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기} 같이 사는 이야기 / 구철회
페이지 정보
본문
같이 사는 이야기 / 구철회
의과대학을 졸업한고 인턴 레지던트를 마친지 20여년이 지났다.
사회에 나와서 일을 하면서
늘어가는 것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다.
내가 개업하고 있는 리버사이드에는 많은 인종이 산다.
20 여 년 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백인이 많았으나 지금은 다르다.
아주 많은 인종들이 어울려 산다.
모두가 같은 인간으로 동 시대를 리버사이드에서 살아간다.
사무실에서 일하는 세 명의 직원들과 다음 주에 새로 들어오는 직원 모두 히스패닉 계통이다.
사무실에 찾아오는 아이들의 대략 50 퍼센트는 히스패닉계통이다.
30 퍼센트는 백인이고 나머지 20 퍼센트는 흑인, 한인, 그리고 다른 인종들로 섞여있다.
어떤 때는 여러 인종이 한 아이에게 섞여서 인종구분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또한 한 가족의 아이들도 여러 인종이 섞여 있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야말로 총 천연색이다.
오늘은 흑인 시어머니와 히스패닉 며느리가 한 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인종이 아리송해서 인종을 적는 난에 기입하지 않고 그냥 대충 넘어갔다.
지난주에는 여자둘이서 한 사내아이를 데리고 왔는데
어미가 누구냐고 묻지 못하고 진료만 해주었다.
알아서 무엇 하랴!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모두가 비슷하겠지.
어려서부터 오던 한 사내아이가 청년이 되어 아버지와 함께 찾아온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 아이가 여자 친구대신 남자 친구와 사귄다는 것이다.
내가 뭐라고 이야기를 하겠는가?
진료를 해주고 건강한 사회인이 되어 행복하기를 바랄뿐이다.
또한 어려서부터 오던 여자아이가 몇 년 만에 사무실을 찾은 경우도 있다.
물어보니 부모를 떠나 몬타나에 있는 여자 친구와 인터넷에서 만나
몬타나에 가서 살고 있단다.
잠시 무슨 연유로 고향에 들렸다가 어머니와 함께 내 사무실을 찾은 것이다.
그래도 그 엄마 참으로 무던하더라.
딸의 뜻을 존중한다나.
딸도 엄마도 행복해 보였다.
요즘은 tattoo 와 body piercing 이 유행이다
오늘 온 아기의 할머니는 온 몸에 별 모양의 문신이 아주 많아 헐리우드 명성의 거리를 연상시킨다.
자신의 몸에 새긴 별모양의 문신들의 합한 숫자가 헐리우드 명성의 거리의 별들을 다 합친 것보다 많단다.
한번은 틴에이저가 왔는데 우리저울은 350 파운드까지만 잴 수 있어
그냥 350+ 라고만 적었다. 저울이 두개가 있어야 체중을 정확히 잴 수 있을 것 같다.
이 아이는 자신의 체중이 얼마인지 정확히 모른단다. 체중을 줄이려고 무단히 노력하지만 잘 안된단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4개월 된 아이인데 계속적인 감염으로 여러 번의 치료에도 회복이 잘 안되었다.
검사결과 에이즈 반응이 양성으로 나왔다.
엄마에게 결과를 알려주고 아이는 에이즈 전문가에게 치료를 의뢰하였다.
엄마는 즉시로 자신도 의사를 찾아가 검사를 한 결과 자신도 에이즈에 결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자신이 아이에게 에이즈를 감염시켰다는 죄책감과 자신의 병 때문에 고생고생 하다가 몇 년 후에 죽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는 자신의 부인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소식을 듣고 집을 나간 후 소식이 없다고 한다.
아이는 아직도 살아있지만 여러 번의 감염으로 인한 심한 합병증으로 재활원에서 살고 있다.
20여년 개업하면서 여러 종류의 사람들을 접했다.
그들의 모양은 각양각색이지만
건강해지고 행복해 지려는 마음은 같다. 라는 것을 배운다.
생김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고 삶의 모습 또한 다르지만
우리 모두는 하나님이 창조하시고
독생자를 내어주시기까지 사랑하시는 주님의 자녀들이다.
판단하기보다는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며 존중함으로
우리 모두가 진정 행복한 삶을 누리기를 기원한다.
아침에 일을 나가며 오늘은 어떤 모양의 사람들이 찾아올까 생각한다.
혹시 나에게 생소하고 익숙하지 않은 모습으로 온다하더라도
그들의 건강과 행복추구에 다소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면서
진심된 마음으로 진료하고 싶다.
나의 삶의 모습이 그들에게 어눌하게 보일 때
그들도 나에게 이해와 아량을 베풀기를 기대해 본다.
하나님의 사랑이 우리 모두에게 임하길 기도한다.
(소아과의사)
- 이전글{시} 미리 가보고 싶은 하늘나라 / 권경모 12.01.01
- 다음글{시) 엉터리 시 / 강석배 11.12.2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