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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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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기도


 

 

 

사월 중순 쯤 땅에서 돋아난

파란 이파리들 볼 때까지도 나는

내속 어두운 곳에서 아무것도

끄집어 내지 못했다.

 

 

캄캄한 땅속을 비집고 올라온

시퍼런 이파리들은 내 눈에 언제나

지나온 봄날들이 약속한 무언의

색깔이었을 뿐,

 

 

그러나 오늘은 문득 길을 걷다가

눈이 부신 함박꽃 앞에 선다.

 

 

유월의 햇살이 화창한 하루

시퍼런 이파리 위에 송이송이

분홍색 겹겹으로 피어서 흔들리는

아찔한 저 기적의 꽃 대궁이 앞에 선다.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신비하여서

난생 처음으로 울렁거리는 그 무엇을 나는

눈으로 토해냈다.

 

그리고 땅속에서 저 신비한 것을 피우는

그 누구에게

 

침침하고 어두운 내 속에서

단 한번이라도 그런 것

피우게 해 달라는 기도

유월의 햇살에 기대어

눈물처럼 살짝 비쳐보았다.

 

 

그리되면 나는

무슨 꽃으로 필까

 

 

피지도 않고 지는 꽃은

싫어

 

 

피었다가 지는 꽃도

싫지만

 

열매도 없이 지는 꽃은 더욱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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