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재미성도 체험단편 / 도망자 / 우리가 재림교회 신자가 되다니!(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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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는 시어머님 별세에 대한 부음소식을 시누이에게서 뒤늦게 전해 듣고서 아연질색하고 말았다. 희는 아직도 짓눌리고 상처난 마음과 시어머니의 놀라운 별세 소식으로 마음은 뒤범벅 되고 슬퍼져서 혼자서 많이 울고 또 울었다.
그러다가는 희는 물끄럼이 뒷뜰에 길게 늘어선 큰 나무 그림자를 눈 길로 따라가면서 바라보다가는 결국 끝이 있는 곳에 멈추면서 "그래, 도망자는 그림자 속에만 파묻혀 살지 말고 이젠 나도 도망자 라는 잔재의 그림자의 끝을 용감하게 박차고 벗어나 떳떳하게, 아주 떳떳하게 밝은 태양을 바라보면서 희망차고 따스한 삶을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런 말을 소리나게 중얼거렸다.
"적극적인 사고방식이야! 우리 가정의 재구성이 필요 해! 손질을 해야 한다고!... 나의 시아버지는 이래도 불쌍하고, 저래도 불쌍하구나! 내가 행복하게 모셔야 해!"
희는 이 순간에도 대학시절에 열심히 교회당에 다녔던 일들을 불현듯이 회상해 냈다. 결혼 후 시부모형제자매의 가정 분란이 끊일 사이 없이 이어졌고 모든 것이 다 어렵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교회와 성가대 참석을 중단하게 되었고 지금까지 마치 교회란 금지 구역 만양 철저하게 교회를 저만큼 잊고 살아왔다.
"주님, 주님 사랑을 잊고 살아온 것을 용서하소서! 저를 그리고 우리 가정을 따스한 주님 품으로 안아주소서. 기르고 인도해 주소서!"
하루는 희가 용단을 냈다. 알아보고 들어두었던 한인교회를 찾아갔다. 신자수가 족히 500명은 되어 보였다. 그런데 마음이 정리되지 못해서 그런지 목사님의 설교가 이상스럽게도 시종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우선 더한 것은 여성성도들을 보아하니 한결같이 사치하게 꾸며입고 치장을 너무 진하게 한데다가 무리지어 즐거워 하는 모습일랑 희는 홀로 아예 소속감 없이 외롭기만 했다. 희는 자신이 지나치리 만큼 초라한 모습인 것을 재발견하게 되었다. "아니 내가 예수님을 만나려고 교회를 찾아왔는데 왜 나의 초라함을 발견하게 되는 것일까!" 싶었다. 교회에서 돌아올 때 쯤 해서는 얻은 것이 도시 없는 것 같았다. 어색하고 언짢은 것들만 앙상한 것 같았다. 그래서 허전했다.
희 자신은 마치 소외된 계층,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자기에게 말을 거는 이가 그렇게 한분도 없었다. "처음 교회에 왔으니깐 미처 그런 게지. 예수를 믿는 것이지 사람을 믿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라는 생각을 해 봐도 어쩐지 여전히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희는 "막상 한국인교회를 나가지 아니하면 도대체 어디를 나가겠느냐?" 고민스러워져서 마음 속으로 이렇게 기도를 드렸다.
"주님, 저는 주님을 사랑합니다. 그런데 주님이 아시다시피 제가 어찌 하리이까! 저를 도와주세요!"
결국 이렇게 기도해 놓고도 희는 다시는 그 교회를 나가지 않고 한 두 달을 그냥 보내고 말았다.
희는 만일에라도 남편 수더러 교회에 같이 나가자고 한다면 당장에라도 좋아할 것으로 기대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같이 살아오면서 희가 무슨 일을 건의하거나 긴하게 요청하면 거절한 적이 한번도 없었으니깐 말이다. 놀라운 일이다. 남편 수는 자기에게 있어서 이 세상살이에는 바위 같이 의지할만한 귀중한 이 이기도 했다.
어느날이었다. 희는 병원 일을 마치고 그로서리 스토어에 들려서 식품 몇 가지를 사가지고 계산대로 줄을 서서 나가는데 자기 앞에 중년부인 한 분과 나이 많은 남자 노인 한 분이 차례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지금까지 보아왔지만 저렇게 빈약하리 만큼 딱 작은 식품 두 가지만 달랑 사가지고 계산대에서 계산하고 있는 분을 처음 보았다. 소박하게 보이는 품이 참 어렵게 사는 분이 아닐까 싶었다. 그분 뒤에는 나이가 무척 많은 남자 노인이 상당량을 카트에 싣고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희가 그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데 희는 이때 앞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을 유심히 목격하게 되었다. 먼저 두 가지 물건을 간단하게 계산하고 나간 그 여인이 돌아가지를 않고 서성거리며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서있었다. 그러다가 그 다음 남자 노인이 계산을 다 마치자마자 재빨리 그 여인이 끼어들더니 그 노인의 몫을 자기 카드로 계산을 마치고 마는 것이었다. 어머머! 왜 그러지! 보아하니 노인 남자 역시 순간 어리둥절해 하자 그 여인이 웃는 낫 하며 이렇게 친절하게 말했다.
"할아버지, 맛있게 잘 잡수세요! 건강하세요!" 그러더니 어느 새 그 여인은 어디론가 종종걸음하며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대도 남자 노인은 그 여인은 전혀 모르는 여인이라고 말하면서 몇 번이고 의아해 했다. 그러면서도 노인은 가슴 뿌듯했던지 간에 아주 유여하게 즐거워 하는 표정이었다. 참 좋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희는 금방 그 여인이 행한 의도를 알아차릴만 했다. 정녕 혼자 사는 노인 같은 허름한 처지를 그 여인이 얼른 감지하고 나서 그 식품대금을 노인 대신해서 자기가 지불하고 간 것이었다고 틀림없이 보아졌다. 그러고 보니 희에게는 그 여인의 모습과 인상하며 그 선행이 너무나 아름답고 감격스럽기만 해 보였다. 희는 이때 마음 속으로 이렇게 말했다.
"아, 이것이야. 우리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솔직히 말해서 미국의 한국인 사회가 왜 이다지도 차겹고 냉정한 사회일까 하고 투덜댔었다. 그러나 지금 보아라. 아, 지금 이런 사람도 있지 않느냐! 이런 사람들이 수없이 많겠지! 자신의 일만 붙들고 그냥 그 일에만 전전긍긍하지 말아야 해. 남을 돕고 선량한 사업에 선량한 일을 많이 해야만 해. 아, 얼마나 보람되겠어!"
사실 희에게는 우연하게 간단한 한 사건을 목격했지만 그의 정신은 꼭 무슨 불빛을 발견했거나 자신의 삶에 있어서 어떤 획기적인 전환점을 맞는 것만 같았다. 희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여인을 다시 한번 만나보았으면 좋겠다는 충동을 강하게 느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지금이라도 곧 다시 만나보고 싶어졌다. 그러나 그럴 수 없었다.
희는 집에 돌아온 후에 남편 수더러 이 이야기를 진지하게 다 말하고 부러웠다고까지 말했다. 남편 수가 하던 일을 멈추더니 가만이 이 이야기를 시종일관 잘 듣고 있었다. 그러더니 수가 이렇게 말했다.
"참 좋은 이야기이구만. 그런데 희는 그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자질이 있어 보이거든! 슬프고 착잡한 때에라도 시아버지 모실 궁리를 하지 않았어! 난 그때 감동 받았어! 내가 보기에는 그 여인 보다 희의 씀씀이가 더하지 않을까! 싶은데... 좋은 여인끼리 맞선 보았구먼 그래!"
그런 후로 불과 한 주 후였다. 희가 다시 그 스토어에 갔는데 그때 만났던 그 여인이 다시 그곳에 나타나지 않는가 말이다. 너무나 의외로 반가웠다. 신의 섭리는 확실히 있는 모양이었다. 희는 얼른 그 여인 앞으로 다가가서 바쁜 모습처럼 보이는 그 여인에게 이렇게 물었다.
"안녕하세요. 바쁘신데 죄송해요. 그런데 이 근방에 한인교회가 있나요?"
"예, 이 앞길로 3마일쯤 가면 사거리가 나오고 존스거리를 그냥 지나 곧장 100미터만 더 가면 오른쪽에 한국교회 간판이 보이지요."
"혹시 부인께서도 그 교회에 나가시나요?"
"예!"
"감사합니다!"
희는 얼른 바쁜 분 앞에서 비켜가면서 다른 일을 보는 척 했다. 그리고 그분에게서 멀리 갔다.
희는 어느날 그 교회를 찾아갔는데 종래 예배가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이 교회 예배는 토요일 10시부터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면서 저기 안내판을 읽어보라고 했다. 날짜를 잘못 짚어오는 것이었었다.
그래서 다음 토요일에 다시 불이 나게 찾아갔다. 희는 차분한 성격이지만 한번 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속빠르게 매듭을 짓고야 마는 성미였다. 희는 이 성격 탓에 대학시절에도 꼭 학업성적 1등만 하고 마는 성격이었다. 희는 교회당 안으로 막 들어섰다. 그런데 어느 부인이 달려오더니 반가히 반기면서 "어디서 오셨어요?" 그랬다. 조금 망설이면서 주춤하고 서있노라니 지난번 소토아에서 만났던 부인이 마치 기다리기라도 하고 있었듯이 금방 종종걸음으로 걸어나오면서 반가히 희를 맞고 헉을 해주었다. 그리고 여러 여인이 관심을 가지면서 이리로 와서 앉으라고 권했다.
희가 바로 이때 느껴지는 것이 하나 있었다. 이 교회의 첫 인상이란 것이었다. 모처럼 친정에 갔을 때 부모님이 반겨주시던 따스한 그러한 관심과도 흡사했다. 금새 아, 좋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포근한 안정감이 들었다. 희 생각에는 이 교회의 이런 신자들이라면 어쩐지 함께 살만 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왈칵 마음을 스치고 지나갔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받아 본 관심과 배려였다.
그래서 희는 좌석에 앉았다. 성경공부를 뒤이어 설교예배가 진행되었다. 예배를 다 마친 다음에는 파틀락이 있었는데 "교회를 찾아오신 손님 000씨를 주님이 보내주셨습니다. 환녕합니다! 박수로 환영합시다! 이젠 손님이 아닙니다. 이제는 다음 안식일부터 본 교회의 신자로 오시는 것입니다."는 소개 말이 무척 마음에 와 닿았다. "옳커니, 내가 교회를 찾아온 것이 아니고 주님이 보내셨구나!" 하고 생각했다.
이 교회 신자들을 보아하니 지금 같은 세상에 확연히 다르게 순박했다. 그리고 치장하는 것이나 옷입는 맵씨가 너무나 순수했다. 그래서 우선 그것이 퍽 마음에 들었다. 무척 친절했다. 그때는 미처 교회의 교리 같은 것은 생각을 잘 못해 봤지만 이 교회를 "안식일교회"라고도 한다니 그러면 옛날에 한국에 있을 때 늘상 그 교회 앞으로 지나다니면서 보았던 그 길목 교회가 바로 이 "안식일교회"가 아니었던가 하고 생각해 보니 알아차릴만 했다. 그래서 이렇게 알고 보니 더욱 구면 교회 같은 생각이 들어 좋았다.
이리하여 희는 마음에 이 교회의 신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게 확정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희가 집에 도착했을 때 남편 수가 차고 앞에서 서성이는 것이 보였다. 차가 도착하자마자 수가 먼저 말했다.
"아니, 무슨 일이 있었어?"
"왜?"
"오늘 따라 기분이 좋게 보이는데...? 어쩐 일이지!"
"아, 그래요. 그렇게 보여요. 나 지금 교회에서 오는 길인데..."
"아니, 왜 나와 같이 가지 않고."
"여보, 다음부터 같이 갈거죠! 그렇죠! 와, 좋아라! 우리가 재림교회 신자가 되다니! 여보!"
"그럼! 당신은 항상 좋은 선택만 하거든...!"
다음은 "시아버지가 돌아가시다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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