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시와 시인의 말) > 글동네

바다 
강위덕

 
태고적 바다가 울기 시작한 때
갓 탯줄 끊어진 노을핏덩이를 안고
바람이 무너진다
 
파도는 인식의 언어가 되어
땅거미 파고드는 저녁의 입구에 찾아가
세계를 더듬는다
파도의 껍질은 접혔다가 다시 펴지고
가까워지다가  다시
바닥없는 시간 속으로 떠내려간다
비가 쏟아져도 젖지 않는 우울한 책갈피에
파도가 접힌다
내 마음이 접힌다

해설
나의 마음은 일출보다는 일몰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쏠리는듯합니다.

어쩌면 슬픔과 절망이 기쁨과 희망의 의미이자 이웃임을 새삼 깨닫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세상의 끝은 세상의 또 다른 시작일 수 있기 때문에

태곳적 탯줄 끊어진 노을핏덩이는 바다가 울기 시작한 첫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저 막막한 바다를 보고 여러분은 무엇을 느끼십니까?

만일 여러분 중 누군가가 바다를 보고 무서움을 느끼는 분이 있다면

그런 분은 세상에 살아가면서 무서움을 느끼는 분입니다.

사업하기도 무서워하고

직장 동료들 사이에서도 원만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바다를 바라볼 때 첨벙 뛰어들고 싶고

시원해 보이고

통쾌하게 생각이 되는 그런 분은

사업에도 성공하고

자기의 취향에 따라 도전 하고픈 의욕이 있는 분입니다.

그러므로 바다는 세상에 적응하는 사람들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이 시는 대립하는 바다와의 간극이 소멸하기를 꿈꿉니다.

숙명적으로 주어진 삶의 조건을 뛰어넘고자합니다.

바다는 모든 것 안에 내재하는 본질적인 것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그 대상이 보이지 않는 영혼이라 할지라도

바다는 그것과 동일시를 꾀하며

바다가 다른 것들에서 동질성을 발견하려는 이유는

자신의 존재감을 가지려는 데 있습니다.

가만히 귀를 기우려 보면

파도는 인식의 언어가 되어 마치 땅거미 파고드는

저녁의 입구에 서있는 암담한 나의 속에 들어와 가슴을 더듬습니다.

마치 파도의 껍질이 바닥을 핥는 것과 같이

물밀듯 찾아와 속삭이기도 합니다.

바다는 비가와도 젖지 않고 그대로 있듯이

슬픔으로 젖어 있는 마음에는 파도가 밀려와 적셔도 젖지 않습니다.

우울한 마음의 책갈피에는

만권을 기록한 언어의 사연들이 수두룩 접히기도 합니다.

쓸쓸한 생의 조건에서 벗어나고자하는 강열한 욕구는

이 시에서 뚜렷한 형상을 나타냅니다.

존재들의 완만한 소통과 자유자제함을 파도와 함께 노래하고 있지만

이 노래는 음울한 어조를 띠고 있습니다.

역설적이지만 존재론적 쓸쓸함이 내재된 상응의 노래가 이 시의 독특성을 드러냅니다.

화해의 노래가 노정하기 쉬운 시의 평면성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핏빛 진동하는 방금 탯줄 끊어진 노을을 끌어 드리기도 합니다.

이 시는 시 의식을 드러내는데 적절한 소재들을

무형물인 바람, 땅거미, 마음 등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들 소재들은 고정된 형상이 없기 때문에

시공을 초월 하는 존재이지만

차갑게 감각되는 쓸쓸한 시적 자아를 표현하는데 적합니다  

비가 쏟아져도 젖지 않는 우울한 책갈피에
파도가 접힌다
내 마음이 접힌다

로스안젤레스에서 세계 올림픽을 할 때

중국여자가 다이빙 종목에서 금메달을 받았습니다.

그때 그는 기자에게 말합니다.

오늘 내가 금메달을 받든 것은 어머니의 도움 때문입니다.

넘어질 때 일어나서 뛰는 것이 1등하는 것보다 훨씬 좋다는 것을 말씀하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난 십여 년간 하루에 8시간씩 열심히 뛰었습니다. 라고 기자에게 말하였습니다.

비가 쏟아져도 젖지 않는 우울한 책갈피에

파도가 접히고 덩달아 내 마음이 접혀도

비에 젖지않는 불굴의 의지를 보여준 좋은 실례입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우리의 마음에 순수함을 던져줍니다.

아이큐 75짜리 포레스트는

그의 순수함으로 ,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오히려 바보로 만들어 버립니다.

우리가 잊고 지내는 지극히 평범한 삶의 진리,

그는 그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줍니다.

포레스트 검프는 낮은 지능지수 외에도 다리 불구라는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입니다.

그래서 그의 삶을 따라가는 것이 답답함이나

불쌍함으로 생각될지 모르나,

영화는 그의 삶을 통해 우리들로 하여금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합니다.

다른 아이들로부터의 조롱과 놀림을 피해 달리고 또 달려야 했던 포레스트는

바람처럼 달 릴 수 있는 소질을 보이게 하고

그로 인해 오히려 세상에서 인정받게 됩니다.

세상의 자만심과 이기심에 짓눌려

비정상인 으로서 비집고 나올 자리도 없었던 포레스트는

그의 순수함과 맑은 영혼으로

어머니 제니 댄 중위 그리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삶에 대한 희망과 아름다운을 심어줍니다.

아이큐75로 축구 스타,

베트님 전쟁의 영웅,

새우잡이로 성공한 재벌, 

언론과 백악관의 관심을 집중시킨 그를 보고 있는 동안

그리고 40여 년의 세월이 흘러 영화가 끝날 때쯤,

다시 자유스레 날아다니는 하얀 깃털을 보고 있는 동안

어느새 포레스트의 순수한 영혼에 젖어

작은 결심을 하는 우리를 발견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