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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은 렌트카를 몰고 시골에 갔다.

그런데 막상 마을 입구에 이르러서 보아하니 옛날과는 사정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왼쪽은 얼마간 언덕길이 그대로 있었는데 오른쪽은 즐비하게 없던 나무가 심겨져 있었다.

상당 거리가 길이 협찹하여 차가 통과하기엔 너무 불편하고 조심스러웠다.

사람들은 날마다 이런 길을 어떻게 다닐까? 싶었다.

근은 오랜 만에 다시 찾은 곳인지라 도대체 길 사정이 왜 이렇게 변해버렸을까? 의아했다.

알고보니 도로사정 이야기는 이러했다.

어느 땐가 마이카시대가 되면서부터 도보행 이 길은 자연 차도로 변환해버린 셈이었다.

자연(부득불) 차를 가진 마을사람들은 곁에 자리한 어느 노인의 땅을 침범하면서 도로처

럼 통행했다.

그러나 그 밭주인인 노인이 가만 있을 리 없었다.

차주들이 남의 땅을 침범한다고 한동안 몹씨 아우성 대다가 그만 나무를 그 땅의 경계에

줄줄이 심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러다가 나무가 자라면서부터는 차도가 좁아져서 자칫하면 차가 흠집나기 싶상이었다.

그리고 완곡한 그 길을 단번에 나고 들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할 수 없이 중론을 모와 노인께 협상카드를 내놓았다.

나무를 조금만 안쪽으로 심게 해달라는 요청건의안이었다.

그러나 이 요청인즉 노인의 일언지하에 거절되고 말았다.

"난 남의 것 먹지도 않고 내 것 주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후 2-3차례 협상이 이어졌지만 그러나 여전히 재고의 여지없이 요지부동 거절되고 말

았다.

그래서 마을사람들은 무척 불편한 길목 길인 대도 그대로 참고 차를 운전하고 다녔다.

마을사람들은 "노인이 해가 갈수록 허리는 굽어지는데 생각은 곧곧해진다."고 입을 모았

다.

마을사람들은 "이젠 협상도 말고, 관에 고발도 말고, 그냥 지내자. 차가 망가지면 명운전

을 하지 못한 자기 탓이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만 이 마을사람들이 한가닥 기대하는 것이 있었다.

"노인이 살면 얼마나 오래 살겠느냐!"하는 것이었다.

인내심을 발휘하는 말이었다.

그럼, 노인이 죽는 날 오면 박수라도 칠 것인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마을 사람들은 이 노인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며 그의 장례를 잘 치러드리는 일에 일조

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마을 사람들은 이 노인을 "인색한 노인"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정직한 노인"이라고 부르고 있을 따름이었다.

노인은 선견지명이 있었던지 좋은 마을을 잘 선택하여 살고 있는 셈이었다.

아무튼 시끌벅쩍한 이 세상에서 그래도 이만만큼 세상이 조용하고 행복한 것은 아직도

이런 착하고 선량한 세계 시민들이 많아서 그런 것은 아닐런지!

어떻든 간에 이 마을사람들, 세속군자지교 하는 게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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