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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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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이 찢겨나간 달력위에

소리없이 구월은

서른개의 알을 품고

가을의 온갖 색갈들을

키워가고


구월도 저무는 저녁시간

긴팔을 걸쳐보는 초로의

어깨위로 바람이

차갑게 내린다

 

즐거운 시간들은

천년도 하루같이 짧게

지나가고

괴롭고 슬펐던 날들은

하루도 천년처럼 길게

살았는데


이 가을은 나에게

또 하루의 짧은

꿈이 될까

아니면

천년같이  질긴

추억이 될까


이제는 여름 보다도 훨씬

빠르게 내려앉는

꿈과 추억의 까아만 새떼들을

쫓아 달라고 허수아비는

훠어이 훠어이

하늘 향해 두 팔을 젓는다


팔을 흔들수록 새떼들은

깔깔 거리며 달려들고

마침내 허수아비의

눈에는

또 하나의 가을이

여물게 익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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