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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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들녘에서
박유동
산에 들에 나뭇가지 풀포기에
아직도 산과일 산열매가 매달렸네
봄여름 녹음방초는 어디가고
지금은 병든 낙엽에 우수수 황이 들었네
가랑잎마저 홀랑 벗어버린 나뭇가지도
빨간 과일을 깃발처럼 걸어놓고
잎이 누렇게 말라 죽은 풀대도
탱탱 영근 열매를 졸랑졸랑 흔들어대네
풍년이 든 마을에는 태극기 휘날리고
농부들 징장구 풍악소리 들리는데
늙은 이 시인은 어쩌자고 빈들에 홀로 섰느냐
이런 때는 저 논밭머리에 허수아비인가 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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