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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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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벼랑의 꽃

                             박유동

 

산봉에 다다르니 깎아 세운 절벽

짐승도 톱아 오를 수없는 험한 벼랑

벼랑 끝에는 횃불을 달아 놓은 듯

꽃들이 붉게붉게 타고 있었네

 

벼랑 가에 핀 꽃은 무슨 꽃일까

나는 안타까이 벼랑만 쳐다보고 있으니

산바람 언뜻 내 귀에 울리고

골짝물소리 간혹 내 가슴 흔들어주네

 

벼랑에 떨어진 열매와 꽃씨를

바람이 산 밑으로 날려 왔다고

골짝물이 씻어서 떠내려 왔다고

지금 내 발밑에 핀 꽃도 바로 저 벼랑의 꽃이라고

 

저 높은 벼랑의 꽃을 누가 심었을까

낮에는 해가 먼저 점지하고

밤에는 달이 오래 굴렀으니

해가 아버지더냐 달이 어머니더냐.

                                                                  -<생각하는 사람들>2003년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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