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4월의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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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산허리 넘지 못해
요동치는 비구름이 슬피 눈물을 뿌린다.
얼마나 자주 울기에
고목나무 엉덩이 곰팡 피운 걸까
긴한 하소연 듣고 우울증 걸릴라치면
어느새 빤짝 햇빛 나고
맑고 높푸른 신의 하늘 가슴 선보인다
환희다
잉어바위 모닥불 피울 겨를도 없이
금새 또 비단이슬 뿌린다
'에버그린' 연정인가 봐!
{해설}
미 서북부에 위치한 워싱톤 주 닉네임은 항상은 물론 영구히 푸르디
푸르다는 "에버그린"(ever green)이다.
넓디 넓은 태평양상에서 피어오른 뭉게구름이 연상 기류를 타고
동부 내륙 바운다리로 서스름없이 돌진하다가는 정작 캐스카데 산맥
(Cascade Ranger)이 가로 놓여 아쉽게 그것을 넘지를 못한다.
막히고 쌓이며 답답해지고 혼란스러워진 청순한 흰구름은 막상
어찌할 바를 몰라 슬퍼져서 아래의 대지 위로 마구 눈물을 뿌린다.
스프링클러 장치도 없는 운무 같은 흰구름은 홍수가 날까 봐 천연의
대헌장 규약을 넉넉하게 지키면서 사려깊게 "비단이슬"로 내린다.
이곳이 씨아틀(Seattle)의 온 산야며 평원이다.
"고목나무 엉덩이 곰팡 피우"듯 자주 찔끔~ 눈물을 흩날려 흘리고
뿌린다.
사람이며 만사의 조절장치는 신의 신비스러운 운무에 가려진 것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이때 잠시의 밝은 햇빛, 잠시의 푸르디 푸른 천공은 정말 신의 가슴의
정과 정열을 엿보이는 신비와 환희에 흽싸이도록 경탄케 한다.
이런 비단눈물 이슬비며 영롱한 햇빛이라는 빈틈 없는 교차는 보이
지 않는 교향악의 스릴 넘치는 천연의 맛과 묘미이며 그 해법이 우연
한 게 아니라는데 있다.
알고 보면, 두드러진 건 "에버그린" 연정 때문이 아니겠는가! 싶은
것이다. 들쑥 날쑥 속 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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