을 줄줄이 그려보면서 기억해내고 있었다.

   친정에 계시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어쩌면 그렇게도 천품이 온화하고 조용하신지 온 집안은 항상 적막할 만큼 조용하고 평화스러웠다. 새삼스럽게 어쩌면 그러실 수 있었을까 싶었다. 그리고 착한 오빠와 자기 역시 별로 말이 없이 조용한 성격이었다. 그래서 그랬는지 당시에는 사람들 가정이 다 그런줄만 알았었다.

   희는 그러다가 때가 되어 대학시절에 사귄 대학원생 수와 서로 눈이 맞아 하고싶은 결혼을 했다. 희는 수를 만나면 언제나 태산을 의지하는 감정 같은 것을 느꼈다. 특히 남편 수는 결혼 후에도 친정 아버지처럼 별로 말이 없고 차분하고 조용해서 부담이 없어서 좋았다.

   사실 결혼 당시 희는 시가집 사정을 전혀 알지 못했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5형제자매간의 갈등이 대단히 심각했다.

   시아버지는 성격이 조용하신 분인데다가 반대로 시어머니는 성격이 불같고 직설적이고 생각나는 대로 많은 말을 다 쏟아붓는 성격이셨다. 아마도 그래야만 직성이 풀리는 모양이었다. 모든 식구들은 불행한데도 말이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었다. 보통 때도 말씀하시는 품이 꼭 싸우는 것 같았다. 그러기에 상대방 남편이며 자녀들에게 마음 상처를 입혀주곤 하는 일이 예사였다. 두 형제자매는 조용하고 매사 무난하지만 딴판으로 3형제자매는 우락부락한 성미인데다가 가정의 큰 모임이 있을 때는 필시 평화스럽지 못하고 불미스럽거나 불행한 일이 많이 일어났다.

   희에게는 이런 일이 너무나 놀랍고 고통스러운 일이 되었다.

   희는 결혼 1년째 되던 어느 날 쯤 일로 기억되었다. 어느 명절 모임 때인데 어머님 말씀 한마디가 불씨가 되어 끝내는 몇 형제자매간의 불화와 고성 높은 언쟁이 일어나 몹씨 처신하기가 불편했다. 그래서 희는 시어머니 곁으로 가만히 다가 가서 조심스럽게 이렇게 말했다.

   "어머님, 집안이 좀 조용하고 평화스러웠으면 참 좋겠어요! 어머님~!"

   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머니는 즉시 음성을 크게 높여 모든 식구들 다 들으라는듯이 소리쳤다. 없는 말씀을 덧붙여 소리를 쳤다.

   "아니, 이젠 시어머니에게 교훈까지 하기냐? 허허허...이런 언동이 어디 있어! 이런 버릇이 어디 있어! 이런...!"

   그래서 희는 혼비백산 크게 놀라 말했다.

   "어머님, 그게 아니고요. 예, 예, 예, 알았습니다! 알았습니다...!"

   그러고는 쫓겨나듯이 한 종종걸음으로 불이 나게 다른 방으로 돌아왔는데 마침 이때쯤 다행히 수가 그 방에 있다가 들어오는 희를 꼭 안아주었다. 희는 다급하게 놀란 순간만큼 한참 후에 수의 품안에서 안도되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3형제자매는 까닭없이 희를 나쁜 여자로 인정하고 그 고정관념을 절대로 변하지 않을뿐 더러 날이 갈수록 다른 일, 다른 말로 비판해가면서 괴롭힘이 더해졌다.

   희는 아무리 입을 다물고 근신을 해도 다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어느새 자신도 잘 모르게 이럭저럭 무슨 일에 연루되면서 힘들어지고 고통스러워졌다.

   그러면서도 어머니의 불호령이 내려지면 어떤 모임, 어떤 사정이든지를 막론하고 참석하지 않으면 큰 일이 났다.

   희는 평생동안 어떻게 이런 생활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하면 까마득해지고 끔직해지기만 했다.

   희에게는 365일 1년 모두가 내내 마치 구름이 잔뜩 낀 날씨처럼 우울해지기만 했다. 그러기에 결혼을 하자마자 남편 수가 희더러 "우리 멀리 떠나가서 살면 어떨까?" 라고 그렇게 사뭇 심각한 어조로 제안을 했던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런 불편하고 불안한 세월이 그렁저렁 2년이 흘러갔다. 수가정은 하는 수 없이 이 일, 저 일을 고려해 본 끝에 평화를 위해 시가댁으로부터서 좀 더 멀리 있는 병원으로 도망해 온 셈이 되었다. 수가정이 연구해 낸 최선책은 고작 이것 밖에 없었다. 서울 이끝에서 인천 저 끝이면 그게 얼마나 된 거리일까 만은 그래도 한사코 멀리 떠나 어느만큼 분쟁에 휘말리는 일을 줄이는 것이 좋을상 싶어서였다. 다만 미안한 것은 남편 수가 이전 보다 더 먼 거리의 직장을 매일 오가는 것이 불편했지만 수는 이것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희의 마음은 여전히 마음이 개운치 않고 고통스러웠다.

   한번 희는 시아버지께 이런 말씀을 드렸다.

   "아버님, 어떻게 그렇게 조용해 하시고 평화스럽게만 보이는듯이 살아가시죠?"

   "난들 편안하겠느냐? 모든 것을 포기한지 이미 오래다! 시끄러울 땐 조용한 것만 생각하면서 귀를 꽉 막는단다! 난 네게 더 할 말이 없구나! 미안하다!"

   이런 후 희가 좀 멀리 떠나자 마자 시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했다.

   "희야, 너마져 멀리 떠나는구나!"

   그러고는 시아버지께서 먼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희는 너무나 죄송해서 조용히 그 자리를 물러났었다. 희는 과묵하신 시아버님 마음에 이런 허전한 구석이 있구나 싶어졌다. 사실 과거엔 10분 거리에서 살았었는데 지금 이렇게 도망쳐 나와서 사는 것이 퍽 죄송스럽고 마음 편안하지 않았다. 희는 사실 도망자의 양심으로 마음씨 좋은 시아버님께 송구하기 그지 없어 눈물을 흘렸다.

   착한 시누이가 자기를 의지한답시고 속말 해가면서 스스로 위로를 받으면서 살아왔는데 지금쯤 멀리 떠난 자기를 얼마나 원망할까 싶으면 자기 마음을 들쑤시는 것 같았다.

   "언니, 날 어떻게 하라고 그냥 멀리 떠나가는 걸까!"

   이래서 희의 마음이 불편해지는 기색이 보이면 눈치 빠른 남편 수가 늘 하는 말이 있다.

   "마음에 큰 그림 그리고, 앞날의 큰 그림 그리면서 한사코 편안하게 마음 먹고 살자구나! 희가 너무 착해서 그러기도 하는거야!"

   "그런데, 당신은 같은 형제인데 왜 그리 달리 착하고 침착하지?"

   "나라고 해서 마음이 편하겠어! 난 당신께 너무 미안하다 말야!"

  사실 수의 마음에는 항상 이런 생각이 있었다.

   "가슴이 쓰려올 때

   불현듯이 또 성난 형이 나타난다

   형, 그러지 마

   속 쓰리니깐

   맵씨 좋은 손등 보려고

   급히 뒷돌아섰더니

   어느새 아내는 저만큼 멀리 가고 있다.

   그러지 마

   나하고 같이 가자구나...!"

   희는 항상 이렇게 생각했다.

  "시집식구들은 왜 항상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것일까?

   진정 의논 좋고 평화스럽게 살순 없을까?

   그렇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아, 문제 보다는 품성이 문제이지!

   하나님, 이런 땐 어찌 하면 되나요?"

   이럴 때면 희는 항상 눈물을 흘렸다.

 

 

   다음은 "도망가야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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