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그 기억의 되새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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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그 기억의 되새김질
유지인
베드로에게 한 남자가 저돌적으로 물었다
당신! 예수와 함께 있던 자가 아니오?
발등에 불똥 떨어진 것처럼 펄쩍 뛰며 아니라고 대답했다
아득해지는 의식 속에서 닭이 울고 있었다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믿음을 믿음이라 사랑을 사랑이라
말 못한 후회의 가슴을 치며 무시로 닭울음소리가 들렸다
닭울음소리가 심장을 긋고 지나면 온몸의 힘이 쭉 빠진다
차마 울지 못한 그날 밤의 울음을
아무도 몰래 항아리에 담아 뚜껑을 닫아걸었다 하지만
대밭을 건너온 비틀거리는 바람이 항아리를 치고 가는 때
항아리 속의 울음이 솟구치고 올라와 웅웅거렸다
그럴 때면 용수철처럼 튕겨져 아무데서나 뒹굴고 싶었다
예수님을 부인하던 기억은 갈수록 선명해져
되새김질하는 짐승처럼 한밤중에도 불쑥 일어난다
군중의 권력 앞에서 심약은 치유할 수 없는 병을 얻게 했고
먹으면 벗어날 수 없는 슬픔의 알약을 가져다주었다
다시는 아침빛을 보지 못할 것 같은 시간 속에서
구멍 뚫린 배 밑동처럼 서서히 침몰하고 있는데
어느 아침 예수님의 따뜻한 눈빛의 처방이 찾아왔다
“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 ”
다시는 듣지 못할 것 같던 목소리
세 번의 문진 끝에 “ 내 양을 먹이라 ” *
단방의 치료법이었다
더 이상 닭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요한복음 21장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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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인님의 댓글의 댓글
유지인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명지원 한 시인이 사는 지리산의 봄은 먼저 피는
매화 꽃잎을 띄운 차를 마시는 일부터 시작된다고 하네요
막 피기 시작한 차마 바라보기도 아까운 매화를 찻잔에 띄우면, 따스한 온기 속에서
꽃잎이 벙그는 모습 하! 그 속에 한 우주가 담겨있는 것을 보게 된다고 하지요
찻잔 속의 봄을 다 마시고 나면 마음의 봄도 어느덧 찾아들고 새들도
깃털을 다듬고 하늘로 솟구치겠지요?
안녕하세요? 윤 선생님! 이렇게 매화 꽃잎차 한 잔 놓고서
마주 앉아도 될 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름다운 것은 함께 즐길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하지요
선생님의 성품이 고스란히 담긴 글들 카스다에서 종종 감사하게 읽고 있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평온하시길 빌어요. 감사합니다^^-^^