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마음 (시와 시인의 말) > 글동네

사이트 내 전체검색

글동네

보내는 마음 (시와 시인의 말)

페이지 정보

글씨크기

본문

보내는 마음
강위덕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는 말고
좀 섭섭한 듯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는 말고
다시 만날 것 같은
단절이라는 말만은 하지 않는
그런 이별이 되게
햇빛 져 나르는
시인의 입술에 걸터앉아
그대
뒷모습을 스켓치한다

 

해설
그리움에도 질량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만일 있다면 무게는 얼마나 되는 것입니까.

만일 없다면 그리움은 어디에 있는 것입니까?

이미 떠나버린 사람을 그리워하고 동경하고 사무치는 그런 감정들은

결코 외면할 수없는 내면한 의식작용입니다.

그리움은 지향대상에게로 가 닿기를 원하지만

결코 와 닿지 못하는 의식이며

가공되지 않는 순정한 의식입니다.

인간 내면의 깊숙한 곳에서 상처로 혹은 사랑으로 또 미움의 극치로 해어졌다하더라도

아주는 말고

곧 다시 만날 것 같은

그런 이별을 하게 함으로 인간의 영혼을 맑게 고양시킵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에 존재하는 그리움의 무게는

시인의 의식작용 속에서 존재의 거대한 무개로 비약합니다.

그리움은 지향대상에로 도달 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언제나 승화되기를 기대합니다.

그리움이 지고한 의식으로 정신 화 될 때

그리움 그 자체는 너무도 투명한 의식으로 고양되어

존재의 무게까지도 기화시켜 버립니다.

그러나 그리움은 거대한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움의 감정은 서로의 불가능한 내적울혈이기 때문에

시인의 몸과 정신을 갉아먹습니다.

그리움은 사무친 사랑과 미움의 상혼입니다.

그것은 너무 깊고 무거워서 헤아리거나 측량할 길이 없습니다.

그리움은 부제중인 타자에게로 향하는 마음입니다.

한번쯤은 소유했을 것 같지만

한 번도 소유해 보지 못한 대상에게로 가는 마음이 바로 그리움의 실체입니다.

서로 미워하고 찌지고 볶고 싸우던 사람들이

더 그리워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움에는 길이 없습니다.

그리움은 미궁에 빠진 착란의 상태입니다.

밀폐된 공간에 칩거하면서 스스로 소외시킨 의식입니다.

그리움은 현재 진행 중인 의식이지만

그러나 그 의식은 시간의 선상을 가역으로 달려갑니다

 과거 지향적인 한때의 사랑과 열정을 추억하면서

끝내는 이별을 맞이한 지점, 바로 그곳이 그리움의 지점입니다.

 

뉴욕에 살 때 나는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한 젊은 여인을 알고 있습니다.

그는 가끔 그의 그리움을 이야기해주곤 했습니다.

그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그의 용모 탓인지 박사 학위가 있는 청년의 청혼을 받아 결혼하였습니다.

약 3년 동안은 그런대로 행복하게 사는 듯 했습니다.

그 여인은 지극정성으로 남편을 섬겼습니다.

사랑 했다기 보다 섬겼다는 것이 올바른 표현인 듯합니다.

그러나 그의 헌신은 헌신짝처럼 버려졌습니다.

버림을 받은 후에도 그 여인은 남편을 지극정성으로 도왔습니다.

이혼서류에 도장도 찍어주고

위자료 포기각서에도 도장을 찍어 주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옛말을 믿고 지극정성으로 남편을 도우면

혹 정성 때문이라도 다시 돌아오기를 기대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지성이라고 해서 반듯이 감천은 못되는가 봅니다. 

그는 아직도 남편을 그리워하며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의 소망은 재산도 영화도 아닙니다.

그는 미국 큰 생산 공장에서 하류노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는 남편을 위해 100을 내주었지만 바라는 것은 1에 불과합니다.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는 말고
좀 섭섭한 듯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는 말고
다시 만날 것 같은
단절이라는 말만은 하지 않는
그런 이별이 되게

 

그 여인을 생각하면 이 구절은 참으로 처절한 구절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경험은 누구라도 당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료 깊은 시인이 되어 밝은 쪽을 바라보며

밝은 스켓치를 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왕이면 밝은 쪽으로 말입니다.

 

햇빛 져 나르는 / 시인의 입술에 걸터앉아 / 그대 / 뒷모습을 스켓치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KASDA Korean American Seventh-day Adventists All Right Reserved admin@kas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