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미성도 체험단편 / 도망자 / 아뿔싸,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다니!(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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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와 희는 처음엔 미국에 와서 고생을 많이 했지만 세월이 약이 되고 지금은 그런 대로 둘 다 안정된 잡을 가지고 살만하게 되었다.
희는 큐시 에이취병원 씨병동 2호실 산부인과 간호사가 되었다. 그러나 희는 미국으로 온 후에도 이스케이피가 된 것이 늘 자괴심이 들었다. 그래서 희가 속쓰레하거나 그 슬픔을 터트리는 날에는 남편 수는 항상 "그때는 그럴 수 밖에 다른 길이 없었지 않아! 지금은 사정이 달라젔어! 깨끗히 잊어버리라고, 재발!" 늘 그렇게 타일렀다. 수에게는 이렇게 한 과중한 근심이 있었는데 자기를 잘 추수리지 못하는 아내에 대한 근심이었다.
희는 날마다 병원에서 자기가 맡은 일을 충실하게 잘 해내면서도 신생아가 막 태어나기만 하면 항상 이렇게 중얼거렸다.
"세상에는 왜 이렇게 도망자들이 많은고!"
도망자, 이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가 "도망자"라니 무슨 그런 해괴망측한 말이 어디 있을까. 그럼, 이 아기가 무슨 몹쓸 죄, 못쓸 잘못이라도 크게 범하고 어디로 쫓기며 이리 저리 도망 다니다가 급기야 여기에 이르러 밖았 세상으로 도망이라도 나왔단 말인가.
하긴 희는 사람들이 미처 잘 모르는 어떤 철인다운 말을 되내이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엄연히 이 세상에 갓 태어난 피덩어리 같은 아기에게 축하 말은 못할 망정 도망자라니, 이렇게 아주 재수없이 너무나 가혹한 판정이고 누명이고 치명타를 안겨주는 혹독한 선언말이 아닐런지 모를 일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그럴 것이 어쩌면 갓 태어난 애기치고 울상 모습하며 오만상 찌푸리는 그 작태가 이 모습을 바라보는 희에게는 항상 한결같이 그렇게 말할상 싶은 그럴듯한 근거가 되었다.
그런데 이런 도망자들은 그 정체가 탈로날까 봐 눈을 꼭 감고 주름살 잡힌 여린 두 주먹을 불끈 쥐고서는 곤혹스럽게도 자망이라도 있듯이 앵~ 앵~하고 울어대질 않는가 말이다.
그래, 신생아 아기들은 한결같이 "난 죽었어! 난 죽었다고!"하면서도 무척 생명의 자의적인 애착 같은 것의 단절을 터뜰이는 일성으로 들려오는 것이 사실인 것 같았다. 희는 이렇게 말했다.
"도망자, 막판에 허겁지겁 갈 곳은 없고 두려운 판인데 잡혔다 싶으니 무섭게 떨리나 보지! 그래서 이 찡그린 모습하며 울어대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왜 그러겠어!"
알고보면 신생아는 단순히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고 삶이 이제로부터 시작 되는 것일뿐 무슨 막판 같은 것이 있겠는가 만은 희는 항상 그렇게 거꾸로 말하는 버릇이 있고 보면 혹시라도 머리가 살짝 돌아버린 것이 아닐런지 모를 일이었다.
오늘도 신생아가 앵~ 앵~하고 태어났다. 희는 여전히 아기들을 거두르고 부지런히 치다꺼리를 하면서도 "난 도피자야! 난 도피자 방조죄를 짓는 거야!" 그랬다. 그러니깐 지금껏 난발한 신생아 문제 이야기는 결국 모두 자신으로부터 온 자신의 문제의 연계성 이야기인 셈 아닐까. 희는 조금 있다가 또 "그래, 난 이런 일을 오래도록 했으니 죄라면 형량이 재법 클지도 모를 일이거든..."그랬다.
"얘야, 넌 어쩌다가 여기까지 도망쳤어! 왜? 막상 더 갈 길이 없지! 그렇지! 여기가 절벽인지 미처 몰랐어? 넌 내게 잡혔땅!"
"앵~ 앵~"
"봐, 기렇다고 울어대지 않아! 확실하게 말야!"
"앵~ 앵~ 나 죽었어! 어쩜 좋아?"
"안되었구만. 넌 한평생 아무리 도망을 쳐도 쓸데 없어. 결국 잡혀 죽고 말걸... 그놈이 죽일 몽둥이를 가지고 있거든. 그걸 한번 맞이면 진짜 죽어버린다 응. 인류는 누구나 다 죽었다아. 얘야. 도망자는 끝장이야. 이런 말이 네게 위로가 된다면이야 내가 지금 하는 말도 보람 되겠네!"
희는 어쩜, 어떤 일로 어떤 잘 보이지 않는 심연에 골돌하게 묶이고 빠져들었는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게 아니면 왜 이렇게 과상망측하게 연상학적인 말을 하는 것일까.
희는 이런 말도 했다. "내가 왜 이렇게 길 아닌 것을 가지고 붙들고 늘어지는 것이지? 아마도 내가 도망자 라는 양심의 가책 때문인 것이 아닐까? 중병일까?", 그렇게 재 정신차린 말을 하기도 했다.
희는 한국에 있을 때 문학도였다. 그래서 블레이크의 시 "기뻐하라 아가야"를 잘 알고 있었다.
내게는 이름이 없어요 / 난 태어난지 이틀째랍니다 / 난 너를 무엇이랴 부르랴 / 난 행복입니다 / 기쁨이라는 것이 내 이름입니다 / 귀여운 기쁨이 네게 있을찌어다!"
희는 가만히 그 시를 명상해 보았다. 블레이크는, 그리고 블레이크 시는 모든 억압으로부터 어린이들을 보호하려는 반권위주의적인 낭만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데 그러면 난 갓 태어난 아기에게 반대로 권위주의적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옳커니. 알고 보면 나의 도망 역시 꼼짝도 못할 상위라는 것과 권위주의에 대한 것, 결코 정신이 불행해져서 참고는 살 수 없는 몸부림, 차라리 내 속의 반발 같은 것과 고뇌에서의 탈출 같은 것이 아니었던가 하고 생각해 봤다. 그러면서도 희는 세상에 당연히 태어나는 어린이들을 저주하고 욕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희는 "내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내가 불쌍하구나!" 하고 생각해 봤다.
어쩌면 희에게는 미국에 온지 세월이 많이 흘렀고 생활이 이젠 평화롭고 평안하게 정상화 되어가자 재 정신이 차츰 일깨워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이러한 희의 정신적인 체험으로부터서 약 한달 쯤 후였다.
전화벨이 울렸다. 희는 무심코 얼른 수화기를 집어들고 "헬로!" 라고 예사롭게 말했다.
"언니, 서울이예요. 어머니는 3달 전에 갑자기 쓸어지셔서 병원으로 실려가던 중 소생하지 못하시고 그만 돌아가시고 말았어요. 소식 늦어 죄송해요. 언니, 소식이 있으면 또 전화 할께요. 전화 끊어요. 언니!"
희는 너무나 놀라서 전화기를 자신도 모르게 떨어뜨리고 말았다.
"아뿔싸, 세상에 시어머니가 돌아가셨다니! 그래도 모르고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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