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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함께 하신 주님" - 연정임(이기성 목사 사모님) - 이렇게 글을 잘 쓰시는 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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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가던 작년 10월 한국에 살고 있는 동생의 시누이로부터 뜻밖의 전화가 걸려왔다. 동생이 암에 걸려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는데 미국에 있는 언니한테는 알리지 말라고 했으나 알고 있어야 될 것 같아서 전화했다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온통 세상이 깜깜해지고 천길 낭떨어지로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내 동생에게 일어날 수 있을까?


내가 미국에 살아야 하는 현실을 안타까와 하면서 "언니와 같이 한국서 살았으면 소원이 없겠다"고 말해왔던 동생. 너무나 마음이 착해 무엇이나 양보하고, 자기보다 고작 5분 일찍 태어난 나에게 항상 언니 대접을 깍듯이 해주었던 내 사랑하는 동생. 같은 날 둘이서 세상에 나온 죄로 엄마 젖은 언니에게만 돌아가고 자신은 유모젖을 먹고 자랐다는 사실을 알게되고도 섭섭한 얼굴을 끝내 드러내지 않았던 고운 눈물과 나도 모르게 내쉬는 긴 한숨에는 죄악 세상에 대한 원망과 저항할 수 없는 무자비한 힘에 대한 분노가 섞여있었다.


쌍둥이는 같은 운명을 타고 난다는데, 믿지도 않던 미신이 사실일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해 오며, 평소 몸이 약한 나도 아마 동생과 같이 죽게 될 것이라고 죄없는 남편에게 엄포를 놓았고, 또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동생을 위한 것이라고 자위해 보기도 했다.


남편은 뜻밖에 그 말에 동조하고 나서, "만약 당신이 하나님을 믿지 않았더라면 당신도 동생처럼 되어 둘다 죽게될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당신이 하나님을 믿게 되었으므로 이 일로 인하여 동생도 하나님을 믿게 되고 그래서 당신과 동생 모두 하늘나라에 가서 영원토록 같이 살 운명이다"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 이렇게 절망하고 있을 수 만은 없다. 여태껏 동생과 나 사이에 가로 놓인 넓은 바다를 핑게하며 아직도 예수님을 전하지 못했는데... 좀 더 빨리 주님을 믿게 할 수 있었더면 동생의 운명도 달라졌을 것을. "주님, 용서해주십시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 않습니까. 이 위기가 기회로 되어 저의 동생이 주님을 만나게 되기를 원합니다."


나 없이 한참을 지내야 할 남편과 아이들의 불편을 생각하면 미안하기도 했지만 동생에게 치유와 구원의 복음을 전할 일념에, 가족들과의 이별도, 나르는 비행기의 소음과 긴 여행의 지루함도 여느때처럼 나를 괴롭히지 못했다. 누가 구름을 두둥실 떠있다고 했던가. 나는 오히려 구름을 뚫고 하늘로 날아올라 하나님께 간절한 소원을 아뢰며, 그 소원을 들어주실 하나님께로 향하여 높이 떠가고 있었다. 아까부터 내가 탄 비행기를 좇아오던 금빛 태양은 나보다 더 위에서 뽐내지 않고, 작은 유리창을 뚫고 들어와 나의 볼을 쓰다듬으며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해주는 듯 하였다.


경남 하동에 있는 벧엘 수양원도 여름을 밀어낸 가을의 입김에 물든 단풍으로 둘러 쌓이고, 부끄러움을 타 군데 군데 숨어 있던 감나무는 붉노랗게 물드는 자신을 열매들로 더 이상 숨지 못하고 하나 둘씩 얼굴을 내밀고 있었으며, 우리집 개처럼 온통 털로 둘러 쌓여있던 밤들도 못참겠다는 듯이 털 주둥이를 밀치고 나와 여기 저기 아이들이 놀다 버린 공깃돌처럼 딩굴고 있었다. 세상의 시끄러움에서 저만큼 떨어져 나와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마시며 쳐다보는 하늘은 유난히 더 아름다워 보이고, 온통 간절한 마음의 소리없는 응원을 받으며 영원한 삶을 강연하는 최집사님의 열렬한 말씀과 함께 2주간의 뉴스타트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동안의 잘못된 식생활로 망가진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동생에게는 1주일 간의 과일식을 권했고, 나도 동생을 따라 과일을 먹었다. 문제는 함께 간 동생의 남편이었다. 보호자로 간 동생의 남편에게는 일주일 간 금식을 하라는 뜻밖의 선고(?)가 내려졌다. 글로는 표현하기 힘든 그때 그분의 표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지 않을 수 없다. 동생의 남편에게 취미가 있다면 식도락이 단연 그 으뜸이다. 그런 그분에게 내린 금식령은 가히 청천벽력이었다. 차라리 죽으라고 하지. 부인을 고치러 왔으니 수양원에서 하는 말을 듣지 않을 수도 없고, 또 결코 굶을 수는 없어 기회나는대로 이리저리 사람들의 눈을 피해 감이랑 밤을 줍기도 따기도 해서 먹는 것을 못본체 했다.


고맙게도 동생은 아침 저녁으로 듣는 최집사님의 말씀이 자기에게 하는 하나님의 음성으로 생각하고 한마디의 말씀도 빠뜨리지 않고 받아들였으며 나날이 평온을 찾아갔다. 한번도 보지 못한 동생을 위하여 간절히 기도해주시는 앤드류스 교회의 기도 팀과 많은 교우들의 응원은 하늘에 상달되고 있었으며, "너를 위해 우리 교회의 할머니들과 친구들이 기도하고 있다"는 말에 동생은 감사해 하며 기뻐했다. 수양원 뒤의 아름다운 산에서 또 교회당에서 같이 눈물로 기도하고, 주님의 사랑과 인도하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어가면서 실로 오랫만에 우리 자매는 불행을 밀어내고 찾아드는 행복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매일 맨 앞 좌석에 앉아서 열심히 말씀을 듣던 동생은 어느날 "언니, 죽는 것이 슬프고 두려웠는데 예수님께서 나를 사랑하셔서 여기까지 인도하시고 그 분을 만나게 해주셨으니 이제 죽음이 두렵지 않고, 만일 살아난다면 예수님을 잘 믿고 살고싶다"고 말해 나를 기쁨에 어쩔 줄 모르게 만들었다. 주님을 받아들인 동생의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평소에도 예쁘던 모든 것이, 눈도 코도 입도 손도 모두 한층 더 예쁘게 보였다. 주님을 받아들인 사람의 모습이 저렇게 달라지는구나 생각하며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그러고 보니 문제는 오히려 나에게 있었다. 단순한 마음으로 주님을 받아들이는 동생을 보면서 나의 신앙 상태는 어떠한가 자문해 보게 되었다. 나는 얼마나 주님을 사랑하고 있는가? 나의 삶을 그분께서 얼마나 지배하고 계시는가? 바쁘면 잊어버렸다가 급하면 달려가 매달리며 살아오지 않았는가? 이곳에서 주님과 무엇인가 담판을 짓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대로 이곳을 떠날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이기심으로가 아닌 가슴으로 사랑하는 자가 되고싶었다.


애타게 간구했지만 주님은 내 앞에 실제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셨고, 어떤 사람들이 경험했다는 번쩍거림도, 뜨거움도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마음 한 곳으로부터 조용한 확신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멀리 있는 것을 찾지 말고 가까운 곳을 보아라. 나의 말을 그대로 믿고 순종하며 기쁘게 사는 것이 내가 원하는 삶이다.-  나는 나의 단순한 생각이 주님께로부터 왔다고 믿고 받아드렸다. 주님을 만나는 어떤 물리적인 경험을 기대했던 나에게 그분은 마음으로 다가오셨다. 아! 주님은 언제나 나의 곁에 계셨다. 나를 결코 떠난적이 없는 그분을 나는 전혀 딴 곳에서 찾고 있었던 것이다. 주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렸다.


벧엘 수양원의 생활이 마치는 날 동생은 침례를 결심했다. 신앙이 필요하다고 느껴 전에 몇군데 교회를 나가보았으나 이런 것이 아닌데 하고 포기했었는데, 언니 덕택에 진리 교회를 발견했다고 좋아했다. 마침 동생의 집이 우리와 앤드류스에서 친하게 지냈던 양종호 목사님이 시무하시는 안양교회와 가까이에 있었다. 목사님 내외분께 동생을 부탁드리고 아쉬움과 감사에 젖은 채 나는 가족을 향한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떠날 때 탓던 비행기보다 돌아올 때 탄 비행기는 훨씬 좋아보였다. 떠날 때 했던 나의 기도가 간구였다면 돌아올 때 나의 기도는 감사였다. 떠날 때 보았던 태양은 위로였고 돌아올 때의 그것은 희망이었다.


하나님의 은혜를 어떻게 표현하며 무엇으로 보답할까? 주님은 동생을 구원해주셨을 뿐 아니라 나에게도 작은 깨달음을 주셨다. 알고는 있었으나 잘 부르지 않던 찬미를 불러본다.

"너는 너무 큰 일만을 생각지 말고 먼 데 비출 생각만 말라.

너의 곁에 언제든지 할 일 있으니 너 있는 데서 비추라."


      연정임

***"숨겨진 여인들의 삶의 모습 - 앤드류스 한인 교회 여성 선교회 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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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흠님의 댓글

no_profile 정무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랑하는 가족을 주님께로 인도하는 모습! 정말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할렐루야!!!우리 모두 성령충만한 영혼구원자들로 거듭나도록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 축복해주시기 바랍니다!!!
"지혜 있는 자는 궁창의 빛과 같이 빛날 것이요! 많은 사람을 옳은 데로 돌아오게 한 자는 별과 같이 영원토록 비취리라!" 다니엘 12:3 할렐루야!!!
이기성 목사님과 영정임 사모님과 모든 재림 성도님들의 가정과 교회와 일터에 하나님의 넘치는 사랑과 은혜와 풍성한 영혼구원의 축복이 임하시기를 간절히 바라며 기도드립니다!!!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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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무흠님의 댓글

no_profile 정무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노대성2014.04.16 05:49이기성 목사님의 사모의 아름답고 애절한 추억과 하나님의 인도하심그리고 그 절묘한 표현에 감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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