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 않았으면 말이나 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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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보들 않았으면 말이나 말든지. 이 말은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몇 년 전 KBS
‘개그콘서트’의 ‘달인’ 코너에서 개그맨 김병만이 자주 하던 말버릇인듯하다. 왜 이 말
을 지금 인용하는가 하면, 수십 년간 무심하던 동네 주위를, 시간이 남아 돌아보니 마치
밀림 속 천국 같은 주위 환경에서 살고 있으면서도 그를 미처 깨닫지 못해서 엉뚱한
생각에 매달려 더 좋은 곳으로 집을 옮겨볼까 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젠 우리 동네만 아름다운 게 아니고 이에 손색이 없는 다른 동네를 우연히 찾았다.
매주 안식일 예배에 출석하는 교회 찬양 대에 안식구가 함께한다. 그러나 언제나 예배
후 찬양 연습이 있으니, 연습을 마칠 때까지 주차장에서 우두커니 두어 시간 이상을
덧없이 보내기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때 물론 성경 읽기를 생각해보기도
했으나, 언제나 예배 후 점심을 모든 성도와 함께 회식한 후라 배가 불러 웅크리고
차에 앉아 성경 통독이 음식 소화에 부담되어 졸리기도 하려니 싶었다.
그러자 교회 주차장에 주차한 승용차 운전석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늘 시선이
쏠리던,
마주 선 산봉우리를 향하여 올라가 보려고 생각했다. 이를 결행하기로 한 지 한 주가
되자 안식일 예배와 점심 회식 후 등산에 적합하게 미리 챙긴 등산 차림으로 옷을 바
꿔 입고, 계획대로 심지어 지팡이까지 준비하여 나섰다. 물론 기대가 부풀었다. 전에
언젠가 한번 경험한 길을 되살려 오르는데, 보기보다 쉽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주위
에 마주치는 동네 사람에게 물어물어 오르다 보니 그제야 기억이 살아났다.
오를 때는 정신 없이 주어진 시간에 따라 서둘러 올랐다. 그러다 보니 주위를 살피며
눈요기할 틈이 없었다. 본격적으로 정상에 접할 길목에 이르자 그곳부터는 사유지 도
로가 이어진다. 전에 왔을 때도 아마 그랬던 거 같다. 고개를 올려 정상 쪽을 바라보
니 계속 오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그러나 여기까지 온 마당에 사유지를 통과하지
않고 정상에 이르는 길을 살피기로 했다. 빈 쓰레기 처리 용기를 자기 집으로 옮기려
고 마침 사유지 주인인 듯한 사람이 나왔기에 산봉우리에 오를 방법을 의논하고 돌아
섰다.
그 집주인은 멀리 북쪽으로 Mt.
Baldy를, 동쪽으로 Mt. San Gorgonio 를 자기 집
창문을 통하여 내다볼 수 있다니 부러웠다. 올라가는 길은 서두르느라 미처 알아보지
못했으나 돌아서서 경사가 심한 아스팔트 길을 내려오면서 동네를 내려다보는 즐거
움이 컸다. 여기도 저 멀리 아래로 주거 환경이 나무숲으로 뒤덮인 걸 똑똑히 살펴 확
인하자 '보들 않았으면 말이나 말든지'라는 그 김병만의 개그가 마음에 스쳤다. 이렇
게 아름다운 동네가 더 있는 줄 모르고 우리 동네만 가슴을 젖히고 자랑했던 처지가
은연중 머쓱했다. 하기는 우리 동네만 좋으란 법은 없으니 앞으로는 눈이 닿는 곳마
다 숲으로 덥힌 동네를 두고두고 더 찾아보련다.
오르고 싶었던 산봉우리
나무로 뒤덮인 동네
Mt. Bal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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