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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키가 큰 나무도 산등성이도

깊은 계곡도

지나온 날들의 굴곡들도

아주 멀리서 바라보니

지평선이 되더라

있음도 없음도

가진것도 못 가진 것도

이생의 온갖 자랑거리도

제법 멀리서 바라보니

다 지평선에 깔려 있더라

가까이 있으면서

아주 가까이 있으면서

가장 높은것과 가장 낮은것이

지평선에 있는

오묘한 것 하나가

이 땅에 있더라

대뜸

어머니와 그 품에 있는 아이처럼

부모와 자식의 평평한 관계라고

더러는 성급히 생각할 것이다

피빛 흥건한 갈바리 언덕에

신의 아들이 내려와 달린

십자가와

그옆에 너와 내가 올라가 달린

십자가 사이가

무지개 처럼 펼쳐진

은혜의 지평선 이더라

어느쪽도 높거나 낮지 않은

완벽한 지평선이

지금도

거기 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