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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반 (시와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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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반
강위덕

 

차디찬 구름층에, 하늘에, 아득한 높이에 동그란 선반을 달아 작은 빛을 올려놓았습니다 그 선반 위에서 토끼 한 마리가 방아를 찟고 있습니다. 차디찬 땅에 하늘 높이 솟아오른 나무에 길쭉한 선반을 달아 놓았습니다. 그 선반위에 방금 하늘을 날던 겨울새가 선반 위에 올라앉았습니다 우주의 공간에, 아득한 곳에, 동그란 선반을 달아 사람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때 선반위에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사람은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두근거리며 우주의 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사람은 두근거리는 존재입니다 두근거리는 그 자리에 선반을 달아 마음을 올려놓았습니다 그 때 그 선반위에는 방금 수평선을 따라 올라온 희고 긴 빛이 살짝 올라와 앉았습니다.    

 

 해설  

아름다움은 더럽혀지기 위해 존재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예쁘게만 살려고 하는 여자들에게서

 <나는 늙지 않을 거야>라는 말을 합니다만

그것은 아름다운 꽃의 생명 주기를 논하는 여인의 열망일 뿐입니다.

그러나 소망과는 상관없이 그들은 늙어 갑니다.

빛을 반사하여 더욱 눈부신 꽃잎.

그러다 다른 유색의 꽃들이 퐁퐁 터질 때면

이미 목련은 누런 수의로 갈아입고 맥없이 땅으로 낙하합니다.

이 무렵의 꽃잎은 피돌기라도 하는지 맥박과 호흡이 느껴집니다.

유난히 도톰하고 살점을 만지는 것 같은 질감으로

한 잎 한 잎 개체로서의 꽃인 양 생명인 양 착시를 유발합니다.

시인들은 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삶의 허무를 이야기 합니다.

허무는 잎과 꽃의 관계 이전에 존재했지만 꽃을 피우는 것 못지않게

꽃 지는 것 또한 아름다움이 아니라면 꽃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습니다.

일출과 일몰이 아름답지 않고서 어디 이 세상이 아름답다 할 수 있습니까

낙타는 오랜 시간 물 없이도 견딜 수 있고 사막의 모래땅을 걸을 수 있습니다.

등에 혹이 하나 있는 단봉낙타는

물 한 방울 마시지 않고 사막을 3백km 이상 거뜬히 횡단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 낙타에게도

‘뜨거운 사막 한가운데 얼어붙은 발걸음’의 순간은 찾아옵니다.

낙타의 느린 걸음과 순한 무릎이 짊어진 시간도

물이 없는 시간은 위기상황입니다.

낙타는 특별히 후각이 발달되어 있습니다.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물 냄새도 맡을 수 있기에 무릎을 세울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여기가 끝이 아닌 진짜 길의 끝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졌습니다.

그 능력은 낙타가 사막의 희망과 꿈을 상징하는 근거이기도 합니다.

인간에게 선반이 없다면 일출도 일몰도 없습니다.

선반위에 올라오는 일출봉은 삶의 희망을 갖게 합니다.

누가 산을 세워 산(山) 선반을 만들고

들을 눕혀 들 선반을 만들었을까,

무슨 선반이 있기에

우주에 떠 있는 행성들

태양과 달 천체의 별들은 공중에 떠 있는 것일까,

인체의 구조를 보아도 신기한 것뿐입니다.

오장육부가 다 적당한 곳에 매달려 흘러내리지 않고,

대뇌는 물속에 둥둥 떠 있어 여간한 충격에도 손상을 받지 않습니다.

특히 물주머니에 띄어 놓은 대뇌의 울타리는

두정골이라하여 망치로 쳐도 깨지지 않는 단단한 뼈로 감싸놓고 있습니다.

내추럴 히스토릭 뮤지엄에 가보면

인간도 언제부터인가 집을 짓기 시작했고

실내 장식을 하여 선반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엉덩이를 올려놓는 걸상,

음식을 올려놓는 밥상 음식을 저장하는 냉장고,

우리 집은 편리한 것은 다 갖추어져있습니다.

책장, 캐비닛, 편리한 자동차, 이런 것들 말입니다.

의료혜택도 일종의 선반입니다.

병이 나면 병원의 침대위에 환자를 올려놓습니다.

나는 어느, 어떤, 선반에 올라앉아 있는가 하는 질문은

오늘의 시에서 아주 중대한 질문입니다.

꽃이 아무리 예쁘다하여도 쓰레기통에 있으면 쓰레기가 됩니다.

제 자리에 있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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