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형님 / 오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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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 따라 오른 고개는
숨이 찼다
산등성이 한구석
넝쿨진 묘목들
거기 형님은 4년 째
호젓이 자리하고 있었다
동기간이라지만
세월의 넓은 폭에 가리어
양쪽 너머에서 지른
안쓰러운 부르짖음은
동서의 푸른 물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16년 전 공항에서 헤어진
착하디착한 얼굴이
묘비 위에서 힘없이 웃고 있다
아우의 도미 길에 뭐 변변히
해주는 게 없어 좁아진 어깨
병들어 수척해진 몰골
표연히 가신 뒷모습이
묘석 위에서 쓸쓸하다
몸 한 번 돌려 내려다보니
산 아래 펼쳐있는
시골마을, 도로, 전답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형님, 경치가 조어네요
그날까지 평안하시길
돌아서는 고개턱
산마루에서
내리막길이 종내
희미하게만 보였다
한미작가 공선 ‘에피포도 예술문학상’ 시 부문 수상.
시문집: 고백. 복음의 생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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