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영의 수필세계} 몽돌해변의 코러스 그 발성 조율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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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영의 수필세계}
몽돌해변의 코러스 그 발성조율하기
박봉진 (수필문학 강사. 한국수필진흥회 미주 서부지회장)
박 하영수필가의 수필집 ‘바나나도 씨가 있다’ 출간을 축하한다. 인고를 감내한 결실이기에 대견함과 측은한 마음도 든다. 수필은 통설처럼 그냥 붓 가는 대로 쓰는 글이 아니다. 쓰고자하는 글감을 어찌 봤느냐 에서부터 창작을 시작한다. 말하자면 육안과 심안에 의한 보물찾기인 것이다. 그 영감은 필자의 인생경지에 따라 깊이와 넓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소재의 보고인 체험과 산지식 그리고 주제를 이끄는 문장력의 뒷받침이 좋은 수필을 창작해낸다.
필자 박하영은 이민 1.5세대다. 그는 한국에서 중 1학년을 마치고 미국에 이민 왔다. 한 학년 월반해서 9학년에 편입, 중 고등학교를 다녔다. 대학에선 컴퓨터/경영 정보학 전공. 부 회계학도 함께했다. 미연방 공인세무사에 패스한 전문인으로 오랫동안 회사 중추부서인 경리부장을 했다. 그런 캐리어면 말 그대로 겉은 노랗고(동양인) 속은 흰(서양사고) ‘바나나’가 아닌가.
‘가든 수필문학회’ 교실에 처음 왔을 때부터 나는 그의 의지와 몰입을 지켜봤다. 수강생들이 모두 이민 1세대인 50대 이상이었던지라, 앞으로 이민문학을 이끌 새 세대가 절실했기에 말이다. 그는 사이버 기기에 능했고 영한 이중 언어구사자라서 수강생 총무에 추대됐다. 그리고 2011년도 수필전문지 ‘한국수필’을 통해 일치감치 한국문단에 수필가로 등단했다.
내게 수필집 서문을 청탁하면서 보내온 원고 51편을 나는 꼼꼼히 읽어봤다. 깜짝 놀랐다. 작품에서 제목과 서두와 결미를 잘 뽑아냈으면, 반 이상은 성공한 거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글쓴이들이 글을 써가며 주제 말을 문장 속에 녹아내리게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데도 필자는 작품마다 독자의 시선을 끌만한 제목달기와 서두 뽑아내기 그리고 여운이 남을 결미까지 무난히 이끌어내고 있었다. 되 글로도 말글을 풀어내 쓸 수 있는 응용능력에다 꾸준한 습작으로 내공을 쌓은 결과물이여서 더욱 그랬다.
그의 작품들을 대별한다면 ‘언어장벽 허물기’, ‘바나나도 씨가 있다’, 등은 이민 1.5세대의 문화충격과 정체성 쌓기 글이다. “미소로 대화의 창을 여는 사다리 역할”논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두 문화권에서 공약수를 찾아내 실용하는 것이 바나나의 할 일”이란 소신이 사뭇 싱그럽다. 그리고 그의 작품세계 중추를 관통하는 주제의 작품들 대부분은 늦깎이 결혼생활로 비롯된 글이다. 부부사이는 ‘칼로 물 베기’ 승부이련만, 일희일비하는 모습에 독자들은 긴장했다가도 웃음이 났을 게다. 그게 ‘몽돌해변의 코러스 그 발성조율하기’ 감상법이다.
이쯤에서 독자들은 대본을 쓴 필자가 주연을 겸한 사랑 가꾸기 윈(Win)윈(Win)으로 가면서 한 말을 들어보자. 서울태생 7공주 집안 셋째 딸과 경상도 태생 역시 7남매 집안 막내남의 만남이다. 독신여와 어린 1남2여를 둔 상처 남의 결합이라 마음 쓰였다. 그들 간의 게임엔 넘어서는 안 되는 Limit line이 있다. 피차 절제와 인내로 모서리 깎기가 시선을 끈다.
그 현장 몽돌해변은 남해안쪽의 해풍과 파도가 센 돌밭 바닷가에 가면 볼 수 있다. 같지 않은 형태, 크고 작은 돌들이 밀물 썰물 때마다 해변 파도에 휩쓸리며 서로 부딪히고 밀리면서 내는 소리가 있다. 신비한 그 화음. “둥글게, 둥글게. 우리 아픔주지 말고 서로 닮자” 그런 가사가 아니겠는가. 오래 같이 있은 돌일수록 둥근꼴이 닮아 짜르르 윤기를 더한다.
첫 데이트 후 얼마 안 된 날, 필자는 몸살로 만날 약속 연기를 알렸지만, 기여 그는 전복죽을 쑤어 보온병에 담고 2시간을 운전해 왔다. 그 다음 날도 그랬다. 지성이면 감천이듯 그런 성심이 여심을 흔들어 결혼에 골인했다. 그러나 결혼식 날이 하필 두 아이의 남미 선교여행 출발일과 겹쳤다. “허니문을 안가고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니 오빠랑 잘 다녀와라”고 안가겠다던 아이를 달래 보냈다. 그의 모서리 깎기는 처음부터 그렇게 녹록찮았다. 허니문을 날려야 했다. ‘위대한 탄생 시즌 2’, 한국가요 경선 방송에 아들 딸 셋을 출연시켰다. “영어권 아이들에게 한국문화와 모국어에 가까워질 골든타임을 만들어준 것”은 사려 깊은 엄마로 칭송받을 게다.
‘개똥’, 남편의 전화아이디를 ‘개똥’이라했던 사연에 독자들은 웃음이 날게다. 깨꽃을 피워내는 그들에 더 친밀감이 들게고. “흔한 개똥도 약에 쓰려면 귀하듯이” 길을 잃고 헤맨 위급 상황 때 남편이 전화를 받지 않아 개똥역할을 못해주다니... ‘About Time', 사소한 일로 남편과 다퉜다. 자연스런 화해를 위해 애써 저녁상을 차려놓았건만 그 걸 보지 않은 남편은 아이들을 데리고 밖에 나가서 저녁을 먹고 왔다. 그는 알량한 자존심싸움이 괴로워 근처 영화관에서 ‘About Time' 로맨틱 영화를 보고 왔다. 소파에 앉아 TV에 집중하는 척하는 남편에게 “밖에서 잘 거야?” 라고 물었다. 남편은 못 이기는 척, “들어가야지”라고 말문을 텄다. 방에 들어왔다. “그까짓 자존심이 뭐라고 먼저 손 내밀기가 그리 힘들었을까.” 필자도 속내를 그렇게 털었다.
이 같이 필자는 문장에 즙 짜 넣고 양염 쳐서 간이 벤 글맛을 낸다. 그간에 주부수업과 수필작품수업을 착실히 해왔다는 것이 엿보인다. 계속 자기개발과 글쓰기에 힘써서 수필가로 성공하고 이민문학을 선도하는 사람으로 우뚝 서게 되리라고 믿는다. 건필을 빈다.
박하영 중학생 때 미국이주, 이민 1.5세대. 대학에서 컴퓨터/경영정보학 전공. 미국 연방 공인회계사 패스 후, 현지 회사 회계부장으로 18간 근무.
‘가든수필문학회’에서 수강, 2011년도 ‘한국수필’ 신인상 등단. ‘가든수필문학회’ 회원.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수필집: ‘바나나도 씨가 있다’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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