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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기판

                                    박유동

 

동네 할아버지들 다 모여서 고사지네고

큰 톱으로 잘라버린 구새 먹은 고목나무

망 짝만 한 고목나무 굵은 밑동이

우리 집 마당가에 둥그렇게 놓였는데

긴긴 한 세기 백년을 더 살았다고

연륜의 눈금이 빙빙 돌아갔는데

유성기판처럼 빙빙 돌아갔는데

어떻다 깨진 사발처럼 갈라 터졌느냐

 

무성한 나무의 긴 역사가 빼곡히 새겨졌거늘

유성기판처럼 빙빙 돌아갔으면

꽃피고 새가 날아 우짖고

바람에 나뭇가지 설레는 소리 들으련만

625전쟁 때 저 나무꼭대기에 올라가

태극기 꽂고 반격의 나팔 불던 학도병

그 속에서 철없던 나와 개똥이 소리도 들으련만

깨진 유성기판이라 귀를 데도 들리지 않네.

......................창작 노트............................

나는 어제 <詩하늘>에서 이메일로 보내 온 김경성님의 시 <나무의 유적>과 나무의 나이테 사진을 보고 쓴 시였다.

나무의 나이테가 수없이 빙빙 돌아 간 것을 보아 지금 내 나이보다 훨씬 꼽은 더 많아 보이고 둥근 유성기판처럼 빙빙 돌리고 싶었는데 가소롭게도 유리사발 깨지듯 유상기판은 갈라 터졌으니 나무의 살아생전의 무성한 역사를 상상이나 하면서 소리를 들을 수 없게 되었다는 시였다.

김경성님의 시 <나무의 유적>을 보시려면

http://cahe.daum.net/sihull/9bun/354                /2014,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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