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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바보가 포착한 천체(시와 시인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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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바보가 포착한 천체

강위덕

 

 

별이 몇억 광년 날아와 물 항아리에 갇혀 있다

뛰어내리면 가닿을 것 같은 별들마다

형광등 눈빛의 푸릇한 그늘 같다

육체를 이탈한 영혼들처럼

아름다운 통각(統覺)과 영원의 귀결을 풀 수 없어

항아리에 대고 말을 걸어본다

항아리가 옹알이한다

옹알이는 의미도 무의미도 다 통하는 것인지

살 속 깊이 박혀있는 사금파리 질문들이 쏟아지고 있다

천체를 관찰하던 바보의 눈이 반짝인다

 

 

DR→SA+SA' *

 

 

산자락에 숨겨놓은 절벽처럼

초침이 째깍이며 별들을 썰어낸다

도려낸 자국 따라 느닷없이 나타난 흑암절벽,

그 끝 따라 하늘을 바라보니

억 광년이 빠져나간 밤하늘은 텅 빈 항아리 속처럼 뻥 뚫려 있다

어느새 원주율의 π에 감전된 별들,

단 몇 초의 순간, 벌써 높은 하늘에 총총 박여 있다

바보의 눈에도 총총 별들이 박힌다

 

 

 

* DR(慾動)→SA(시니피앙=기호, 라캉의 해방시학)) = 젖가슴이라 해 두자. 젖가슴의 시니피앙은 젖먹이 젖가슴인지 사랑의 젖가슴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시니피앙은 慾動한다. 나는 내가 아니라 언어가 만든 시니피앙이다. 이것을 선불교에서는 무아 해방이라 했고 기독교에서는 너는 너가 아니라 네 속에 존재하는 신이라 했고 인체과학은 염기서열에 총총 박혀있는 억 겹의 문자(언어) 속에 살아있는 유령이라 했다 (a ghost of DNA). 아는 것을 쓰는 것은 시가 아니듯 이 慾動은 詩의 사명이다.

 

 

 

해설

 

 

거울은 자기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도구이지만

 

 

만일 거울이 없다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곧 자기를 바라보는 시각이라고 하였습니다.

 

 

만일 세계가 없다면 없는 세계에는 거울도 없다는 말과 상통합니다.

 

 

암두, 설봉, 흠단 세 사람이 이야기 꽃을 피우고 있는데

 

 

흠단이 물동이를 가리키며 물이 맑으니 달이 나타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설봉이 물이 맑아도 달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아무 말 않던 암두는 물동이를 걷어찼습니다. 그리고

 

 

하늘을 가리키며 물이 쏟아지고 달은 없어져도 하늘에는 달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바보는 현실적인 자아에서 대타자로서의 사유하는 본질이 없기 때문에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나 물에 비친 달을 자연 속에 존재하는 현실로 받아들입니다.

 

 

테이블 위에 올라가 놀던 고양이가

 

 

맞은 편 벽의 거울 속에 또 다른 고양이를 발견하게 됩니다.

 

 

정작 그 고양이는 거울 속에 있는 자기임을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테이블 위에서 거울 속에 고양이와 놀기 위하여 뛰어내립니다.

 

 

천년을 가도 만년을 가도 다다를 수 없는 묵묵부답,

 

 

피가 돌지 않는 믿음 안으로 뛰어 내립니다.

 

 

묵은 체중의 뒤틀린 배알을, 긴 꼬리에 매달고

 

 

별똥별처럼 일엽편주 우주의 깊은 생각 속으로 별 천지를 찾아 한발 내려 뜁니다.

 

 

노저어가는 냅다 하바리 가늠 전속도의 중간 지점에 이르자

 

 

십육 억 칠천만 년 전 침묵을 깨듯

 

 

쨍그랑 유리벽이 깨지고 고양이의 두개골이 깨집니다.

 

 

아마도 외로워서 못살겠다는 자살 테러처럼

 

 

그 긴 침묵을 깨는 위대한 언어를 창출하고는 최후의 죽음을 맞습니다.

 

 

어느 바보가 포착한 천제는 항아리 속에 있습니다.

 

 

항아리 속의 옹알이 대화는 별들과 대화를 한 유일한 바보천문학자입니다.

 

 

바보는 항아리의 길이와 자기의 팔과 치밀하게 길이를 잰 

 

 

항아리를 깨부수어 별들과 포옹하려 하지만

 

 

소중한 것 다 잊어버리고야 현실의 자기를 깨닫고 하늘을 바라봅니다.

 

 

항아리 속에 가두어 두었던 별들은 자기의 손에 닿을 수 없는 먼 하늘에 있는 현실을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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