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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 무 

                                         박유동

 

달빛은 뜰에 차고 길에 차고

울타리 끝 박꽃에도 찬데

내가 사립문을 열고 마을을 나서니

강아지 발뒤축에 감기고

하늘 중천 둥근 달도 동무하자 어깨 겨루네

 

내나 가니 달도 가고 강아지도 가고

내가 뛰니 달도 뛰고 강아지도 뛰는데

나는 언젠가 처럼 휘휘 호호 휘파람 날리며

마을 밖 버들방천강둑에 올랐네

휘늘어진 버들가지도 춤을 추네

 

내가 시냇가 모래밭에 풀썩 앉으니

강아지 무릎 꿇고 나와 마주 앉고

달도 하늘 중천에 멍청이 떴는데

냇물 속에서도 달이 해말쑥 동무하자하고

약속한 처녀도 휘파람소리에 뒤쫓아 왔네

 

어화 둥둥 우리 사랑 한창 어우러졌을 때

강아지야 언영 집으로 쫓았겠지만

하늘의 둥근 달도 구름 속에 숨어버렸고

물속에 달도 감쪽같이 달아나버렸으니

어화 둥둥 온통 내 사랑 뿐일세.

                                 *서정시집 <무성한 나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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