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점 (시와 시인의 말)
페이지 정보
본문
다른 점
강위덕
강아지는 기다리며 산다
사람도 기다리며 산다
강아지는 내 몫 되면 주인도 할퀴지만
사람들은 내 몫 돼도 소홀하다 놓친다.
해설
개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의리를 저버릴 때 흔히 쓰는 말입니다.
자연 속에 몸담고 사는 사람에게는 동찰(動察)보다는 정존(靜存)에 익숙하고
거기에 머무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사실을 사실로 판단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찢고 볶는다는 뜻입니다.
이런 자세는 바르지 않습니다.
진정한 견성(見性)이란 보는 일에 상이 이루어져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쪽만 나타나고 저쪽은 나타나지 앉습니다.
완전히 반편이 됩니다.
이런 경우 시인에게도 자주 범해지는 화자우월성이란 실수를 범합니다.
이것이 극복되지 않으면 생동하는 시가 될 수 없습니다.
이시에서 사람과 동물의 비교는 정존의 소산이면서 동찰의 생태입니다.
바슐라르는 세계를 구성하는 네 가지 기본적 요소를
불, 공기, 물, 흙으로 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그의 질료적 상상력을 펼친 독보적 업적을 남겼습니다.
그는 이 저서에서 물은 불보다 여성적이라고 설명합니다.
물의 본질은 끊임없이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물의 본성은 맑고 또 맑아 티끌이 없고 티끌이 없으니 곧 찌끼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 논리는 오대산 일대의 물을 설명한 이조시대의 정홍명씨의 명옥헌기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물의 특성이 부드럽다고는 하나 단단한 바위덩이도 거친 부분을 부드럽고 미끄럽게 만들어 줍니다.
그렇게 부드러운 물이
딱딱하고 거친 돌을 매끄럽게 만드는 데는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닙니다.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이 걸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의 경우는 수천 년이나 수백 년까지 걸리지 않습니다.
평강 공주가 바보 온달이와 결혼하여
당대 유명한 장수로 성장시키는 데는 불과 20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세계적인 인사는 거위 공처가라고 합니다.
적당히 할퀴는 아내를 데리고 사는 사람은 훌륭하게 된다고 합니다만.
전기는 <-+>가 공존하지 않으면 빛을 만들지 못합니다.
서로 갈라져 있고 서로 반대하면서 공존을 합니다.
그래야 빛을 만들 수 있습니다.
부부 관계도 이와 비슷합니다.
남편에게 맹종하고 너무 잘해주는 부부는 권태기가 빨리 오고
심지어는 버림을 받기가 쉽다고 합니다.
헬라의 철학자 비우게 네스는
남녀는 적당히 튕길 줄 알아야 사랑의 관계가 유지된다고 하였습니다.
1970년 4월 1일부터 4일간 양극화 문제로 세계 세미나가 열렸습니다.
양극화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는냐 하는 문제를 놓고 공방전을 벌렸지만
결론을 얻지 못한 체 끝이 났다고 합니다.
해결될 수 없는 문제를 놓고 해결을 보려하는
양극화세미나가 성공 될 수 없는 것은 엄연한 사실입니다.
지구덩어리는 남극과 북극이 있어야하고
가정에는 고부의 갈등이 있어야하고
이미 말씀드렸듯이 전기는 양전과음전이 있어야합니다.
인간의 삶에도 두 길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길과 더러운 길이 있습니다.
인간에게 선택이 없다면 삶의 뜻도 없습니다.
강아지는 기다릴 줄 아는 동물입니다.
주인의 밥상에 진수성찬이 있어도
주인이 밥을 다 먹을 때까지는 꿈적도 안합니다.
그러나 일단 자기에게 음식이 주어지면 주인도 할큅니다.
왜 줘놓고 간섭이냐 하는 자세입니다.
이런 강아지가 가지고 있는 생각의 무게는 얼마나 될 가요?
영혼의 무게가 있다면 물론 존재의 무게도 있을 것입니다.
영화 21g을 본 사람이면 이런 생각을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입니다.
소홀이 다룬다는 문제는 생태학적인 문제입니다.
고양이와 호랑이는 생태학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고양이는 쥐를 잡고도 가지고 놀다가 놓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호랑이는 토끼 한 마리를 잡아도 온 힘을 다합니다.
쏜살같이 달려가 토끼를 잡고는 속력의 반동으로 몇 바퀴 구루기가 일수입니다 .
이것이 호랑이와 고양이의 다른 점입니다.
습관 혹은 생태의 문제는
누구나 예외 없이 공유하는 광범위한 삶의 조건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너무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에 오리려 관심 밖일 수 있습니다.
이윤과 개발의 단맛 너머로
혼란과 파멸의 쓴맛이 넘어오면서부터 문제의 심각성을 지각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환경문제입니다.
삶의 습관과 생태는
경영학, 생물학, 공학, 의학, 법학, 인문학 등
현대의 거의 모든 학문들과 접합되어 있습니다.
그중에 문학과의 친연성는 각별합니다.
짐승들의 생태와 사람들의 생태와의 콘트라스트에서
삶의 지혜를 찾아 나가는 것은 우리 생활인들의 몫입니다.
- 이전글{소설} 재미성도 체험단편 / 도망자 / 우리가 재림교회 신자가 되다니!(6-5) 11.12.21
- 다음글{수필} 느림의 미학 / 이영희 11.12.2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