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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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시인
박유동
내 죽어 천국 갈 날 멀지 않았다고
빈손으로 왔다 빈손으로 가는 천국이라 마라
쥐뿔도 없는 가난한 시인이라 마라
필묵이야 혜성꼬리 하나 뽑으면 되려니
나는 이 세상 다른 모든 건 다 가져가리라
생명이 없는 은하수에 물고기를 가져다 넣고
강태공처럼 천년만년 세월을 낚고
조각달에 사랑하는 사람 불러 뱃놀이 하리라
긴 만리장성을 가져다 사닥다리 세워놓고
화성에도 가고 북극성에도 올라가리라
구름 갈피갈피에 나의 명시를 적어 넣고
창공말리에 일필휘지로 서사시를 쓰리라
보릿고개부터 행복한 여왕의 새 시대까지
이승에서 못다 한 내 사랑도 다 적으리라
아 이 세상을 다 가져다 천국시인이 되리라.
-<동작문학> 8월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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