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오면(시와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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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 오면
강위덕
파도를 타고
산에 오른다
잊으며 산 세월 속에서
상실해 버린 꿈들로 얼룩진
산(山)안개 슬며시 머리를 푼다
햇살의 사다리를 타고
무지개에 오르니
검푸른 바다 위에
섬들이 흐른다
수많은 섬들에 하얀 날개 나부끼고
바람이 고여 있는
미궁의 물보라
바닷물에 젖는다
내가 버린
시간의 껍데기로 나룻배 띄우고
추억의 하얀 가루 바다에 뿌리며
화려했던 계절 등돌려 달아난다
얼음성 녹여 호수를 띄우고
빨간 아지랑이 철쭉꽃 피울까,
내일이 오면
해설
파울 첸란(1920-1970)은 브레멘 문학상을 받으며 시는 대화하는 것이라는 말로 인사말을 대신했고 그 후 2년 뒤 뷰흐너상 수상 식 때도 시의 본질은 대화적이라는 말을 함으로서 그의 논리적 시론이 대화적이라는 사실을 굳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하이데거는 사색하는 철학가와 시인을 하나로 묶고 있습니다. 그는 이 이론을 전개하면서 사색자로서의 시인 니체와, 시인으로서의 사색 자 휠덜린을 단서로 강의를 하였는데 1945년 겨울학기에 프라이 부르그 대학에서 강의한 이 내용은 사실 그의 마지막 강의였습니다. 당시 그는 프라이 부르그 대학 총장 이였는데 나치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공직에서 추방 되였습니다. 하이데거는 1960년 말 일본의 독문학자 미키쇼지와 가졌던 대담에서 현재 당신이 평하는 시인은 누굽니까 하는 하이데거의 질문에 일본학자는 첸란의 시를 언급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첸란의 시는 다분히 철학적이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미가쇼지는 첸란의 대화적시를 좋게 평하였지만 그의 시는 대화적이기 보다는 철학적임을 명시하였습니다.
햇살의 사다리를 타고 / 무지개에 오르니 / 검푸른 바다 위에 / 섬들이 흐른다 / 수많은 섬들에 하얀 날개 나부끼고 / 바람이 고여 있는 / 미궁의 물보라 / 바닷물에 젖는다
이 시는 햇살을 타고 무지개에 오르는 상념, 바다에 흐르고 있는 섬들과 함께 미래를 찾아 나섭니다. 흘러가버린 시간의 껍데기로 나룻배를 만들어 띄우고 꿈을 피워나간다는 표현으로서 이 시의 종지부를 이끌어 나가고 있습니다. 바다를 정복하는 사람은 세계를 정복하는 사람이라고 하였습니다. 바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기억의 껍데기를 모아 히에로니무스 보스*가 설계했을 법한 모양으로 타임머신을 만들어 타고 한없이 파여 있을 시대의 동굴을 지나 이조 500연시대의 반 토막 시대에 도달하여 보니 그곳엔 왕궁의 아름다운 신화와 같은 이야기가 이 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는 탁정승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만 임금님이 지방순찰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지막한 언덕 위에 누더기를 걸친 한 젊은이가 양지에 앉아 햇볕을 쪼이며 천자문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임금님은 그 청년을 가상히 여겨 왕궁에 데리고 가서 공부를 시켰습니다. 그 후 그는 탁정승이 되었는데 그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간신배들은 트집을 잡기에 이릅니다. 탁정승은 귀양도 가보고 모진 고문을 당하기도 합니다. 결국 그는 사약을 받기에 이릅니다. 임금이 말하였습니다.
<사약을 받기 전에 할말이 있는가?>
<왕이여 저는 재산을 은익한 일이 없나이다. 통촉하옵소서>
결국 왕과 대신들은 탁정과 함께 현장검증에 나섰습니다. 도착한 곳은 그 옛날 젊을 때 천자문을 외우던 나지막한 언덕 움막집 이였습니다. 간신배들은 서둘러 말을 합니다.
<왕이여 저곳이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이곳에 와서 금은보화를 은닉하여 왔나이다.>
왕은 탁정승을 시켜 문을 열게 하였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그 방안에는 누더기 한 벌이 있었습니다. 왕이 물었습니다.
<저것이 무엇이냐?>
<왕이여 저 누더기를 기억하시나이까? 저 누더기를 입고 천자문을 외우고 있을 때 왕께서 저를 왕궁으로 데리고 갔나이다. 그 후 저는 화예와 같은 왕의 은혜를 입고 교만해 지지 않기 위해 한 달에 한 번씩 이곳에 내려와 옛 시절을 생각하며 겸손을 유지해 왔나이다.>
빨간 아지랑이 철쭉꽃 피울까,
내일이 오면
탁정승은 내일을 위하여 아름다눈 꽃을 피운 겸손한 정승이였습니다.
* Hieronymus(1450-1516) 네델란드의 화가가 그린 그림의 이름은 어리석은 자들의 배 등 30여점의 작품을 남긴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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