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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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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비로운 달팽이

                                 박유동

 

내가 집 뜰에 나와 앉자있는데

세멘 땅바닥에 은빛 줄이 빤작빤작

나는 꼬불꼬불 그 줄 따라 가보니

아하 달팽이란 놈이 꾸물대고 있었네

 

남처럼 집도 없는 알몸 달팽이

쇠뿔 같은 까만 눈만 치세우고 있었네

가는 길마다 점액이 묻어났으니

그것이 말라 은빛 거미줄같이 표적을 남겼네

 

우리 집 마당을 수없이 뱅뱅 돌았으니

서울도 한복판 우리 집 마당까지

너는 어느 숲 어느 강가에서 어떻게 왔느냐

나는 달팽이를 화분 통 꽃가지에 얹어 놓았다

 

달팽이는 나와 좋은 동무가 되었는데

이튼 날 아침 나와 보니 어디고 흔적 없었네

제가 남긴 꼬불꼬불 표적 따라 가버렸나

저러니 서울이 아니라 대국인들 못 가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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