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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지리지 (시와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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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의 지리지(樂園 地理誌)
강위덕

 

길이 제 몸에서 길을 빼내고 있다 영랑거미 같다 갈망하는 아득한 길 끝으로 시린 발 구르며 탈주를 시도하지만 빛 속에 생겨난 그림자가 앙상할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짙은 그리움으로 시를 부른다 눈만 뜨면 세상만사를 은유하기도 하고 틈만 나면 말씀과 말씀사이의 침묵을 캐내는 일과로 세월을 산다. 꽃이 피는 이유가 궁금하기 때문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이유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날아갈 필요가 없는 새처럼 날개가 퇴화한 코바네우가 유전인자 속에 숨겨 있듯 이 천 년 전 아리스토텔레스의 詩而吾(ceo)가 욕망 속에 총총 박혀있다 아무리 들녘의 꽃이 좋아도 얼마만큼의 모방에 충실한 다음엔 트릭을 지워야하는 것, ,txt! 모든 약물과 도표의 꾸밈의 요설이 사라진 뒤에 남은 것 한글이건 워드든 엑셀이든 어느 프로그램에서 작업을 하던  ,txt! 그것을 세이브 에즈(save as)로 저장해야 비로소 새로운 길이 펼쳐진다
눈을 뜨니 다시 현실,
우주의 넓이는 10의 26 제곱미터, 천조 분의 일초도 안 되는 찰나를 모방하기 위해 시(詩)퍼런 눈으로 길을 찾는다 오늘 아침 각성은 이것이 전부다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 모래알 하나 주워 마침표를 찍는다

 

 

* <이게 다예요>라고 시를 썼던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마지막 작품

 

 

해설
어느 길인지에 대하여 간접적 모순점을 경험하고 자신의 길을 찾아봅니다.

이 방법은 시에서도 아주 중요한 방법입니다.

“내가 만약 마추픽추를 여행한다면,

내가 만약 여자가 된다면,

내가 만약 15분 만에 죽는다면,

만약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그러한 가정 속에서 수많은 가설이 생겨나고

우리는 그 가설을 통해 새로운 길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시인은 ‘내가 한 마리 곤충이었다면’이란 가정을 통하여

“삼국 통일의 위업을 내달리던 서라벌 장수,

그 영토 확장의 진군 일로 북진의 채찍을 가하던 말발굽 소리를 따라

주술적인 믿음 영원의 상징 황금 투조 문양을 새긴 금동 가리개 말안장에 얹혀

천 년의 시간이 분해되고 있는 황남대총 신라왕의 무덤 속

침묵하는 석문”까지 마음대로 날아갑니다.

곤충이라 할지라도 세월을 거슬러 올라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시인의 가정(假定)이 얼마나 생산적이고 미래지향적인가.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 결국 날아오르고 싶은 곳은 “생명의 불꽃”입니다.

이 시는 요즘 현대시에서 요구하고 있는 한 단편입니다.

과거의 시는 대게 경험에 의해 쓰여졌습니다.

그런데 현대시는 상상에 의해 쓰이는 시가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것은 신춘문예 시에서 자주 드러납니다.

김륭의「구름에 관한 몇 가지 오해」,

심명수의「쇠유리새 구름을 요리하다」,

이혜미의「침몰하는 저녁」,

성은주의 「폴터가이스트」,

이제니의 「페루」등에서 보더라도

앞으로의 시는 얼마만큼 새로운 상상을 했느냐,

그리고 그 상상에 논리적 타당성을 부여했느냐가 시적 성공의 관건이 됩니다.

따라서 이런 상상류의 시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

상상이지 과거에 대한 열거가 아니라는 점을 시인은 잘 이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시인의 시적 감각은 상상을 통한 과거로의 여행에서

미래를 꿈꾸고 있는 것입니다.

영감은 모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진 찰나를 모방하기 위해 살아가는 문학인들은

시(詩)퍼런 눈으로 영감을 찾아 나서지만

낙타를 보고서야 모방의 진리를 깨닫게 됩니다.

낙타 눈썹이 두 줄이고 귀에 털이 나 있으며 물 없이 버틸 수 있어서*

장님 3년 귀머거리3년 벙어리 3년을 견디는 한국의 며느리 상을 쉽게 터득할 수 있습니다.

곱사둥이 낙타를 모방하지 않았다면,

영남거미가 길을 뽑아가듯 한 많은 여인의 길을 헤아려 낼 수 없을 뻔 했습니다.

3년을 견디고 나니 여우같은 신우도 시집가고

시어머니도 이제 며느리에게 잡비를 얻어 쓰려니

한 꺼풀 귀가 꺾여나갔을 것입니다.

이때가 바로 save as로 저장해 둘 때입니다.

센 시집살이 당한 며느리가

더 독한 시어머니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모방정신으로 시를 써내려가는 신출내기 시인이

기성시대를 뺨치는 소리가

현대시를 이끌어가는 신진(新進)들의

고약한 힘의 에너지가 아닌가 싶습니다.

 


*낙타의 두줄 눈썹과 귀에 털이 나있다는 말은 성의 전문용어입니다. 시집 사리가 아무리 고달파도 따뜻한 남편의 위로 때문에 오만 시름 다 잊고 고달픔을 견뎌내는 모티브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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