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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큰 파도(Tidal Wa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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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이른 아침인 셈이다. 케이는 한 밤을 뜬 눈으로 새다가 혼자서 차를 몰고 단숨에 여기까지 달려왔다.

케이는 태평양에서 밀려왔다가 연상 또 깨어지고 마는 큰 파도(Tidal Waves)를 물끄럼이 바라보고만 있었다. 아무리 거세

고 성난 파도라지만 솨- 솨-하고 밀려왔다가는 일정한 한계를 넘지 못하고 다시 밀려가고 마는 것이었다.

"그래, 그래야 하는 거야!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거든... 바로 그거야! 그러나 지금 내 일이란 게 만시지탄이지 별 수 있겠나!"

싶었다.

케이는 큰 회사의 젊고 총명하며 실력이 있는 29세 난 사원이었다.

그런데 케이는 불행하게도 어쩌다보니 아내와 더불어 노도 같은 심한 말다툼 끝에 이혼이나 다름없는 별거생활을 한지가

여러 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사람의 노도란 경계를 넘은 탓에 파경이 된 셈이었다.

아내에게서는 지금껏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이젠 모든 것을 체념하고 어머님 말씀 대로 신앙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하겠다

싶어서 스스로 교회를 찾아 나온지도 벌써 수개월째가 되었다.

그런데 어느날 교회에서였다. 차를 파킹한 다음 묵묵히 교회를 향해 걷고 있는데 오늘 따라 왜선지 아내와의 지나간 날의

몹쓸 일들이 주마등처럼 자꾸만 연상되는지 모를 일이었다. 정신이 몹씨 번거롭고 실망스럽고 슬퍼지기까지 했다.

그러던 참에 어느 누군가가 자기 옆을 휙하고 스치고 지나가는데 "왜 인사도 없소! 사람, 어찌 그 모양이요!" 그랬다.

케이에게는 이순간이 유득 심기 불편하던 참인데 쫌맞게 그가 해준  말이 몹씨 반갑지 않는 모멸감을 안겨주는 인사말투(?)

로 들렸다.

그래서 즉시 케이는 날카로운 심정으로 뒤를 돌아보니 피는 자기의 아내와 함께 벌써 저만큼 걷고 있었다.

케이는 그다음 예배날 쯤 필시 피가 "미안했소!" 그럴줄 알았는데 그런 말은 커녕 오히려 의식적으로 자기를 피할뿐 더러

외면하는듯한 눈치까지 역역해 보였다. 그렇지 않아도 심기불편한 이 판국에 케이는 몹씨 불쾌하기 그지없었다. 

그 다음 예배날이었다. 케이는 나이 든 피씨 가까이 가서 나직한 음성으로 무게를 잡으면서 갑자기 이렇게 말했다.

"사람을 외면하기요! 사람, 어찌 그 모양이요!"

이 말을 들은 피는 "아니, 뭐라고! 내게 그모양이냐!"고. 피는 젊은이 언동이 기가 막히다는듯이 "어, 어, 허-허-!" 그랬다.

단번에 무슨 말을 해줄까 싶었지만 보아하니 벌써 케이는 저만큼 가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피는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먼 산을 바라보듯이 하면서 속말로 중얼거렸다.

그다음 예배일에도 피는  이런 꼴을 꼭같이 당했다. 나더러 "사람, 왜 그모양이냐!"고. 피는 생각할수록 차마 상상도 하지

못할 수모를 당했다고 느껴졌다. 물론 이번에도 케이는 저만큼 가고 있었다. 무슨 말을 해 줄 순간이 없었다. 화가 머리끝까

지 치민 피는 안절부절해 했다.

이리하여 차를 몰고 휙하고 교회 코너를 빠져나와 미처 1백미터도 채 가지 못한 사거리에서 피는 찍-찍- 소리를 요란하게

울리면서 급부레이크를 밟아야 했다. 다행하게도 아슬아슬하게 충돌사고는 피한 셈이었다. 피는 홍겁에 질렸다. 순간 상대

방 차에다 또 대형 덤프트럭까지 지그잭으로 가까이 비스듬이 놓여있는 것을 보아하니 아찔하면서도  하마트면 3중 아니

면 4중 충돌이 대형으로 날 뻔 했었다. 그러나 여전히 화가 치민 피는 브레이크를 밟은 채로 "케이 이놈!" 하고 소리쳤다.

이때쯤 옆자리에 차를 같이 타고 있던 아내가 말을 했다.

"여보! 신앙은 자아의 죽음이예요! 그래야 신앙생활이 편안하고요! 재발 남의 일에 참견하거나 연연하지 말아야 해요!

여보!"

남편 피는 이때 주름잡아 곱게 오물린 만두처럼 입을 작게 꼭 다물고는 앞만을 응시하면서 운전대를 두 손으로 꼭 부여잡

은 채로 운전하고 있던 참이었다. 아마도 머리끝이 솟구칠만치 아직도 긴장감이 풀려나지 않아서였을 게다.

피는 아내를 한번 힐끗 쳐다보고 나서는 의외로 이렇게 아주 나직한 음성으로 반응했다.

" 음, 그래, 당신 말 맞아! 당신 말이 옳아요!"

그다음 예배일이었다. 피는 미소하면서 뚜벅뚜벅 걸어서 좌석 코너에 앉아있는 케이에게로 갔다. 피가 이렇게 말했다.

"케이, 도대채 내게 왜 이러는 거요?"

케이가 즉시 피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왜요? 이번에 선배에게서 배운 말법인데요! 나라도 친절해야죠! 안그래요!"

잠시 좀 주춤하던 피가 다시 이렇게 말했다.

"대저 듣고 보니 내게도 그 말의 어감이 안좋게 들리더구만... 미안하이. 모든 것은 없는 것으로 합시다!"

케이가 피를 물끄럼이 쳐다보면서 말했다.

"안그래도 타이틀 웨이브(Tidal Waves)는 여기(경계)까지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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