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의 기도 > 글동네

사이트 내 전체검색

글동네

칠월의 기도

페이지 정보

글씨크기

본문

7월의 무더운 여름 저녁

에어컨이 없는 교회당

선풍기 보다 시원한 매미 소리가

빼꼼이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

해수욕장의 파도소리 처럼

귓가로 밀려든다

 

매미는

무슨 할말이 있는 것일

무슨 사명이라도  있는것일까

손가락 마디 하나만큼의 크기와

페니 한개보다 가벼운 무게로

수십년 뻗어있는 울창한 나무 하나를

흔들고

세마리쯤 함께 울면

여름의 무더위 까지도 날려보내는

 우렁찬 고함소리

 

어느새  어둠이 서서히

창문으로 들어서는 시간

매미는 끝내

쉽게 흔들리지 않는

마음도  흔들고 있다

 

매미 보다 수백배나 크고

훨씬 무거운 몸무게로

나는  오랜 세월

무엇을 위하여

무엇을 흔들며

살아 왔을까

 

이제는

아이들 모두 날아간 둥지 하나도

흔들 있는 용기마져 사라진

텅빈 마음벽에

어쩌자고 매미 소리는

쉬지않고 저리도 아픈 못질을

해대는가

 

또 다시 겨울이 오면

여름에 빼꼼이 열어놓은

교회의 창문을

매미의 마지막 울음같은

붉고 푸른 액들을 짜내서

조용히 닫아야 것이다

 

여름이 가기전에

두달을 살고 떠나는

미물보다

우렁차게

울어 기회가

있을까


열려진 창틈으로

나는 기도한다


  도경

 

 

댓글목록

profile_image

이영희님의 댓글

no_profile 이영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낮엔 나뭇가지를 톱으로 켜듯 온몸으로 우는 매미(蟬),
저렇게 건강한 울음을 울어 본 적이 있었던가 
하루해가 질 무렵이면 너덜너덜한 삶의 조각들을 꿰맞추고 수리하느라
쓰르쓰르 쓰르르 재봉틀을 돌리는 쓰르라미 (저녁매미)
 
삶이 절박하여도 울지 못했던 울음을
매미소리에 섞어 울고 싶은 ,  같이 울어도 좋을  한여름





profile_image

장도경님의 댓글

no_profile 장도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글동네 외롭던 미루나무에 울음을 울줄 아는 진짜 매미가 날아와 톱을켜네요.
나무가 흔들리는줄만 알았지 톱으로 켠다는 것을 모르는우둔한 매미를 찾아 귀한 걸음 하셨네요.


'삶이 절박하여도 울지 못했던 울음'
그 울음을 함께 울어 봅시다.


글동네 진짜 매미들은 다 떠나고
엉터리 매미가 대신 울어야 하는 이 적막은 싫어!
정말 싫어!


profile_image

일우님의 댓글

no_profile 일우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장도경님은 엉터리 매미가 아닌걸요.
근데 장도경님은 목사님이세요?  아니면 장로님이세요?
 
이영희님.  오랫만이십니다
그동안 어디서 어떻게 지내셨습니까?
작품 하나 올리시지요.
 

profile_image

장도경님의 댓글의 댓글

no_profile 장도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영희 일우님!
물어오셨으니 대답을 해야 겠네요.
한때는 목회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95% 정도의 교우들은 목사라고 부르고 나머지는 장노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런 호칭이 신앙에 직접적인 관계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갖고 삽니다.
믿음 하나이면 하나님도 기뻐하실 일이지요?
참고로 이 영희님은 고등학교 일년 선배님이십니다.

profile_image

서진구님의 댓글

no_profile 서진구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원한 글 감사합니다. 

profile_image

장도경님의 댓글

no_profile 장도경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서 목사님도 서부에서 이 매미 소리를 들으셨나요?
다음 안식일에는 아직도 난방시설이 제대로 되지않은 시카고 한마음 교회에 난방시설을 위한 모금을 시작합니다.
그때 교우들에게 호소할려고 이 시를 지었습니다.


"매미의 마지막 울음같은


붉고 푸른 액들을 짜내서


조용히 닫아야 할 것이다"


거의 대부분이 은퇴를 하신 분들이신데 어쩌면 백불의 헌금이라도 마지막 진액을 짜내는 그런 일이 아닐까 해서
저도 마음이 짠 합니다.
이런 마음을 목사님의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께 간구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하시는 방송사업도 성공리에 진행되기를 빕니다.

Copyright © KASDA Korean American Seventh-day Adventists All Right Reserved admin@kas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