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 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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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팔자
살아 갈 줄 도 모르고
무상불 살아온
아스라한 날들이
여섯 바퀴를 넘고도
이국의 낯선 도시 한복판에서
아직도 꿈을 먹는
싱그럼으로
살아갑니다
사랑할 줄 도 모르면서 만났던
그 사랑도 삼십년 고개를 넘어
저녁이 되고
또 아침이 되도록
백년이라도 모자랄것 같은
애절함으로 서로
마주보고 삽니다
키울 줄 도 모르면서 낳았던
그 아이들
언제나 부끄러운 부모의 마음
저 편에서
어떤 높이든지 타고 올라가는
담쟁이 넝쿨처럼 진실로
대견하게
살아 오르고 있읍니다
무엇보다도
믿을 줄 도 모르면서 믿었던
믿음의 날들도
해묵은 살구나무에
철이 지난 꽃으로 피고
내 향기가 아닌 당신의 향기가
아직도 서툴은 발걸음 위에
묻어 나는 듯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아니었던
내 팔자에
누군가 들어 앉아
언제나 넘어졌던 나를
실수가 더 많았던 나를
붙들었기에
나는 비로소
상 팔자가 되었읍니다
소리없이 내 영원을
함께 걸어가는 이시여
이제 나는 그 상팔자 까지
바라는
염체없는 한마리
당신의 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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