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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희는 창문 밖을 내다보면서 슬퍼했다. 무엇인가 무슨 말을 조아리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두 손으로 흐르는 눈물을 연상 훔쳐냈다.

  진희는 철없는 나이 7살 때 사랑스런 엄마 손을 부여잡고 고국을 떠나 미국으로 왔다. 지금쯤 진희는 어엿하게 장대 같이 키가 큰 13살 난 중학생이 되어 있었다.

  "엄마, 난 어떻게 하라고 엄마만 갔어. 엄마가 보고싶어 못살겠어. 엄마가 죽으면 나도 죽겠다 하지 않았어. 엄마! 어떻게 해. 아무 것도 모르겠단 말야. 어쩌면 좋아. 엄마! 알지도 못한 이가 우리 집에 들어와 살면서 내 엄마라고 하고 있어. 아무래도 슬퍼서 못살겠어. 엄마! 아빠하고 잠도 같이 자고 엄마가 좋아한 것들을 그이가 모두 쓰고 있어. 어쩜 좋아. 그이 아들이 내 동생이래. 터무니 없어. 엄마, 그 아이가 어찌 내 동생이야. 엄마! 왜 대답이 없어! 어쩌면 좋아! 도대채 슬퍼서 못살겠어! 엄마~!"

  새로 온 엄마가 한참동안 방문 틈새로 진희가 슬퍼하는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가는 인기척을 하면서 가만히 진희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진희가 방안에 있었구나. 너무나 조용해서 방문을 열었구나. 진희가 울고 있네. 네 맘이 몹씨 슬프겠지. 네 맘을 내가 잘 안단다. 얼마나 엄마가 보고싶고 그립겠니. 게다가 엄마도 아닌 사람이 이 집에 들어와 사는 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걸리고 슬퍼지겠지. 네 맘 내가 잘 안단다!"

  새 엄마가 나직한 음성으로 이렇게 말하면서 진희의 두 손을 가만이 붙잡았다.

  진희가 고개를 숙인 채로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내 맘을 안다고 하는 거예요? 어떻게? 도대체 어떻게...?"

  새 엄마가 말했다.

  "외동딸이었던 나도 11살 때 내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셨거든...그리고 할머니 품에서 자라났거든...그래서 그때 그 슬픔일랑 말로는 다 할 수 없었어. 지금 생각해 봐도 그때 그 슬픔을 안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나도 미쳐 잘 모르겠어. 생각하면 할수록 슬프기만 해. 아마도 그때 내 슬픔이 지금 진희의 슬픔이 아닐까해서, 그래서 네 맘을 잘 안다고 한거지.  아무튼 간에 이 기회를 잘 이겨내야 하지 않을까. 난 네가 좋은 애이니깐 잘 할 거라고 믿는단다. 벌써 여러 날이 되었구나. 진희야! 나도 잘 모르겠어. 어쩌다가 내가 이 집에 들어와서 살게 되었는지...네 맘이 좋을 리가 없겠지. 한 길이 있는 거 같구나. 시간이 지나가고 네 나이가 많아지면 차츰 이런 이치들을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말이다. 난 너를 믿고 싶구나.  진희와 영길이는 누가 뭐래도 내 딸과 아들이란다. 네 어머니가 널 내 딸처럼 그렇게 잘 보살펴주기를 간절히 바랄 거라고 난 믿는데 말이다. 분명히 그럴 거야. 그럼, 분명히 그럴 거야. 누군가가 널 도와주는 이가 있어야 하기에 말이다. 어찌 네 엄마와 같겠니. 그러나 난 네 엄마 대신 해서 나의 최선의 네 엄마가 되어주고 싶구나! 진희야! 차츰 슬픈 마음을 가라않히고 정상생활로 돌아가 보자구나! 응! 네 엄마가 그 한가지를 꼭 바랄 거야. 지금은 방학기간이니깐 다행이구나. 자, 진희야 어서  가서 밥을 먹자구나!"

  이렇게 하여 진희는 새 엄마 손에 이끌려 나가서 새 엄마가 말씀하신 대로 고분~해서 밥을 잘 먹었다. 그리고는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곤한 잠에 들었다.

  새 엄마는 무엇인가가  미심적었던지 다시 한번 진희방으로 들어와서 곤히 잠이 든 진희에게 이불을 고쳐 따뜻하게 덮어주었다.  그리고는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이렇게 속말로 중얼거렸다.

  "진희야, 어린 것이...너도 슬프고 나도 슬프구나! 많이 슬프기만 하구나! 어쩌렴..."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난 어느날 오후였다. 진희가 밖에서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왜 집안이 이렇게 조용할까 싶었다.  진희는 신경을 곤두 세우고는 이방 저방 앞을 가만 가만 서성거려보았다. 그런데 영길이 방안에서 간헐적으로 말소리가 났다. 새 엄마의 음성이었다. 나직한 음성이 아주 천천히 흘러나오고 있었다. 새 엄마는 영길이에게 심상치 않는 말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영길아, 넌 쾌활하고 친절해서 좋지만 함부로 말하는 습관이 있는 거 갔더구나.  영길아, 진희 누나 맘을 상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응. 누나는 가뜩이나 엄마를 잃고 슬프지 않니. 조심~해야하지 않을까. 알겠니. 엄마는 진희도 영길이도 다 똑같은 내 딸과 아들이야! 모두 다 불쌍하단 말야!....."

  바로 이때 진희가 밖에서 이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순간 무엇인가 전에 없이 가슴에서 북받혀 올라오는 것이 있었다. "진희와 영길이가 다 내 똑같은 딸과 아들이라"고! "내 맘을 잘 안다."고! "자기가 날 잘 돌보는 것이 네 엄마가 바라는 뜻일 거라"고! 그래, 아, 그럴지도 몰라. 그럴꺼야. 그렇지. 그럼 엄마가 진짜 그렇게 바라는 일이라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하면서 순간 진희는 깊은 감상에 잠기고 말았다. 그래 정녕 나를 사랑하는 엄마가 나를 위해 그렇게 할 것을 생각하고 말할 거야! 분명해. 그럴꺼야.....!"

  진희가 이렇게 하면서 머믓거리고 있는 순간 정작 새 엄마가 문을 열고 나오다가 진희와 맞부딛히고 말았다.  새 엄마는 놀란 표정으로 진희의 눈과 마주쳤다.  새 엄마가  말했다.

  "아니 진희가 여기에.....!"

  진희가 머리를 숙인 채로 말했다.

  "엄마! 내가 엄마 이야기 다 들었어!"

  새 엄마가 얼른 자기 가슴으로 진희를 부등켜 감싸 안으면서 말을 했다.

  "그랬니! 내가 네 엄마라고! 그래 내가 네 엄마처럼 해줄께! 그래, 네 엄마이고 말고! 진희야~!"

  그렇지만 새 엄마는 어찌된 일인지 진희를 안은 채로 슬픈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고 말았다. 외동딸인 자기가 어렸을 때 어머니를 잃고 방황하고 외로워하며 슬퍼했던 그 눈물하며, 할머니 집에 가서 살던 일 하며, 그런데 진희가 당한 일이 꼭 자기 같은 신세여서 슬퍼하는 그 눈물이 한꺼번에 하염없이 쏟아져 흘러나오고 말았던 것이었다. 그런데 진희는 당장에 날 엄마라니...!"

  진희 역시 마음놓고 새 엄마 품에서 소리내어 엉엉 울고 말았다. 방 안에서 놀란 영길이도 방문을 열고 나와 엄마를 안고 울고 말았다.

  한참 후에 눈물을 닦은 새 엄마가 말했다.

  "진희야, 영길아, 우리 모두가 다 고독하고 외롭고 슬픈 사람들이다. 알겠니. 그래서 우리 모두 하나님 잘 믿고 살다가 죽음도 이별도 없는 하늘나라에 가서 같이 살자구나! 진희야, 영길아, 그렇게 할 수 있겠니?"

  진희가 고개를 끄덕~했다. 영길이가 누나를 바라보면서 "예, 엄마!"라고 말했다.

  새 엄마는 자기가 쓴 이상의 지나간 날의 일기장을 다 읽고 나서 진희가 내다보면서 슬퍼했던 창밖을 물끄럼이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엄마~! 나 엄마 떠나고싶지 않는데...스텐포드로 가야만 할까!?"

  새 엄마가 말했다.

  "진희야, 우리 가정의 뉴 첼린지(새로운 도약)이니라. 넌 우리 집의 지팡이고 기둥이니라. 한시도 잊지 말거라. 네 엄마의 못다 피운 서러운 그 꽃을 피워야만 하고 일구어 내야만  하느니라. 가지고 갈 짐은 다 챙기고 다 꾸렸니?"

  "예. 엄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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