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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뇌의 기능이 활발해지고 명료해졌으며 집중력이 강화되었다. 근육을 단련하는 사람들이 근육강화제를 사용하는 것처럼 뇌의 활성화를 위해서 이 약을 먹어라. 이 약은 나의 집중력을 3배로 증가시켜 주었다.” 스티븐 호킹의 단언이다. “이 약의 효과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 복용 첫날부터 나의 두뇌의 수행 능력은 모든 상황에서 배가되었다. 강력히 권한다.” 빌 게이츠가 CNN과 인터뷰 도중 언급한 말이다. 하버드 대학 연구팀은 이 약이 아이큐를 두 배로 증진시켜주는 획기적이고 역사적인 발명품임을 증명했다 한다.


브레인 푸드, “C”라는 영양제 광고가 대단하다. 일명 스마트 알약. 뇌세포 깊숙이 침투하여 상황인식과 대처 능력을 높여주고, 장단기 기억력 증진에 탁월한 효과가 있단다. 지금까지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뇌의 모든 부분을 일깨워 삶의 질을 향상시켜 준단다. 감정조절도 가능하여 인간성도 바꿔준단다. 신비의 영약이 따로 없다.


복용 전제조건이 있다. 숙면을 취할 것, 균형 잡힌 아침 식사를 할 것, 요가를 비롯한 마음 수련을 할 것, 스트레스 받지 말고 매사에 긍정적일 것... 이렇게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다면 왜 이 약이 필요할까.


역기능에 대한 경험자들의 원성도 만만치 않다. 수면장애, 불안감, 조급증을 불러일으킨다. FDA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장기간 복용의 역효과가 연구된 바 없다. 복용을 끊으면 전보다 더 나쁜 상태로 돌아간다. 치매를 비롯한 뇌의 질병 치료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뚜렷한 효과도 없이 사탕 수준에 불과한 영양제에 대한 사기적이고 허위적인 과대광고이다...


망각은 때로 축복이고 은혜이다. 우리는 무디어지고 희미해진 기억 때문에 나 자신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을 용서하고 용납한다. 슬픈 이별과 뼈아픈 상실에서 벗어나 다시 웃을 수 있다. 고통스러운 과거의 경험을 언제까지나 선명하게 기억한다면 얼마나 불행할까? 과거가 어제처럼 생생해서 현재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오히려 재앙이 아닐까?


나는 평화롭게 살고 싶다. 낮에 맘 상했던 일은 적당히 잊고 밤에 평안하게 잠들고 싶다. 아름답고 따뜻한 추억들은 마음속에 되새겨 삶의 빛과 온기로 삼을 수 있으면 그뿐. 뇌를 늘 깨어있게 하거나 바쁘게 만드는 일에 매달리고 싶지 않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밝기보다는 슬플 때 슬퍼하고 허무할 때 침잠에 빠져 나 자신을 돌아보고 싶다. 온통 인공적이고 인위적인 환경 속에 살고 있지만, 마음과 의지를 다스리는 뇌만큼은 인간적인 상태로 간직하고 싶다.


, 기억력이 좋아져서 멋진 시 구절이랑 사람들 이름을 잘 외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서라, 두 배나 높아진 아이큐로 이웃의 잘못을 예리하게 들추어내고 내 유익을 위해 이기적이 될까 두렵다. 명석한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광고에 잠시 흔들린 마음을 다잡는다.


내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친절과 인내와 고상함이 “C” 때문이 아니라 진정 자기 연마를 통한 높은 교양과 깊은 성숙의 결과이기를 바란다.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것들이 유난히 그리운 아침이다.


미주중앙일보, 이 아침에, 2016년 3월 22일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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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만선님의 댓글

no_profile 한만선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참으로 옳은 말씀이외다. 
이런 글이 실린 중앙일보의 지가가 오르지 않을 수 없지요.
가든 그로브에 제 친구 하나가 한약방을 하는데
한번은 약을 지어 주면서 하는 말
"이 약을 먹을 동안은 술담배 하지 말고
물 많이 먹고 운동 많이 하며
여자를 가까이 하지 말고
늘 평온한 평상심을 유지하고
성내거나 걱정따윈 절대 하지 말고
늘  기도하고 명상하며........"
이러지 않겠어요?
약보다 더 좋은 일을 하게 하는데
약은 뭘하러 먹이나요?

머리가 좋아 이웃의 결점을 영원히 기억하기보단
차라리 망각의 축복을 누리는 것이 훨씬 낫다는 말씀
그리고 자연적이고 인간적인 것이 그립다는 말씀
감사히 받아 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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