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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가 소리를 내다 (시와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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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가 소리를 내다
강위덕

 

진흙이 만든 최초의  언어는 꽃이다  한 송이 꽃이 피어나려면 1000개의 천둥, 1000톤의 물감이 소나기가 되어야 한다 한 송이의 꽃은 하루아침에 피는 것이 아니다  황소가 천천히 일어나 산과  들녘을 깨우듯 죽은 자의 시체가 썩어 모래알이 된 그 속에 잔가지 흔드는 새 바람으로 풀무질을 해야한다 저 들녘을 보니 꽃송이는 불쑥 몰아친 숨결을 타고 飛上인지 非常인지 위를 날고 있다 태풍 주의보가 경보로 바뀌자 향기가 끼리끼리 흘레붙는다 그들의 숨 가쁜 소리에 물의 깃털이 날아다닌다 향기가 지구도 되고 은하도 되고 우주도 된다


해설


여러 해 전,

중앙대 박범훈 총장이 공연을 위해 무대에 오른 자신의 제자를 가리키며

“이런 자그마한 토종이 감칠맛이 있다” 등의 발언을 해 물의를 빚은 일이 있었습니다.

성차별적이고 여성 비하적인 발언이라며 네티즌들도 발끈했습니다.

이런 공인의 말 실수는 새삼스러운 건 아닙니다.
 오래전 일본의 극우 망언정치가인 후지오 문부성장관이 사석에서

“강간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성적 능력이 없으면 남자로서의 인생은 끝난 것이나 진배없다”는 식의 발언으로

자리에서 내쫒긴 외국의 사례에서부터

“안경 쓴 여자는 매력이 떨어진다”는 소신(?)을 밝혔다가 사표를

쓴 환경부 고위 간부가 계셨는가 하면,

“여자는 좀 얼빵한 맛이 있어야”한다는 사석에서의 발언으로

호된 망신을 당한 과거 부산지방경찰청장의 사례도 있었으며,

강용석 의원의 무개념 폭언 등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사자에겐 어처구니없는 일일지도 모르나

21세기는 ‘여성의 시대’임을 채 깨닫지 못했거나

세상이 달라졌음을 실감하지 못한 인사들의 거듭된 어처구니 없는 실수임이 분명합니다.
 그런걸 보면 시인이 좋을 때도 있습니다.

시에선 <아 글쎄 탱탱한 알몸의 그 잡년,

내 손가락 끝이 닿기도 전에 그냥 와락, 단번에 앵겨 붙는>

이런 농후한 표현도 가능하니 말입니다.

가능만 아니라 상상력이 돋보인 훌륭한 작품이라 하여 상찬까지 받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손가락이 굽어지지 않는>등의 고감도 에로티시즘의 표현을 함부로 내 뱉어도 아무 일도 없으니

가히 시인으로서의 특권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오늘의 시<향기가 소리를 내다>에서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흘레붙는다>는 표현은 짐승들이 교배를 할 때 표현되는 저속한 언어이지만

지금 이 시의 장면에서는 향기와 향기가 서로 맞부딪쳐 향기를 가중시키는 언어의 구사력으로 표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적표현에서 되살아나는 날것의 의성어들이

마치 이명이나 주문처럼 귀 속을 파고드는 이유는

한 송이의 꽃이 피어나는 과정의 천둥소리가

얼마나 고된 기름을 짜내야 이루어지는가를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체가 썩어 모래알이 되어도

그 속에 잔가지 흔드는 세미한 바람!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는 아내대로

자신을 죽여야 사랑이 싹트듯

천근을 드는 느낌으로 오늘은 해쳐나가야,

한 개의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표현입니다.

이러한 희생은 예수님 정신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들이야 사람의 탈을 썼으니

연자 맷돌을 목에 달지 않아도 물에 빠진 몇 사람 건져놓고

쉽게 순직 할 수 있지만

목에 풍선을 단 사람은 바다 밑으로 빠져 죽으려 해도 죽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목에 단 풍선이 예수님이 지닌

신성과 흡사한 예증이라 해석해서 무리가 될까요.

사람이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쉽지만

신격을 지니신 예수님이 인간이 되어 사람을 위하여 희생하는 것은

그만치 어렵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행위표현이 최초의 언어라고 정의 한다면

천지창조 전,

인류를 창조하기 전,

아담의 범죄를 예지한 창조의 신은

구속의 경륜까지 세워 자기의 몸을 내놓은 구속주가 되어

창조에 임했으니

아가페의 사랑은 바로 이런 것이라 사료됩니다.

정과 사랑의 개념이 다른 것이라고 정의하는 이유는

고향산천에 정이 간다하여도 의무가 따르지는 않지만

그러나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데는

의무가 따른 다는 것을 명심해야합니다.

아내를 사랑한다면 아내를 위해 희생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자식을 사랑한다면 자식을 위해 목숨이라도 내 놓을 수 있어야 합니다.

비단 아가페는 아니더라도

에로스 혹은 피리오의 사랑이라 할지라도

사랑에는 그러한 의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요란한 기차소리보다도

아가리가 훨씬 더 큰 밤하늘의 정막처럼

한 송이의 꽃을 피우는 데는

저 꽉 다문 입술 속에

하늘의 소리를 울어 내는 넓은 공명대가  있음을 기억해야합니다.

 

나폴레옹은 예수는 사랑으로 세계를 정복했다고 고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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