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은 싫어 (요한복음 2 장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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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집은 싫어
더 넓은 세상 찾아서
아니 더 정겨운 짝 찾아서
훠이 훠어이
아이들이 떠나간 집
그들이 자고 일어나던 방에는
평소에 입던 옷가지 몇개와 사진 몇장과
이제는 필요 없게 된 책들과 운동 기구들이 남아
흐미해져가는 엄마의 시선속에서 도란도란
지난 추억을 서로 이야기 하고 있다
어쩌다 아내가
친구들과 어울려
며칠을 비우는 우리의 침실에는
가방하나 달랑 들고 나간 몸둥아리 말고는
모든것이 남아서 나의 시선을 붙잡아 주지만
그래도
빈 방은 싫더라
빈 집은 더 더욱 싫더라
어쩌다 아이들이
돌아오는 날에는
아내는 정신을 잃고
기다림에 집착한다
나도 아내가 돌아와
내 곁에 눕기만 해도
침실은 서로 마음이 부딪는
빛이 일어나고
그 빛으로 상승하는 온도의
따뜻함에 서로 녹아든다
사십년 넘게
망치소리 한번 나지않게 지은집
금으로 바른 지붕이 눈이 부셔서
이방의 왕들이 꼴깍 침을 삼키던 집
피의 제사를 드리며
온갖 예수의 향기를 날마다
피워 올리던 그 집
그 집은 빈집이었어
그 집을 헐어야 해
그 집을 채워야 해
사흘이면 되지
그리고 그 분이 오시는 날에는
모세가 준 처음 술보다 더 향기로운 술
당신의 피를 흘려 주기에
누구나 마시는 자들에겐
잔치 집이 되지
혼례의 즐거운 집이 되지
내 자식들이 우리의 방이었어
내 아내가 나의 방이었어
그리스도가 우리의 방이고
집인것처럼
우리가 사는 아름다운 집은
빈방이 아닐까
또 지금
우리가 다니는 거룩한 교회는
빈집이 아닐까
빈 방이 싫은 우리에게
빈 집이 싫은 사람들에게
방을 채우려고 오신분
집을 채우려고 오신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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