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둥글더냐 (외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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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둥글더냐 (외1편)
박유동
높은 돌담 밑에 자란 담쟁이 풀
그늘에 치여 햇빛도 가렸고
넓은 세상도 꽉 막혔고
높은 담 벽 끝에 파란창공
무한한 하늘의 자유를 갈망했으니
한 뼘 한 뼘 돌담 벽을 톱아 올랐네
끝내 돌담 위에 올라선 담쟁이
거기서 창공 말리 자유의 하늘을 만났네
더는 돌담에 붙어 매달리지 않고
손발을 확 놓고 허공에 몸을 던졌네
바람에 휘날리며 꽃잎도 흔들며
자유로운 하늘로 훨훨 날개를 펼쳤네
하늘에 닿을 듯 땅에 닿을 듯
바람에 휘날리며 어디까지 날았을까
어쩌다 돌담 구멍으로 넘어다보니
웬걸 제가 자란 뿌리 곁에 와 있을 줄이야
아 둥근 지구가 돌고 돌면 원점에서 만난다더니
자유의 하늘도 둥글고 둥글더냐.
다람쥐
큰 호두알 하나 다 까먹더니
힘이 펄펄 난 다람쥐
빙빙 쳇바퀴 위를 내달리네
멀고먼 세상 어디까지 왔을까
달리던 다람쥐 뚝 멈춰서니
웬걸 방금 떠났던 제집주인 앞에 왔네
지구가 둥글다더니 정말일세
다시 못 볼 줄 알았는데 원점에서 만나다니
둥근 세상 영원한 이별은 없나보네
내가 떠난 님을 그리며 눈물짓고 있으니
다람쥐 또다시 쳇바퀴 위를 내달리네
세상 끝에 가서라도 내님을 꼭 찾아온다고.
-나의 서정시집 <무성한 나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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