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종 여사의 시집 출간을 기리며 - 신계훈 (전 삼육대학교 교수, 총장, 한국 연합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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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옥종 여사의 시집 출간을 기리며 - 신계훈 목사 (삼육대학교 교수, 총장, 한국 연합회장)
그 숱한 민족의 비극이 시작되던 그 해 6월 25일, 그 길고 지루했던 여름, 가녀린 망부석 하나가 외로운 모습을 다듬고 있었다. 속히 다녀 오리라던 출장길을 따라 흔연히 상경한 부군은 전쟁 길에 막혀 끝내 돌아오지 않았으며, 애달프게 기다리던 이십대 후반의 아직도 젊은 여인은 그대로 청상의 망부석이 되어 고달픈 삶의 뒤안길에서 외로운 풍화를 시작했다. 박옥종 여사이시다.
겨우 세 살과 한 돐을 맞는 아들 딸 아기 둘을 둘러업고 품에 안으며, 손목을 이끌고 면면이 이어온 고달픈 생존의 날들은 참으로 더디 흘렀다. 언제나 초롱초롱한 두 어린 자식의 눈망울을 바라보며 살아야 할 까닭을 찾은 여사는 생존을 위해 떳떳한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어설픈 기름 장사, 힘 겨운 보따리 장사, 명문의 고등교육을 받은 덕분에 그래도 가능했던 가정교사, 국민학교와중학교 교사 등 열 서너가지도 더 되는 일감을 찾아 몸부림치듯 살아온 십 수년이 더디기는 했지만 천천히 흘러갔다.
가도가도 끝이 없는 고달픈 삶의 여로를 외롭고 힘겹게 달리던 여사는 마침내 기진하여 쓰러졌으며, 이내 짙은 흑암이 시야를 가려버렸다. 바로 그 때 비쳐 온 한 줄기 빛, 그리고 잇달아 내려 온 한 가닥의 밧줄, 여사는 혼신의 힘을 다 해 그것을 붙잡았다. 끝내 돌아오지 않는 부군을 기다리다 두 자식과 함께 인생의 여로에 지쳐 쓰러진 가련한 여인에게 뻗쳐 온 하나님의 사랑의 손길이었다. 행여 놓칠새라 그 손길을 붙잡은 여사는 더 이상 풍화로 낡아져가는 한낱 외로운 망부석이 아니었다. 이제 여사는 마침내 돌아오실 몸과 맘의 영원한 하늘의 님 예수 그리스도를 간절히 기다리는 만년 소녀가 되신 채 어느덧 고희를 눈 앞에 두고 계시다.
지나간 40여년 홀로 걸으신 여사의 인생 여로가 이제 익을대로 익은 포도송이처럼 맺혀 알알이 그 모습을 들어내기에 이르렀다. 그것이 이번에 출간된 여사의 시집, "영원을 걸으며"의 전모이다. 아무도 함께 하는 이 없이 홀로 애쓰며 맺히신 고독한 열매를 모두가 함께 맛보게 되었으니 참으로 감격스럽다. 여사의 시 망부석과 사군가에 수놓인 망부의 애상, 유한과 고신적적에 스며진 청상의 고독, 애모곡에 넘치는 절절한 모정, 사자모에 드러난 애틋한 효심....
서정이 넘치고 잔 정이 많으신 여사는 천생의 가냘픈 시인이시다. 무엇보다도 삶의 온갖 탄원을 기도로 배태하여 시의 옷을 입혀 출산시킨 진솔한 기도의 시집을 가지게 되어 참으로 대행스럽다.
그러나 이번 시집이 여사의 모든 작품이 아니다. 또 다른 두 작품이 벌써 세상에 빛을 보였다. 여사의 인생 역작인 아들과 따님이다. 서울 가신 아빠를 하염없이 기다리던 철부지 세살짜리 아들 무흠은 그후 의대를 나와 어엿한 의사가 되어 국내외에서 자선을 계속하다가, 어머니의 바램을 자신의 소원과 아울러 마침내 목양자의 길에 들어서 지금은 미국에서 안수받은 중견 목사로 애오라지 목자의 길을 걷고 있다. 참으로 갸륵한 일이요 장한 아들이다. 그리고 그 때 한 돐이었던 포대기 속의 딸 귀주는 대학을 나온 후 선교와 봉사로 이름난 의사의 아내로 미국에 살고 있다. 언제나 어머니의 마음을 뿌듯하게 하는 그 어머니의 그 따님처럼 살고 있다. 슬하에 두신 될성부른 손자 다섯과 손녀 하나는 여사가 신명을 다 해 쓰신 인생 시집을 영원히 빛내주는 편편의 자작시들인 것이다.
1979년 도미하신 이래 자녀들과 함께 사시며 기도를 호흡으로, 말씀을 음식으로 삼고 사시는 여사는, 이제 잠시 후 그 모습을 드러내실 영원한 하늘의 님을 오늘도 애타게 기다리시는 불퇴전의 영원한 망부석으로 우뚝 서 계시다.
오상고절 박옥종 집사님의 여생에 하나님의 위로와 평강이 가득하시기를 진심으로 기도드리고 싶어져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뫃는다. 나의 어머님을 위해서처럼...
1992년 12월 12일
서울의 교외 청학리 산 기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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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정무흠님의 댓글
정무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박옥종 집사님 조의 표하면서 조시 "우리들의 숲에"
김명호http://www.kasda.com/?document_srl=3020362009.09.15 13:05:45
우리들의 숲에
김 명호
우리들의 숲에는
거목도 있고
막 자라 오르는
새 나무들도 있다.
때가 되면
조용히
삭으라드는
거목들
거목의 그늘에서
튼실하게 자라난
새 나무들이
삭아서 없어진
거목의 빈자리를 채운다.
아직은 아쉽지만
세월의 훈련을 따라
머지않아
듬직한 거목으로 설 것이다.
이어가는 이치를
터득한 거목들이기에
때가 되면
조용히 자리를 비운다.
오늘
숲 한쪽 비탈에
없는 듯 서 있으며
모진 풍상 막아서
새 나무들 가꾸어 온
고고한 거목 하나
조용히 자리를 비우고
오열을 소망으로 대신하는
새로 자란 나무들이
우리들의 숲 그 빈자리
말없이 메우려고
하늘을 우러러
마음의 눈을 뜨고 있다.
2009년 9월 15일
박옥종 집사님 부음을 듣고
김명호 삼가 조의를 표하면서
정무흠님의 댓글
정무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불쌍한 딸아, 내가 여기 있노라
나는 가장 연약한 사람이었다몸도 마음도 불면 날아갈 듯이 세상에서 살기에 지쳐 쓰러져가는 인생이었다
가장 연약하고 가장 못난이 인생을 불쌍히 여기사주님께서 이끌어 내셨다
천애 낭떠러지 밑에서구원자만 애타게 기다릴 때절망은 가슴을 짓눌렀었나니
오 주여, 희미한 빛조차 없던그 캄캄한 밤신음하며 오열하던 그 슬픔의 날들
누구에겐지도 모르게 내 팔을 뻗고떨리는 손끝으로 더듬었을 때“불쌍한 딸아, 내가 여기 있노라.”
인자한 그 음성이 음악처럼 들렸네“너는 이 밧줄을 꼭 잡아라.”한줄기 생명의 빛과 함께 내려진 밧줄
매달리며 매달리며나는 흐느껴 울었노라.
(박옥종 著, 영원을 걸으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