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의 영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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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신학은 이제까지 죄책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어서 모든 논의를 풀어 왔습니다. 지나치게 죄책에 초점을 맞추는 신학은 내가 한 일에 대한 응보를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해결해주셨다고 말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에 개인주의적이 되기 쉬우며,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를 강조하다보니 수직적인 관계에 국한된 신학적 작업으로 멈추게 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수치는 다릅니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죄책은 내가 한 일에 대한 반응인 반면, 수치는 나의 정체성에 대한 반응입니다. 나의 정체성에 대한 반응으로서의 수치는 당연히 하나님을 비롯한 주변의 이웃들과의 관계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공동체적이며 이웃과의 관계를 저절로 고려하게 됩니다. 따라서 죄의 영향력에 대한 예수 그리스도의 승리하심을 제대로 표현하려면 죄책 뿐만 아니라 수치에 관해서도 신학적 작업을 좀 더 풀어낼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미 말했다시피 서구 신학은, 특별히 제가 속한 복음주의 진영에서는 애석하게도 죄책에 대한 강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미 서구 사회도 죄책보다는 수치가 더 지배적인 감정적 정서(affect)로 바뀌었다는 연구나 보고들이 꽤나 많음에도, 신학은 여전히 죄책을 강조하는데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이 사실은 학문적으로는 Ruth Leys의 from Guilt to Shame같은 책을 참조하시면 알게 되며, 대중적으로는 휴스턴 대학의 임상 사회복지 학자 Brenė Brown의 수치에 관한 저작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을 보면 드러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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